“종합 아웃도어 브랜드로 거듭날 것입니다”
“종합 아웃도어 브랜드로 거듭날 것입니다”
  • 서승범 차장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2.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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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젼코베아 정상욱 신임 사장

비젼코베아는 지난 1월 초 정상욱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정상욱 사장은 영원무역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현재의 노스페이스를 만들어냈다. 캠핑업계에서는 아웃도어 의류 전문가인 정상욱 사장과 우리나라 캠핑장비 전문 브랜드인 코베아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기대하고 있다. 지난 1월 19일 비젼코베아 집무실에서 정상욱 사장을 만났다.

“캠핑 장비를 만드는 브랜드 중에서 단일 브랜드로 다양한 아이템을 갖춰 규모 있게 성장한 회사가 코베아 말고 또 있을까요? 저는 거기서 코베아의 가능성을 본 거죠. 이제 열흘 정도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내실과 전문성을 겸비한 회사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시장 변화의 이유는 소비자 인식의 변화
정상욱 신임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크게 둘이다. 좋은 캠핑 장비를 만드는 것, 좋은 캠핑 문화를 만드는 일. 선두에 선 이의 몫이고 둘은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제품의 질을 높이는 것은 연구 개발 이외 다른 방법이 없다. 정 사장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을 코베아가 지닌 강점으로 꼽았다. 코베아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출시한 상품들은 높은 판매고를 통해 매출을 확보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일구어 문화를 만들어낸다. 정 사장은 신제품 개발로 캠핑 문화를 선도하고 이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포화 상태에 이른 캠핑 장비 시장이다. 정 사장은 아웃도어 의류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봐왔다. 캠핑 시장의 가능성,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성장세는 둔화되겠지만 시장 자체는 커질 것으로 봅니다. 파이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 개별 브랜드에게 주어질 몫의 파이의 크기겠죠. 브랜드 간의 격차는 더 커질 것입니다.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따라가기만 하는 브랜드는 일부 정리될 것으로 봅니다. 신제품 개발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포화 상태에 이른 캠핑 시장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분분하다. 더구나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웃도어와 캠핑 시장이 위축되었다는 평가도 많다. 하지만 아웃도어 의류 시장의 성장 과정을 30년 넘게 지켜본 정상욱 사장은 ‘인식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소비자의 인식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얘기다.

“예전엔 좋은 재킷 하나 사면 해외 갈 때나 뒷산에 갈 때나 시내에 나갈 때나 입었죠.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원정용과 국내용의 스펙이 다르고 도심용은 또 다르죠. 여기에 스포츠 브랜드에서도 기능성 의류를 선보이고 있고 SPA 브랜드에서도 관련 의류를 팔아요.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졌어요. 의류 업계에서는 티피오T.P.O.(Time, Place, Occasion)라고 하는데 소비자는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의류를 산다는 뜻이에요. 무조건 최고의 사양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캠핑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캠퍼들은 자신들의 캠핑 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찾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시장 변화의 가장 큰 이유이고, 거꾸로 시장을 개척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봅니다.”

브랜드 정체성이 확실해야 살아남는다
정상욱 사장이 느끼는 아웃도어 시장의 변화는 한 마디로 ‘격세지감’이다. 1980년부터 영원무역에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건 1990년대 중반부터였다. 1996년 무렵만 해도 백화점 바이어들을 만나 노스페이스라는 브랜드와 아웃도어 의류 시장의 가능성을 설명하려고 하면 “근데 아웃도어가 뭐에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코오롱스포츠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동진레저와 에코로바가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에서 브랜드의 형태를 띈 정도였다. 아웃도어 의류와 장비를 살 수 있는 곳은 체육사까지 다해봐야 600개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은 메인 브랜드의 직영점만 해도 몇 백 곳이다. 백화점, 직영점, 취급점, 멀티샵 등등 다 따지면 5,000개도 넘는다는 게 정 사장의 판단이다. 여기에 인터넷 쇼핑몰과 해외 직구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아웃도어 시장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브랜드들이 경쟁을 벌이는 나라가 우리나라에요. 미국과 유럽이 있지만, 미국은 미국 브랜드가 중심이고 유럽 브랜드가 추가된 형태고 유럽은 그 반대죠. 예전에는 일본에서 우리나라보다 더 경쟁이 치열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이 가장 경쟁이 치열합니다. 중요한 건 이러한 성장이 무척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는 겁니다. 2003년부터 약 10년 동안 파죽지세로 성장했지요. 최근 1~2년 동안 그 성장세가 한풀 꺾였어요. 지난해에는 대부분의 브랜드 매출이 역신장했어요. 무슨 뜻이냐, 시장이 포화됐다는 뜻이고 어떤 형태로든 곧 정리된다는 의미입니다. 경쟁력 있는 브랜드, 브랜드 정체성이 확실한 브랜드는 살아남겠지요.”

문화를 만드는 기업이 강한 기업이다
정상욱 사장은 대학산악부 출신의 산악인이다. 1984년 한국외국어대학교산악회의 바룬체Baruntse 원정대에 참가해 <영광의 북벽>으로 유명한 정광식 씨와 함께 중앙봉(7,066m)에 올랐다. 이 등반은 우리나라 최초의 등로주의 등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등반은 여러 가지로 정상욱 사장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1974년부터 산을 다녔는데, 대학산악부와 원정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산이나 자연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요. 감사할 일이지요. 대학산악부의 원정에 참가한다는 건 소수만이 받을 수 있는 선택이자 혜택입니다. 그만큼 주변 선후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얘기죠. 제가 도울 수 있는 상황이 되면 후배들을 도와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고요.”

정상욱 사장의 기획으로 노스페이스에서 산악인을 후원하면서 엄홍길과 故 박영석을 비롯한 산악인들이 산악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스포츠클라이밍도 마찬가지. 이전에는 모든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시즌 누적 성적으로 세계 순위권에 오르는 일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상욱 사장 기획으로 2003년 노스페이스 스포츠클라이밍팀이 만들어졌다. 짧게는 후원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이고 길게는 문화를 일구는 일이다. 지금의 산악문화나 스포츠클라이밍 열풍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노스페이스의 자리에 코베아를 대입하면 어떤 문화가 자리 잡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정상욱 사장이 탑승한 코베아호가 일굴 캠핑 문화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다.

현역 캠퍼의 출사표
본격적인 등반은 하지 않지만 그는 여전히 매달 산에 오르고 있다. 회사의 행사 때 만난 멤버들과 같이 행사가 끝난 다음에도 매달 산을 오르고 캠핑을 한다. 2004년부터 시작한 월례산행이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그는 현역 캠퍼다.

코베아에게 올해는 무척 중요하다. 올해부터 해외 진출이 본격화된다. 지난해에 미국에 코베아 U.S.A 법인이 설립되었고 오는 3월에는 중국 북경에 코베아 차이나의 첫 매장이 문을 연다. 장기적으로 정상욱 사장은 코베아를 장비와 의류가 결합된 종합 아웃도어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의 영역을 다양한 아웃도어 분야로 확장하고 바람직한 캠핑 문화를 일구겠다는 정상욱 사장, 그를 사장으로 선임한 비젼코베아가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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