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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업 | 휘파람 부는 사람
문학수업 | 휘파람 부는 사람
  • 선정 및 발췌 서승범 차장
  • 승인 2015.02.17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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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를 향한 높고 우아한 아름다움

나는 유형의 재산을 물려받은 건 아니지만, 원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과 사상이라는 무형의 재산을 물려받았다. 오래전 땅에 묻힌 작가들과 사상가들이 남긴 재산. 나는 그 지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 지혜는 내게 사려 깊고 지적으로 살아야 할 책임을 요구하니까. 즐기고 질문하라고, 가장하거나 짓밟아서 안 된다고 주문하니까. 그렇게 위대한 인물들은(나의 위대한 인물들은 여러분의 위대한 인물들과 같지 않을 수도 있다) 내게 가르쳤다. 열정을 갖고 관찰하고, 인내심을 갖고 생각하고, 늘 기꺼운 마음으로 살라고.

그래서 나는 지금 내 야생적인 몸과 대물림된 강렬한 호기심과 존중의 태도로 모랫길을 걸어 내려간다. 파브르나 플로베르가 그랬던 것처럼 너무나 격렬한 의지가 넘친다. 그렇다. 나는 요란한 목소리들을 듣고 있으며 그 목소리 모두가 같은 걸 말하진 않는다. 하지만 사려 깊은 마음이 그들을 하나로 만든다.

그들은 누구인가? 내게 그들은 셸리, 파브르, 워즈워스(젊은 워즈워스), 바버라 워드, 블레이크, 바쇼, 마테를링크, 재스트로, 나의 가장 소중한 에머슨, 그리고 카슨, 그리고 알도 레오폴드다. 그들은 나의 선조이자 본보기이자 정신이며 내 삶은 그들의 영향, 그들이 준 가르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 ‘휘파람 부는 사람WINTER HOURS: Prose, Prose Poems, And Poems’ | 메리 올리버Mary Oliver 지음 | 민승남 옮김 (2015. 마음산책)
나는 영원히 그들에게 감사하며 살아간다. 나는 그들 없이는 어디에도 갈 수 없고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다. 나는 그들과 함께 나의 삶을 산다. 그들과 함께 사건 속으로 들어가고 사색의 틀을 잡으며 흘러가는 시간의 본질을 간직한다. 나는 혼자서 이 기민하고 애정 가득한 직면을 하는 게 아니다. 끔찍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내 마음속 하늘의 별들처럼 밝게 빛나는 이 무수히 많은, 내게 용기를 주는 벗들과 함께한다.

그들은 곡물을 먹는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었을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꿈꾸는 이였고 상상하는 이였으며 선언하는 이였다. 그들은 보고 또 보고 또 보면서, 분명한 것과 그 너머에 있는 걸 보고, 호기심을 갖고, 불확실성을 허용하면서, 여기서는 우아하고 태평하다가도 저기서는 격렬히 버티면서 살았다. 그들은 생각이 깊었다.

셸리나 소로의 목소리 같은 몇 개의 엄격하고 강건한 목소리들이 외친다. 변하라! 변하라! 하지만 대부분의 목소리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이렇게만 말한다. 네 모습 그대로 살아라. 그러면서도 꿈꾸는 자가 되어라. 테야르 드샤르댕은 고통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가 아니라 그걸 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휘파람 부는 사람’ 39~41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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