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의 뾰족지팡이가 지금의 피켈이 되었다!
양치기의 뾰족지팡이가 지금의 피켈이 되었다!
  • 문나래 기자 | | 사진제공 블랙다이아몬드
  • 승인 2015.02.17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History of Ice climbing

Ⅰ SHEPHERD | 알프스를 오르내린 양치기
최초로 얼음을 오르내린 사람은 중세시대 알프스의 양치기들이다. 그들은 뾰족한 발톱 세 개가 달린 크램폰을 신고 쇠 지팡이를 손에 쥔 채 도끼로 얼음을 깎으며 산을 올랐다. 19세기 초 등산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영국인들이 이 장면을 보고 크게 호응했고 이후 양치기들은 보다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그들을 위한 가이드가 되었다. 양치기들은 지팡이와 도끼를 하나로 합쳐 얼음을 깎으면서 몸의 균형까지 잡을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고 이를 이용해 설산을 등반했다. 이것이 피켈의 원조다.

Ⅱ ALBERT MUMMERY | 가이드는 필요없다, 혼자 간다
가이드가 함께하는 산행에는 큰 수고가 동반됐다. 미리 스텝을 만들기 위해 가이드는 엄청난 팔의 힘과 무리한 기술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 등반가 알프레드 머메리는 가이드 없이 홀로 빙벽을 등반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홀로 설산 등반과 벽을 오르는 아이스클라이밍이 서서히 형태를 갖춰나가게 된다. 장비 또한 변화한다. 지팡이 모양이었던 피켈은 날과 손잡이가 직각 형태를 이루게 되고 손에 쥐는 부분인 샤프트는 날렵하게 휘두를 수 있도록 길이가 짧아졌다.

Ⅲ OSCAR ECKENSTEIN | 크램폰의 진화
이전까지 등반가들은 못 박은 말편자 같은 네 발톱 크램폰을 사용했다. 이후 1908년, 영국인 오스카 에켄슈타인에 의해 드디어 발톱 열 개가 달린 크램폰이 탄생한다. 당시 영국에서는 ‘그렇게 길고 많은 발톱은 필요없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러나 프랑스 알프스의 단단한 설벽에 완벽했던 이 크램폰은 프랑스 등반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누린다. 그래서 경사면에 발바닥을 그대로 붙이는 ‘프랑스 식’이라고 불리는 기술을 ‘에켄슈타인 기술’이라고 부른다.

Ⅳ LAURENT GRIVEL | 12개 발톱 크램폰의 탄생
크램폰과 더불어 에켄슈타인이 고안한 짧고 가벼운 피켈이 대중화되며 아이스클라이밍은 전성기를 맞는다. 거대한 설벽에는 수백 개의 빙벽 루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빙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로랑 그리벨은 열 발톱 크램폰에 앞발톱 두 개를 더 붙여 지금의 12개 발톱 크램폰을 만든다. 이 신형 크램폰은 빙벽 기술의 혁명을 가져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클라이머들에게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다.

Ⅴ MARRINER BASTOLE | 스크류의 등장
빙벽에서 확보물인 스크류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8년 오스트리아 산악인 마리너 바스톨에 의해서다. 이후 등반 브랜드 살레와의 직원이었던 헤르만 후버가 스크류에 구멍을 뚫어 얼음이 밖으로 빠져나오도록 고안한다. 미국 산악인이자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설립자 이본 취나드는 구멍을 크게 확장하고 두께를 얇게 만들어 스크류의 기능을 개선했다. 강철과 티타늄을 사용해 강도를 보강하고 손으로 돌려서도 얼음에 쉽게 설치하고 뺄 수 있게 했다.

JIMMY MARSHALL
지미 마셜은 1960년대에 스코틀랜드의 아이스 클라이밍 루트를 완전히 석권했던 전설적인 빙벽계의 대선배다. 그가 이루어낸 수많은 등반이 지금까지도 가장 어렵고 훌륭한 등반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로빈 스미드, 드갈 허스튼과 같은 우수한 스코틀랜드 등반가들이 그의 밑에서 배출됐다. 그가 당시에 사용했던 구식 피켈과 크램폰으로 지금 스코틀랜드의 빙벽을 등반한다 해도 현재까지도 그를 능가할 클라이머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 거라고.

정승권
국내에선 ‘산악계의 헤라클레스’라고 불리는 괴물 같은 사나이 정승권. 그를 빼놓고 한국 빙벽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 국내 3대 빙벽 중 하나인 토왕폭 320m를 밤사이 홀로 자일도 없이 오르내린 전설 속의 인물. 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98년 미국에서 열린 ESPN Winter X-Game 빙벽대회에 출전해 난이도, 속도부문에서 각각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등반법 중의 하나인 ‘엔바디(N-BODY)’를 고안해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