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업 | 겨울 캠핑 최고의 수훈갑, 핫팩과 발열팩의 원리
과학수업 | 겨울 캠핑 최고의 수훈갑, 핫팩과 발열팩의 원리
  • 서승범 차장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1.3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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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의 온기

어디 캠핑뿐이랴. 바람이 좀 차가워진다 싶으면 등장하는 게 핫팩이다. 별다른 연료도 작동법도 필요 없고 그냥 포장 뜯어서 칵테일처럼 흔들면 스스로 열을 내는 착한 녀석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착해 핫팩 몇 박스 캠핑 장비함에 넣어두면 겨울 앞둔 캠퍼의 마음이 든든해진다. 도대체 무엇이 들었길래 몇 번 흔드는 것만으로 후끈 달아올라 꽁꽁 언 손과 떨어져나갈 것 같은 귀와 시린 목덜미를 녹여줄까?

기본 원리는 철을 녹슬게 하는 거다. 철이 녹슨다는 건 정확히 말하면 철이 산화하는 건데, 산화의 대표적인 예는 불에 타는 것이다. 연소는 그 속도가 가장 빠른 산화 증상이다. 불은 열과 빛을 낸다. 특히 빛보다는 열을 많이 낸다. 만약 연소처럼 엄청난 속도가 아니라 적당한 속도로 산화가 되면 그 결과물도 마찬가지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철이 산화하는 것은 화학적으로 말하자면 철이 산소와 결합해 산화철이 되는 거다. 이러한 화학변화에는 열이 항상 관련되어 있다. 열이 나는 화학변화도 있고 열을 흡수하는 화학변화도 있다. 더운 여름에 마당에 물을 뿌리면 물 입자가 기화되면서 열을 흡수하는 게 대표적인 흡열반응이다. 핫팩은 발열반응을 이용한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 발열팩은 발열량이 훨씬 많아 계란을 삶거나 라면을 끓일 수도 있다.
핫팩 안에는 뭐가 들었기에 발열반응이 일어날까? 포장을 뜯어보면 철분, 활성탄, 물, 염류 등이 들어있다. 내용물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철분이 녹슬면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게 원리이다.

물과 염류는 철이 녹스는 속도를 더 빠르게 한다. 공기 중의 철보다 물 속의 철이 더 빨리 녹슬고, 민물에 잠긴 철보다 바닷물에 담긴 철이 훨씬 빨리 녹스는 게 이치니까. 활성탄은 제품 속에 산소를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해서다. 활성탄 active carbon은 기체나 습기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공기 중의 산소를 흡수해 제품 안 산소 농도를 높일 수 있다.

핫팩과 더불어 캠핑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게 발열팩 혹은 가열팩이다. 발열팩으로 통일하자. 물을 끓이고 밥을 뜨끈뜨끈하게 덥힐 정도가 되려면 핫팩 정도의 발열로는 어림없다. 그래서 철가루 대신 산화칼슘이 등장한다.

칼슘이 산화된 물질이 산화칼슘이다. 생석회 혹은 백회라고도 부른다. 산화칼슘이 물과 반응하면 수산화칼슘이 된다. 산성이었던 산화칼슘은 수산화칼슘이 되면서 용액은 염기성으로 바뀐다. 즉, 중화된다.

물에 녹는 과정에서 생기는 용해열과 중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화열이 무척 크다. 산화칼슘 보관요령에는 ‘공기 중의 수분과 접촉을 피해 밀폐해야 한다’는 표현이 반드시 나온다. 부주의로 수분과 접촉하게 되면 피부에 화상을 입거나 불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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