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낙엽과 가지
대지의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낙엽과 가지
  • 글 이철규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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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ing Column__나무를 사랑하자

가을이 되면 찬 기후로 인해 나뭇잎에 있던 엽록소가 사라져 붉은색(안토시안)이나 노란색(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남게 된다. 이것이 바로 단풍이 드는 이유로 산은 온통 붉은 옷을 입게 된다. 단풍이 든 나뭇잎은 날이 추워지면 낙엽이 되어 자신의 어머니인 대지로 돌아간다. 이는 가을이 되면 나뭇가지와 잎 사이에 떨켜라는 세포층이 생겨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나무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잎을 떨어뜨려 체내의 수분을 보존한다. 어쩌면 이것은 쓸모없는 것에 대한 처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떨어진 낙엽은 흙과 함께 서서히 분해돼 대지로 돌아가 나무에 영양분을 공급하게 된다. 이 순환의 원리는 지금까지 대지가 자연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또 다른 생명체를 키워낸 방법이었다.

이는 나무가 우리들이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산소를 배출하는 것과 같다. 불필요한 것을 이용해 필요한 요소로 만들어 내는 것, 이만한 재활용이 있을까. 현대적인 기술과 시설로는 이런 재활용은 불가능하다. 

떨어진 낙엽이나 나뭇가지는 대지의 영양분이며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는 밑거름이다. 헌데 캠프장에 가보면 이 낙엽이나 가지를 이용해 모닥불을 피우는 캠퍼들을 보게 된다. 늦가을 낙엽은 바싹 마른 상태라 불이 잘 붙긴 하지만 잘못하다가는 불씨가 날려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낙엽은 타고 나면 재가 날려 그리 좋은 재료는 아니다. 떨어진 나뭇가지는 잔가지를 넣을 경우, 든든한 불씨가 되곤 하지만 작은 가지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캠프장 주변의 나뭇가지를 주어다 때다보면 대지의 영양분을 공급할 거름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더욱이 추운 겨울밤 불을 피우기 위해선 더 많은 나뭇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둘 죽은 나무를 꺾다보면 대지의 순환 고리역할을 할 존재들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마른 나무가 없을 경우, 결국에는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가 아닌 죽은 나무를 직접 꺾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결국 캠프장의 나무는 죽은 나무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나무까지 이내 종적을 감추게 될 것이다. 또한 캠프장에서는 화로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사실 화로는 캠프장의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장비다. 물론 캠핑의 꽃은 모닥불이다. 따뜻한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가족과 친지간에 믿음을 쌓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베이스캠프다. 베이스캠프가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을까? 모닥불을 피울 때는 주변의 죽은 나무나 나뭇잎을 태우기 보다는 사전에 화로에 사용할 재료를 준비하자. 또한 밤새도록 불을 피우기보다는 대화의 시간 몸을 녹일 정도로만 사용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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