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대와 천체망원경에 대한 불편한 진실
천문대와 천체망원경에 대한 불편한 진실
  • 글 사진 김호섭 기자
  • 승인 2015.01.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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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STAR | 모든 별이 잘 보이지는 않아요…가격에 따라 천차만별

천체망원경 구입은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두 달 전, 천체망원경에 대한 글을 기고했더니 필자의 연락처를 어떻게들 찾으셨는지 많은 문의가 있었다. 뜻밖에 본인의 호기심은 물론 아이들을 위해서 투자하고 싶은 아빠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른바 천체망원경의 잠재 수요다.

▲ 오리온자리 중심부의 화려한 모습. (사진은 화려하지만,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차이가 크다.) 사진 이길재.

처음 아이를 위해 천체망원경을 사야겠다고 결심한 아빠가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은 인터넷 검색이다. 맘에 드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망원경에 대해 알아보고 어느 정도가 적정 예산인지도 알아본다. 용기를 내어 직접 전화를 걸어 보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은 판매자들은 이면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거의 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망원경을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최소한 별자리와 메시에 목록 중 중요한 것들은 미리 알고 있어야 망원경이 제 역할을 합니다. 그래도 사시겠습니까?” 라고 설명하는 판매자는 없다. 오직 가격 대비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약간 과장해서 설명할 뿐이다. 수십만 원 정도의 망원경으로도 별을 추적하고 달은 물론, 행성이라든가 성단, 성운 심지어 은하까지 다 볼 수 있다고 과장을 하면 안 넘어갈 사람이 있을까.

망원경은 한 세트에 수천 만 원 하는 것도 흔하다. ‘어쨌든 다 보게 한 것이니 설마 안 보이겠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얼마나 또렷하게 보이는지, 제 색깔로 보이는지, 초점이 잘 잡히는지, 오래 사용해도 정밀도와 내구성이 유지되는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전문점이 아닌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조차 천체망원경이 팔리고 있다. 수십만 원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배율이 엄청나다든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볼 수 있다고 하나 현실은 좀 다르다. 초보 아빠는 성능을 떠나 그 생김새만 보고도 매료되고 만다. 모든 천체망원경은 가격을 떠나 세워 놓으면 한 생김새 한다.

거기에 보태지는 아빠의 강력한 긍정마인드는 거의 마약 수준이다. 아이를 위해 투자를 했고, 아이가 좋아할 걸 생각하면 마음속의 뿌듯함은 달을 보기도 전에 최고조에 다다른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지난 호에 언급했듯 천체망원경의 구매가 모든 것을 해결 주지 않으며, 오히려 그때부터 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천체망원경 구매에 당장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약 일 년 정도는 장비 없이 동호회 활동을 해보자. 동호회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장비를 쓰고 있는지 참고하는 것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천문커뮤니티의 초보자 질문과 대답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을 참고해서 판단하거나, 막연히 초보에게 적당한 망원경을 찾는 것보다 어느 천문 대상에 관심이 가는지, 주로 누구와 보게 될 것인지를 먼저 고려하는 게 좋다.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 망원경이 따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별쟁이들은 마음씨가 너그러운 편이라서 맨몸으로 와서 별 보여 달라고 해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사람만 아니라면 당신을 옆에 세워 놓고 밤새도록 별을 보여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망원경이 적당한지 스스로 정리를 하게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어떤 망원경을 살까 고민하는 것보다, 주변의 별쟁이를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 대표적인 산개성단인 좀생이별 성단(M45)의 두 사진. 사진 3은 수 시간 노출로 주변부까지 풍부한 색 정보가 있지만 사진4는 10초의 노출로 사람이 망원경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이미지이다. 이미지상 차이가 크다. 사진 김호섭.

천문대에 가볼까?

천체망원경의 구입이 망설여진다면 주변의 가까운 천문대부터 찾아가보자. 2014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략 60여곳 정도의 천문대가 있다. 천문대가서 천체망원경으로 보는 주 대상은 달과 행성, 그리고 성단과 성운, 은하 등이다.

이 중에 성운과 은하는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낱개의 별을 보는 것이 아니고 우주공간에 떠 있는 희미한 구름 같은 대상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상들은 사람 눈으로 인지하기엔 색정보가 부족하여 흑백으로만 보이며, 설령 보인다 해도 희미한 수준으로 보인다. 그래서 옆에서 전문가가 아무리 미사여구를 달아 환상을 심어줘도 잘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성단은 좀 다르다. 성단은 말 그대로 별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반짝이는 별을 보게 된다. 유명한 몇 개의 성단은 마치 보석을 뿌려놓은 이미지로 보인다. 일반인들이 볼 때 가장 좋아하는 대상은 달이며 그다음이 토성, 그리고 목성 정도이다. 문제는 한 달 동안 달을 볼 수 있는 날보다 볼 수 없는 날이 더 많고(자정에 뜨는 달도 일반인들은 볼 수 없는 달로 본다) 게다가 토성과 목성은 각각 볼 수 있는 시즌이 1년 중 대략 5개월 남짓이다.

그러니 별 손님들이 그런 관계를 미리 다 알고 가시는 것이 아니므로 본의 아니게 관측을 통해서 벅찬 감동을 전해 준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 그믐 전후에 그것도 토성, 목성을 모두 볼 수 없는 때에 방문하면 낭패다.

밝게 빛나는 직녀성(여름)이나 시리우스(겨울) 한 개가 더욱 감동적인 어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별은 그 대상이 아무리 가까운 것이라 해도 지구로부터 수 광년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보통의 망원경으로는 맨눈으로 볼 때보다 훨씬 더 밝게 보일지언정, 목성 토성처럼 둥근 형태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저 별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천문대를 방문한다는 것은 관측대상이 뭐든 밤하늘의 별을 본다는 마음 하나만 있으면 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가슴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중요한건 바쁜 생활 속에 잊고 있던 ‘별을 본다‘는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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