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로 빠져야만 만날 수 있는 겨울철 진객, 볼락
삼천포로 빠져야만 만날 수 있는 겨울철 진객, 볼락
  • 글 사진 김지민 기자
  • 승인 2015.01.2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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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 삼천포 볼락낚시

필자는 갯바위 낚시를 잠시 쉬고 밥반찬 마련을 위해 볼락 선상낚시를 다녀왔다. 쿨러 조황을 거둔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욕심으로 낚시해서 잘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는 그냥 현장에서 제철 맞은 볼락 회를 맛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애써 설렘을 억누르며 떠났다.

▲ 삼천포 신항.

겨울에 만나는 손맛, 볼락

볼락의 철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볼락은 그 종류만도 이십 여종이 넘는다. 횟집에서 흔히 먹는 우럭도 알고 보면 볼락의 한 종류다. 지금 시즌에 가장 맛있는 어종 역시 바로 ‘볼락’이 아닐까.

볼락은 덩치가 작아서 당찬 손맛은 부족할지 몰라도 탈탈거리는 손맛 뒤에는 빼어난 입맛이 있다. 그래서 볼락 낚시만 즐기는 골수 낚시꾼들이 있을 정도다. 겨울에도 낚시를 쉬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겨울은 춥다. 기상도 험해 갈 때마다 볼락을 잡는다는 보장이 없다. 어떤 날은 한 쿨러를 너끈히 채우고도 남을 만큼 잡아오지만, 어떤 날은 열 마리도 채 못 잡아오기도 한다.

▲ 낚시를 준비하는 일행.

▲ 사천시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볼락은 야행성이므로 땅거미가 내려앉아야 낚시가 시작된다. 집에서 오전 느지막이 출발해 삼천포에 도착하니 오후 4시였다. 낚시점에 들려 미끼와 채비를 사고 낚싯배에 올랐다. 낚시는 오후 4시 30분쯤 출항해 자정까지 이어진다. 이날은 두미도나 갈도 근해로 나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대체로 한적했다. 어떤 때는 꾼들이 너무 몰려 1m 간격으로 서서 하니 낚시가 부대끼며 서로 얽히는 일도 잦다.

물론, 호조황(한창 잘 잡힐 때)을 보일 때 그런 현상을 빚는데 이날은 한적한 것으로 보아 볼락이 생각만큼 많이 잡히지 않나 보다. 그러니 한적하다고 해서 무작정 좋아할 일은 아니다. 그래도 이 넓은 배에서 몇 안 되는 사람들과 함께 낚시하게 되니 모처럼 여유로운 낚시를 하게 될 것 같아 고무됐다.

▲ 갯바위 볼락 낚시를 위해 하선을 기다리는 꾼들.

드르륵, 꾹꾹. 어신이다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바다에 미끼를 내려 보았다. 아, 입질이 약하다. 처음 몇 번은 ‘드르륵’ 하고 입질이 오기에 바늘에 묶어두면서 1타 5피를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올려보니 겨우 한 마리였다.

후킹이 잘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날은 볼락이 미끼를 경계 했나 보다. 아니면 배가 덜 고팠거나. 주변 낚시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재수가 좋으면 한 마리, 아니면 빈 바늘. 꾼들은 이를 두고 수온이 하강했거나 바람 때문이라고 핑계를 돌리지만, 사실 바다의 속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좀 더 집중해 예민한 입질을 받아내려고 노력했다.

‘토도독’
이건 아니다. 좀 더 기다려 보자.
‘토도독 토도독’

▲ 여유있고 한산했던 선상낚시.

미끼를 곧잘 건드리지만, 아직 확실한 한 방이 없다. 그 순간 ‘드르륵’에 이은 ‘꾹꾹’이 연달아 들어온다. 이건 확실한 어신이다. 재빨리 릴을 한 바퀴 감았다. 그래야 녀석이 바늘에 덜 걸려도 제대로 매달린다. 그렇게 매달린 볼락은 잠깐 몸부림치니 거기에 맞춰 낚싯대가 부르르 떤다. 그러고 나면 시커먼 바닷속에서 힘이 빠져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볼락이 상상이 된다.

그렇다고 아직 릴을 끝까지 감기에는 이르다. 낚인 볼락을 바다 속에 두면 더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잠시 후 똑같은 패턴으로 입질이 들어왔다. 그렇게 나는 세 마리를 거쳐 네 마리째 입질을 받았다. 아직 빈 바늘이 남아 있으니 좀 더 둬볼까? 아니면 이쯤에서 걷어 볼까? 볼락 낚시에 있어 즐거운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걷어보니 역시 네 마리가 매달려 있었다. 한 가지 흠은 씨알이 너무 잘다는 것.

▲ 어린 볼락은 살려주자.

볼락은 소형 종으로 다 커야 30cm가 될까 말까 한다. 간혹 30cm가 넘는 초대형(?) 볼락이 낚이기도 하지만, 그런 개체를 보는 건 낚시 인생에서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다. 대부분은 15~20cm가 많이 잡히고 있다. 15cm 미만의 어린 볼락은 방생하는 게 도리다.

그렇게 한참을 낚시하다보니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입질이 뜸하자 일행이 소주 한 잔을 건네 왔다. 안주는 김밥이었다. 야밤에 비바람 맞아가면서 마시는 소주가 어찌나 쓰던지.

볼락 손맛만큼 짜릿한 볼락 한입
배 한편에서는 식사 준비로 분주했다. 자세히 보니 곁들이는 채소가 범상치 않다. 아기배춧잎, 양파, 마늘종, 그리고 물에 씻은 묵은지가 곁들여져 고급 일식집 부럽지 않은 상이 차려지고 있었다. 여기에 오늘의 하이라이트, 볼락 회. 도미와도 안 바꾼다는 볼락 회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리밥과 함께 묵은지에 얹어 고이 접는다. 그 전에 소주 한 잔 털어 넣은 뒤 한입 가득 씹으면 속세 걱정 따위는 단번에 잊힌다.

▲ 배춧 잎을 풀어 달금한 국물과 함께 떠먹는 생볼락탕.

▲ 이것이 어부식이다.

▲ 제철 볼락을 얹어 먹는 김초밥.

▲ 보리밥과 묵은지에 사 먹는 볼락회.

▲ 볼락 하면 탕이 빠질 수 없다.

찬바람에 내내 시달리다 먹는 어부식 식사는 낚시꾼들만 맛볼 수 있는 깨알 행복이 아닐까? 낚시의 또 다른 묘미다. 볼락 회에 이어 대충 끓인 듯하나 그 안에 들어갈 건 다 들어간 생볼락탕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수저를 뜨자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억’ 소리가 난다. 겨울 바다가 녹아든 것처럼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다.

볼락 낚시 포인트
볼락 낚시는 12월부터 겨우내 이어지지만, 아직 볼락의 단맛이 절정은 아니다. 볼락과 열기는 3~5월이 가장 맛이 좋다. 주요 포인트로는 두미도, 갈도, 욕지도다. 밤새도록 갯바위 낚시도 좋지만, 전용 집어등과 루어 장비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선상낚시를 추천한다. 삼천포의 볼락 선상낚시는 주로 중내만권에서 밤 볼락을 대상으로 한다.

볼락낚시 팁

볼락 낚시에서 특효 미끼는 민물새우지만, 청갯지렁이가 잘 듣는 날도 있으니 선장의 조언에 따른다. 지렁이 꿰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진과 같이 대가리 부분만 꿰고 나머지는 길게 늘어뜨리면 된다. 이렇게 해도 볼락은 대가리부터 공격하므로 바늘에 걸리게 된다.

낚시채비는 6개 바늘이 달린 카드 채비를 사용하면 된다. 입질은 ‘두두둑’하는 어신이 낚싯대를 통해 손으로 전달되는데 그 전에 초릿대 움직임으로 입질을 파악하는 게 빠르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릿대가 낭창한 연질의 루어대가 적합하다.

고패질은 동작을 작게 하여 섬세히 해준다. 어차피 배가 상하로 흔들리므로 그때는 그냥 둬도 자동 고패질이 된다. 하지만 조류가 약하다면, 상하좌우로 살살 끌어주는 액션이 입질을 유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입질이 들어올 때마다 바늘에 묶어두기 위해 가벼운 챔질 혹은 릴을 한 두 바퀴 감아 놓는다. 이후 낚싯대가 묵직해질 때까지 충분히 뒀다가 걷어 올리면 된다. 볼락은 동료의 움직임에 호기심을 갖는 물고기이므로 한두 마리가 걸려들면 그대로 두는 것이 주변의 볼락을 모이게 하는 방법이다.

▲ 삼천포 특산물, 볼락.

삼천포 볼락 낚시 문의
금양낚시프라자 055-832-4433, 011-557-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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