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공원산책
파리 공원산책
  • 글 사진 전영광 기자
  • 승인 2015.01.28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BROAD | 이니그마가 담는 세상

파리는 작지만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하다. 걷다 보면 여행 가방에 넣어 서울로 가져가고 싶은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엉뚱한 상상이지만 그래 딱 하나만 가져올 수 있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에펠탑? 명품으로 가득한 샹젤리제 거리? 아니다. 바로 파리의 아름다운 공원이다.

파리의 공원
도시의 모습이란 어디를 가든 비슷하다. 도도하게 솟은 건물들, 무심하게 스쳐 지나는 사람. 파리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파리의 크고 작은 공원들 때문이다. 어디에서건 몇 걸음 걷다 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공원. 파리는 공원으로 가득한 도시다.

파리지앵들은 공원에서 먹고 마시고 사랑을 나눈다. 아이들은 공원에서 자연을 만나고, 뛰고 넘어지면서 그렇게 커간다. 오르세 미술관을 가득 메운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 그 많은 작품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바로 파리의 공원이다. 파리의 공원 속에는 파리지앵들의 삶 그리고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많은 사람들이 파리를 찾고 파리를 만나지만 어쩌면 관광객들만 가득한 공간에 머물다 가는 게 아닐까 싶다.

▲ 파리의 공원에서는 여유롭게 누워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이드북이 제시하는 효율적인 동선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진짜 파리와 파리지앵을 만날 수 있다. 하루쯤 파리지앵이 돼보고 싶다면 파리의 공원을 찾는 건 어떨까? 근사한 도시락은 없어도 바게트와 와인, 읽을 책 한 권만 있다면 근사한 하루가 될 것이다.

▲ 뤽상부르 공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
뤽상부르 공원
세느강의 좌안, 파리의 중심에 자리한 뤽상부르 공원은 파리지앵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원이다. 도심에 위치해 있어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 쉬어가는 사람이 많다. 소르본 대학과 라탱지구도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학생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공원에 들어서면 의자를 붙여놓고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파리의 공원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다. 햇살이 귀한 파리에선 화창한 날이면 누구나 가까운 공원을 찾는다.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책을 보기도 하고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기도 한다. 뤽상부르 공원은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아이들은 연못 위에 돛단배를 띄워놓고 이러 저리 뛰어 다닌다. 엄마들은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뤽상부르 공원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명문귀족 집안인 메디치 가문에서 프랑스로 시집와 앙리 4세의 부인이 된 마리 드 메디치(Marie de Medicis)를 위해 만들어졌다. 마리 드 메디치는 프랑소와 드 뤽상부르 공작의 영토였던 이곳을 1612년 사들여 뤽상부르 궁전을 만들었다. 지금의 공원은 뤽상부르 궁전의 정원이었다. 공원 북쪽에 자리한 뤽상부르 궁전 건물은 현재 프랑스 의회의 상원 건물로 쓰고 있다.

▲ 뤽상부르 공원은 소르본 대학과 라탱지구 가까이에 있어 학생들의 쉼터가 된다.

시트로엥 공원

파리의 서쪽 에펠탑 너머 15구에 자리한 앙드레 시트로엥 공원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에펠탑에서 불과 2km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지만 그 많던 관광객은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사는 파리지앵들만 찾는 공원, 말 그대로 파리의 숨은 명소다.

시트로엥 공원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트로엥의 공장 부지에 들어선 공원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이곳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1982년 시트로엥 공장이 이전하고 10년 뒤 1992년에 초현대식 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해 파리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그렇게 주변의 현대식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근사한 공원이 탄생한 것이다.

▲ 열기구를 타고 오르면 아름다운 파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 시트로엥 공원 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발롱드파리 열기구.

시트로엥 공원은 세느강을 면하고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공원이다. 푸른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세느강을 따라 다니는 파리의 전철 RER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시트로엥 공원이 파리의 숨은 명소인 이유는 바로 공원 내에서 운영하는 발롱드파리(Ballon de Pairs) 열기구 때문이다.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 오르면 세느강 위를 수놓은 아름다운 다리와 파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에펠탑은 물론 저 멀리 몽마르트 언덕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에펠탑이나 개선문 위에서 보는 파리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뱅센 공원
파리의 동서는 커다란 숲으로 둘러 쌓여있다. 서쪽에 있는 것이 볼로뉴 숲, 그리고 동쪽에 자리한 것이 뱅센 숲이다. 파리 동쪽에 위치한 도시인 뱅센의 이름을 따서 뱅센 숲이라 불린다. 총면적 995ha에 이르는 거대한 숲에는 수천 종에 이르는 다채로운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중세 시대에는 왕실 사냥터로 쓰였으나 나폴레옹 3세 때 파리가 재정비되면서 영국식 공원으로 꾸며졌다.

▲ 가족이 함께 뱅센 공원에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총면적 995ha에 이르는 거대한 뱅센 숲. 다채로운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뱅센 숲은 날씨 좋은 주말에 도시락을 싸서 소풍가는 마음으로 찾기 좋은 곳이다. 뱅센 숲 초입에 자리한 도메닐 호수와 공원은 파리지앵들이 사랑하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조랑말을 타고 공원을 돌고 연인과 가족은 도메닐 호수에서 뱃놀이를 즐긴다. 이 뱃놀이야말로 뱅센 공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 돈으로 만 오천 원 남짓이면 한 시간 동안 배를 빌려 호수를 누빌 수 있다. 이따금 다른 배들과 부딪힐 때면 ‘봉주르’ 하고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욕심을 내서 호수 한 가운데 자리한 벡시 섬을 한 바퀴 돌고 나면 팔이 뻐근해 온다.

그냥 호수 가운데에 멈춰 서 하늘을 봐도 좋다. 호수 위 한 배를 탄 연인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공원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낚시를 하는 사람. 조깅을 하는 사람. 백조와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 책을 보는 사람. 가끔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누구나 저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 시간과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공원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파리지앵처럼 하루를 보내보고 싶다면 여행 중 하루쯤은 뱅센 숲을 찾아 뱃놀이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