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전하는 생명의 작은 속삭임들
꽃들이 전하는 생명의 작은 속삭임들
  • 엄재백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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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__<내게로 다가온 꽃들>

그림과 사진으로 풀어낸 야생화의 생태와 생명 이야기

지은이 김민수  | 그림 이선희
한얼미디어 발행/288쪽/1만 2천원

구관이 명관이고, 오래 묵은 장이 더 맛있다는 말이 있듯이 때론 오랜 동안 책장 속에 묻혀 잊혀졌던 책들이 눈길을 끄는 경우가 있다. 먼지가 묻은 듯한 책표지에 빨간 글씨가 박힌 이 책은 사실 처음에는 큰 호감이 가지 않아 책꽂이에 꽂아 두었던 책이었다. 더욱이 가로로 제목을 나열한 최근의 책들과 달리 세로로 길게 나열한 제목은 영 눈길을 주지 못했다.

한참 동안이나 책꽂이 속에 갇혀 있던 이 책이 해방의 기쁨을 맛본 것은 우연히 큰아이 녀석이 장난감을 찾는다며 책꽂이 하단의 책을 몽땅 쏟아버렸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내게로 다가온 꽃들>의 ‘꽃들’이란 빨간 글자가 눈에 들어왔고 새삼스럽게 주워 읽기 시작했다.

사실 이 책은 2004년에 첫 출간 됐으며 제주도 끝 종달마을에서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는 목사님이 쓴 야생화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이전의 야생화와 관련된 책들이 대부분 사진과 학명을 중심으로 한 도감이었던 점을 탈피해 수필과 그림을 통해 야생화의 특징들을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탁탁하고 지루할 것 같은 설명 외에 꽃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꽃들에는 대부분 그 꽃말이 있으며 이와 관련된 전설이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에 관련된 수선화의 이야기처럼 모녀의 사랑이야기가 전해지는 족두리풀, 할머니와 손녀에 관한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는 할미꽃 등 각각의 야생화에 관한 이야기와 꽃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캠퍼들이 즐겨 찾는 캠프장이나 휴양림은 대부분 계곡이나 산자락 아래 자리하고 있으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야생화들이 피고 자란다. 다만 우리가 이런 야생화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은 꽃들에 대한 관심의 문제지만 허리를 낮추고 꽃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늘 같은 각도와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꽃과 같은 높이로 세상을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세상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꽃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자연에 피어나는 각각의 꽃들이 지닌 생명의 존엄함을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눈높이를 맞추듯이 때론 고정된 시간을 벗어나 자연이 제시하는 또 다른 시각으로 눈높이를 낮춰보자. 또 다른 세상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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