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스의 학교 과제, 겨울스포츠가 되다!
심스의 학교 과제, 겨울스포츠가 되다!
  • 임효진 기자 | 사진제공 스미스코리아
  • 승인 2015.01.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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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신세에서 트렌드가 되기까지

스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스노보드는 지금은 스키장에서 스키와 동등하게 대우받고 있지만 처음에는 데려온 자식 신세를 면치 못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새롭게 가지를 치고 태동한 종목이 나중에는 해당 종목을 발전으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언제나 거부감을 동반한다.

스키어들은 동네 뒷산에서 아이들끼리 장난치며 놀던 놀이의 일종이었던 스노보드가 스키장을 헤집고 다니는 꼴이 영 마뜩치 않았다. 스노보드는 더 이상 아이들 놀이가 아닌 동계레저의 일종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왔지만, 스키어들의 높은 콧대는 내려올 줄 몰랐다. 하지만 스노보드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키장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게 절실했다. 버튼사에서는 스키장과 리프트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였다. 마침내 90년대에 들어 미국 전역의 스키장은 스노보더에게도 문을 열었다.

서러운 역사를 갖고 있는 스노보더지만 어려웠던 시절이 꼭 나쁜 건 아니었다. 리프트를 탈 수 없었던 때, 데크를 들고 끙끙대며 산에 올랐던 기술이 지금은 스노보딩 과정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보드를 신고 슬로프를 오르는 클라이밍과 스노보드를 들고 슬로프를 오르는 하이크 업이 그것이다.

1959 Hunter
미국 사냥꾼들이 사냥을 하고 산을 내려올 때 판에 막대와 끈을 부착해 사용한 게 스노보드의 시초라고 전해 내려온다.

1963 Tom Sims
호기심 많고 영리했던 톰 심스는 학교 과제로 스키를 개조한 스키보드를 만들어냈다. 양발을 각각 데크에 올리던 스키에서 영감을 받아 나무 판자(데크)에 양발을 모두 올리고 타기 시작한 것. 엉뚱한 소년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새로운 겨울 스포츠의 태동을 알렸다.

1965 Sherman poppen
심스의 시도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서먼 포펜은 사랑스러운 자녀에게 겨울 놀이 도구로 선물할 게 없을까 고민했다. 평소 파도 위에서 서핑을 즐기던 서먼 포펜은 서핑 보드를 이용해 눈 위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놀이를 개발한다. 이름하여 스너핑. 스노우와 서핑이 결합한 말이다. 스너핑은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순식간에 인기를 얻었다.

1975 Dimitrije Milovich
나무 판자에 불과한 단순한 데크를 보며 불편한 점을 개선하고 과학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디미트리제 밀로비치였다. 밀로비치는 사이트컷, 샌드위치 방식의 구조를 적용한 스노보드를 만들었고 윈터스틱이라 이름붙였다. 독특한 모양새로 신문에 소개가 됐고 이를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으니, 스노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이크 버튼이다.

1977 Jake Burton
뭐니뭐니해도 스노보드의 대중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제이크 버튼이다. 스노보드 역사에서 그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가 스노보드를 개발한 건 아니었다. 그는 남들보다 조금 더 서핑과 보드, 스키를 좋아했고, 사업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윈터스틱을 보고 ‘대박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자신의 집 차고에서 스노보드 제작에 들어갔다. 전국에서 걸려오는 문의 전화를 받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박이 났다.

테리에 하켄슨
테리에 하켄슨은 혜성처럼 나타나 은퇴할 때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킨 스노보드계의 전설이다. 15살이라는 나이에 당시 최고의 자리에 있던 제프 브러시를 재패하면서 신예로 떠오른 테리에 하켄슨. 그가 지금까지 존경받는 이유는 최고의 실력과 부, 명예를 지녔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스노보드 자체를 사랑한 라이더였다. 대회가 없는 날에도 산에 올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백컨트리 프리라이딩을 즐겼다. 산이 좋았고, 눈을 보면 즐거웠다. 그가 걸어간 길과 남긴 말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진정성 있는 선수였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유명한 라이더들이 유명세를 얻으며 멋진 차를 소유하고 좋은 집에서 잠들 때, 진정한 라이더들은 숲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숀 화이트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라이딩을 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그에게 ‘나는 토마토’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그 톡톡 튀는 머리 색깔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어릴 때부터 비범한 두각을 드러냈다. 자기 키보다도 큰 보드를 처음 타고 단숨에 공중회전을 성공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 길로 맞춤형 어린이용 데크를 주문했다.

“스노보딩이 제 영혼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서 저는 보딩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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