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SNOWBOAR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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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효진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5.01.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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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는 재미있어야 한다

올림픽도 안 나가고 싶어요. 이를 악물고 도전하면 가능성은 있겠죠. 하지만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고. 저는 청소년 애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보드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저는 계속 보드만 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힘닿을 때까지.

그래도 요즘은 상황이 조금 나아요. 달마배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면 달마팀으로 선발되고 그때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저희가 받는 거보다 애들이 받는 게 훨씬 나요. 저는 타보았자 언제까지 타겠어요. 애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잖아요. 여기서 조금만 더 노력을 하면 저희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아쉽죠. 제가 지금 탔으면 정말 좋은 환경에 탓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지금처럼 먼저 가서 애들이 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희같이 먼저 가서 당겨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린 친구들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겠어요.

보드는 쇼맨십을 위한 것이에요. 많은 점수를 얻기 위한 라이딩 보다 멋있게 타는 게 보드라고 생각합니다. 고난도 기술을 보여도 멋이 없으면 자기만족일 뿐이죠. 타는 선수도 지켜보는 관객도 함께하는 동료들도 모두 즐거운 게 보드입니다. 그래서 보드는 같이 타야 더 재미있어요. 어려운 기술을 성공하면 서로 격려해주고, 그 재미예요.

데니데이비스 선수를 좋아해요. 정말 멋있어요. 점수를 위해 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본인도 즐거운 기술을 선보입니다. 3점 밖에 안 되는 낮은 점수의 기술도 이 선수는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즐거워하니까요.

불교와 비슷한 점이요? 자유를 추구한다는 것 아닐까요? 젊은 사람들은 구속을 벗어나 자유를 느끼기 위해 스노보드를 탑니다. 불교에서 추구하는 생사를 초월하는 자유 의지와 꼭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관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달마보드가 출시됐어요. 지난 해 장식용으로 제작됐던 달마대사 보드가 올해는 라이딩 용으로 나온 것이죠. 한정판이에요. 몇 해 전부터 달마배 스노보드대회를 유심히 지켜보던 스노보드 용품 제조·수출 브랜드 버즈런 대표의 호의로 제작하게 됐습니다.

보드 위에 새겨진 달마 대사 그림과 바닥의 용 자는 제가 직접 그리고 쓴 거예요. 그림과 글씨 크기도 원본 사이즈와 동일하고 먹물이 떨어진 자국까지 그대로 살렸습니다.

만약에 팔린다면 수익의 일부를 달마팀이나 캠프, 대회에 후원하는 데 쓰고 싶습니다. 중상급자 용이에요. 이 세상에 이 모델은 이번 밖에 없어요. 한정판으로 제작했어요. 사이즈는 55, 57, 43입니다.

달마배는 내 개인이 만든 대회가 아니라 선수들이 만들어 나간 대회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어요. 저는 종교 색을 띄지 않는 이름으로 하고 싶었는데 선수들이 달마배라고 이름을 지어 대회를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이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사실 선수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으면 없어졌을 거예요. 저도 스키장에 가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도 하고요. 선수들이 달마배가 없어지는 걸 아쉬워해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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