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수업 | 나무가 숲으로 가는 길
문학수업 | 나무가 숲으로 가는 길
  • 선정 및 발췌 서승범 차장
  • 승인 2015.01.14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저 디킨의 나무와 사람 여행 이야기

작은잎피나무는 아래쪽 가지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리는 성향을 가졌다. 마치 중력에 저항하기가 싫증난 듯, 그것들은 구부정하게 땅에 파묻히며 쭈그리고 앉았다가, 곧이어 충분한 잎사귀가 형성될 정도로 깊이 몸을 파묻고, 흙을 뭉개서 뿌리를 뻗고 새로운 줄기를 올려 보낸다.

그리하여 피나무는 돌투성이 강둑이나 벽의 돌들 위로 퍼지고 기어나갔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는 여러 그루의 나무들로 이루어진 대열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하나의 유기체인 것이다. 조지는 나무들의 독특한 습성과 형태-심지어 각각의 정확한 음영-를 식별하는 방법을, 그리고 각각의 나무가 똑같은 종에 속하는 이웃 나무와 얼마나 다른지를 인식하는 방법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 ‘나무가 숲으로 가는 길 WILDWOOD : A Journey Through Trees’ | 로저 디킨 Roger S. Deakin 지음 | 박중서 옮김 (2011. 까치)
따라서 우리가 걸어가는 동안 위로 우뚝 솟아오른 피나무들은 종종 단일한 존재가 200년 동안 파묻힘으로써 그 복제품을 통해 계속 번식한 것으로, 마치 ‘맥베스 Macbeth’에 나오는 움직이는 숲처럼 움직이는 강둑을 따라 몇 미터를 움직인 것이었다.

이 나무들이 세인트 브라이어벨스 커먼을 가로지르고, 그리하여 느린 속도로 자신들을 위한 새로운 땅을 차지한 은밀한 방식은, 불법 거주자들이 했던 행동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콜린 워드는 ‘빈농과 불법 거주자 Cotters and Squatters’에서 뉴포리스트의 평민들과 불법 거주자들 역시 세인트 브라이어벨의 작은잎피나무를 거의 정확히 모방한 유기적이면서도 명석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들의 점유권을 늘려나갔음을 얘기한 바 있다.

“산울타리의 안쪽을 잘라내고, 그 잔가지 등속을 바깥쪽에 버렸다.그렇게 해서 밖에 내린 잔가지가 다시 뿌리를 내리면 일종의 이동식 담장이 되는 셈이어서, 불법 거주자들은 계속해서 안쪽을 잘라내서 바깥쪽에 덧붙이게 되었다.” (155~156쪽에서 발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