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캠핑…둘레길 캠핑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캠핑…둘레길 캠핑
  • 황제현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1.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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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힘들 때, 힐링이 필요해

업무에 시달리고 사람에게 상처받고 마음이 답답할 때,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진다. 퇴근길 교통 체증에 분노를 억누르고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와 지하철에서 타인의 체취를 고스란히 참아가며 집으로 돌아오면 어김없이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네가 있어 참 다행이다. 너의 천진난만한 미소와 온몸으로 즐거움을 표현하는 몸사위에 내 몸과 마음도 덩달아 춤춘다. 그래, 내일은 너와 함께 힐링을 위한 캠핑을 떠나야겠다.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깜빡 속아
눈이 온다고 했다. 요 근래 계속 눈 소식이 들렸다. 흥에 겨워 썰매 타는 아이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TV 화면을 가득 채웠고, 어딘가는 폭설로 교통이 마비되었다. 업무와 교통 체증에 시달리다가 겨우 집에 도착해 양말을 벗어던지고 TV를 켜자, 일기예보를 전하는 기상 캐스터의 손가락이 눈 내리는 아이콘을 가리키며 주말 내내 전국에 눈이 올 것을 알렸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내리는 눈을 본 적도, 맞은 적도 없었다. 반려견 몽실이가 소파에 반쯤 누운 내게 다가와 앉으며 하품을 한다.

그래, 너도 올해는 눈 오는 날에 나간 적이 없구나.
몽실이가 뭘 아는지 고개를 주억거린다. 제법 털이 자란 몽실이를 쓰다듬으며 자세를 고쳐 앉는다. 주말에 캠핑이나 갈까? 마음이 통했는지 몽실이의 눈이 반짝인다. 몽실이도 하루 종일 집에만 갇혀 있어 답답했을 것이다. 약혼자인 S는 얼마 전 다녀왔던 파주의 마장저수지 호수캠핑장에 다시 한번 가보자고 한다.

캠핑장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이 가팔라서 눈이 많이 오거나 빙판길이 생기면 위험할 수도 있지만 워낙 캠지기가 부지런해서 걱정이 없다. 게다가 캠핑장 바로 옆으로 마장저수지 둘레길이 있어 몽실이와 함께 산책하기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다음 날, 맑은 하늘에 기분이 울적해진다.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애꿎은 햇님 아이콘만 방긋 웃고 있다. 간만의 스노우 캠핑에 차질이 생겨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는 데도 마냥 좋아하는 몽실이를 보니 이번 애견캠핑도 몽실이를 위한 캠핑이구나 싶다.

저수지의 개들
캠핑장은 주말인데도 한산하다. 4천 평의 면적에 최대 40개 사이트만 운영하기에 원래 사이트간 간격도 넓고 여유로운데 오늘은 운 좋게 전세캠핑이다. 반려동물 입장 가능 캠핑장이어서 평소에는 목줄을 하고 다녀야하지만 이번엔 목줄 없이 마음껏 돌아다니게 할 수 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생리현상을 참고 있던 몽실이는 켄넬 문을 열어주자 뛰쳐나와 땅바닥 여기저기에 킁킁 냄새를 맡더니 자리를 잡고 용변을 해결한다. 켄넬 이동에 익숙해진 몽실이가 기특해 특급 칭찬과 함께 간식을 주고 용변을 본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한다.

마장저수지를 마주보고 있는 드넓은 캠핑장 한켠에 사이트를 구축하고 몽실이와 산책을 나선다. 캠핑장에서 마장저수지 둘레길까지 걷기 시작하는데 몽실이가 먼저 후다닥 달려간다. 길이나 알고 가는 건지 한참을 뛰어가다가 천천히 걷고 있는 내게 다시 돌아온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슨 심보인지 길 양옆으로 빼곡하게 나 있는 갈색으로 빛바랜 풀숲에 뛰어든다. 거스럭 거스럭 소리를 내며 여기저기 헤집다가 땅에서 올라오는 겨울 냄새를 맡고 거칠게 변해버린 풀도 물어 뜯어본다.

몽실이의 일탈(?)을 가만히 지켜보던 내 손을 S가 따뜻하게 잡아준다. 아름다운 풍경과 행복한 시간이다. 우리 모두 너무 지쳐있었다. 드넓은 우주 속에서 지구가 그러하듯, 우리도 대자연의 한 가운데에서 개미처럼 작아진다.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고민들도 한없이 보잘 것 없어진다. 사그라진다. 사라진다.

다시 돌아온 몽실이는 하얀 털 여기저기에 가시풀을 잔뜩 달고 있다. S는 빗을 꺼내 열심히 털을 골라보지만 빗질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몽실이는 요리조리 몸을 피한다. 별 수 없이 얼굴 쪽에 있는 가시풀들만 대충 떼어내고 길을 재촉한다. 왕복 1시간 거리인 둘레길에도 사람이 없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분노한 시민들이 집에서 방콕 중인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오늘만큼은 둘레길도 우리 가족만을 위한 공간이다.

기온이 뚝 떨어져 저수지에 고여 있는 물이 두껍게 얼어붙었다. 몽실이는 처음 보는 광경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저수지 저 너머를 응시한다. 앞발로 조심스럽게 얼음을 툭툭 건드려보다가 괜찮다 싶었는지 뒷발도 하나 얼음 위에 얹어본다. 발이 시리지도 않은지 성큼성큼 얼음 위를 걷는다. 땅과 맞닿은 부분은 얼음이 두꺼워 안전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면 위험하겠다 싶어 몽실이를 부른다. 몽실이는 착한 어린이. 종종걸음으로 돌아와 안전한 땅 위를 걷기 시작한다.

둘레길의 나무 데크에 다다르자 날개라도 돋아난 듯 크게 곡선을 그려 점프해 데크 위에 착지한다. 그리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몽실이의 발이 보이지 않는다. 몽실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너도 맺힌 게 많았나 보다. 달리고 싶었구나. 목축견인 몽실이가 끓어오르는 양치기의 피를 억누르고 살아야 했을 테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몽실이가 이제 좀 지쳤는지 헥헥거리면서 다가온다. 난간에 기대어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S 옆으로 몽실이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와 앞발을 점프해 난간에 함께 기댄다. 사람 같은 녀석이다. 까만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처음 보는 호수를 눈에 담고 냄새를 맡는다.

S와 함께 말없이 힐링하고 있던 나는 마치 우리 셋의 모습이 멀리서 보면 세 마리의 동물로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전생에 모두 한번쯤은 개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그래서 지금 생에서 개로 태어나도 ‘나는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게 아닐까. 개들이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은 그들이 전생에 사람이었던 습성 때문일 것이라고 멋대로 추측해본다.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몽실이가 지쳐 보여 집에서 자주 해주던 어부바를 해봤다. 한 덩치 하는 몽실이는 거침없이 등에 올라 타 좋다고 헤헤 웃는다. 얼마 못 가 내가 지쳐서 포기한다. 미안하다 몽실아, 엄마가 겨울에는 체력이 약해.

힐링으로 따뜻해지는 시간
텐트로 돌아오자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저수지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우리는 한없이 따뜻한 시간을 유영한다. 물을 한바가지 마시고 켄넬에 들어간 몽실이는 코를 드릉드릉 골고 뒷발로 발길질을 하고 방귀까지 뀌면서 잠을 자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걷고 뛰었더니 많이 피곤했나 보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몽실이가 스르륵 일어나 기지개를 켠다. 버닝 크래프트 난로의 오븐 기능을 이용해 고구마를 쪄내고 몽실이의 사료 위에도 한 움큼 올려주었더니 고개 한번 안 들고 먹기 시작한다. 아드득 아드득 사료 씹는 소리가 텐트 안을 가득 채운다. 요 녀석이 맛있는 것은 알아서 군고구마가 있는 부분만 먼저 해치우고 그 다음으로 사료 부분을 먹기 시작한다. 입맛이 아빠를 닮았다.

다음날 여명이 밝기 전, 일찍 기상해서 의자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겨울은 후각으로 계절감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계절. 멀리서 희미하게 아침 냄새가 몰려온다. S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와 내 옆에 의자를 펴고 앉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이렇게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얼마 만인지.

우리는 모두 외롭지만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한다. 캠핑을 즐기는 이들의 특권은 대자연이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 혹은 세상에 나만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없이 무거운 정적을 곁에 둘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캠핑을 떠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결국에는 길고도 짧은 삶의 쉼표를 위한 것임을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 쉼표에서 누군가는 말없이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들과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강아지와의 추억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태초에 인간의 조상들은 모두 캠핑을 했다. 우리 DNA 속에 잠자고 있는 캠핑 본능을 깨우자. 저기 멀리 있는 캠핑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자. 형태는 다르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지구에서 캠핑하고 있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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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팔방 헤집고 돌아다니는 반려동물이 걱정된다면|리드줄과 리콜 훈련
평소 리드줄을 하고 산책을 즐길 때 반려동물의 행동을 제어하는 훈련을 꾸준히 했는가. 만약 그렇다면 반려동물은 당신의 목소리 톤이나 음색, 그리고 리드줄의 풀림과 당김에 따른 강화 훈련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반려동물이 등산이나 산책을 즐길 때 마주 오는 사람을 향해 달려 나가려고 한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길 가장자리로 비키면서 리드줄을 팽팽하게 당겨 다리 쪽에 붙인다.

▲ 몽실이의 2014년 여름, 긴 털을 휘날리며 리콜 훈련 중이다.

그리고 짧고 단호하게 “기다려”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잘 안되더라도 반려동물이 지시에 따를 때까지 반복해서 훈련하도록 하며, 반려동물이 지시에 잘 따르면 “잘했어!”나 “좋아!” 등 밝은 목소리로 짧게 폭풍 칭찬해준다.

반려동물이 혹시 당신의 부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방으로 날뛰면서 돌아다니는가. 그렇다면 리콜 훈련을 해야 한다. 리콜 훈련은 멀리 떨어져 있는 반려동물을 불러들이는 훈련이다. 먼저 반려동물의 주의를 끌 수 있는 목소리 톤과 억양으로 이름을 부른다. 평소와 다른 목소리로 부르면 반려동물은 즉각 반응을 보일 것이다.

만약 반려동물이 부름에 반응하고 곁으로 다가와 앉으면 밝은 목소리로 짧게 칭찬하면서 작은 간식을 준다. 반복적으로 행동을 강화시키는 훈련을 하면 낯선 장소에서도 반려동물을 불러들일 수 있다.

Information
서울 구파발에서 20km 거리로 도심에서 가깝고 주변이 저수지와 수목으로 둘러싸여 아늑하면서도 풍광이 아름다운 파주 마장저수지 호수캠핑장은 유유히 흐르는 마장저수지 둘레길 상류의 전망 좋은 곳에 위치했다.

저수지 근처, 소나무와 참나무 숲속, 언덕 등 다양한 자리에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고 온수 사용이 가능한 욕실 2곳과 화장실, 공동 개수대 등 기본 시설도 모두 갖추고 있다. 조만간 화장실과 세면대 등은 새로 확충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네를 타는 강아지가 볼거리죠. 이름은 복실이에요. 복실이 외에도 10마리를 더 기르고 있어 저도 애견인이라 할 수 있어요. 캠핑장은 애견캠퍼는 애견캠퍼끼리, 아이들 있는 가족은 그들끼리, 연인들은 연인들끼리 모아서 배정하는 편입니다. 캠핑장에서 풀어놓을 수는 없어도 목줄을 하면 얼마든지 반려동물과 캠핑을 즐길 수 있어요.”

마장저수지는 파주시 광탄면 마장리에 위치한 6만평 면적을 가진 중형급 저수지로 낚시터로 명성을 떨쳤지만 심각한 훼손으로 현재는 금지됐다. 저수지 주변으로 깔끔하게 조성된 둘레길을 산책할수 있고 등산로도 있어 가볍게 트레킹하기 좋다.

▲ 캠핑장과 만남의광장을 운영하는 조성자 대표

캠핑장 초입에 위치한 마장 만남의광장은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쉼터다. 중앙에 놓인 거대한 난로 근처에서 몸을 녹이려고 다가가면 어디선가 풍겨오는 군고구마 익는 냄새에 침이 고인다. 캠핑장을 이용하는 손님에게는 커피와 같은 차 종류와 고구마를 무료로 제공한다.

카페 내부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데 특히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최민경 선수의 사진이 눈에 띈다. 조성자 대표의 딸이라고 하는데 가만 보니 닮은 것도 같다. 시골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게 왔다 가라며 푸근하게 미소짓는 조 대표는 강아지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캠핑장뿐 아니라 카페 안으로도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파주 마장저수지 호수캠핑장
주소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기산리 387-11
문의 031-942-7718
요금 텐트 1동당 3만원
주변 관광지 장흥자생수목원, 장흥아트파크, 장흥조각공원, 장흥아트밸리, 송암천문대, 청암민속박물관, 일영유원지, 필룩스 조명박물관, 벽초지수목원, 서삼릉 은사시나무길 등

 ※장비제공/ 난로 버닝 크래프트, 텐트 내셔널지오그래픽, 애견침대 베드업, 의류 안나푸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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