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야영장 폐쇄 간담회②…“산악단체가 자율관리제안”
인수야영장 폐쇄 간담회②…“산악단체가 자율관리제안”
  • 박성용 부장
  • 승인 2014.12.31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 확정한 계획 일방적 전달하는 자리에 불과…산악단체 망라한 비상대책위 구성 결의

사무소장, “백운산장으로 숙영 유도하겠다”
한국산악회 유학재 산악기술이사는 “삵의 이동 경로와 야영장 거리가 멀고 삵은 예전부터 북한산에 서식해오고 있다”면서 “참나무 시들음병은 전국적인 현상인데 왜 인수야영장만 문제가 되냐”고 따져 물었다. 또 한국산악회 함기철 안전대책위원장은 “미국 요세미티 공원에 가면 야생동물들과 야영객들이 공존한다”고 선진국 사례를 소개했다.

▲ 포크레인을 동원해 인수야영장을 인위적으로 파괴한 행위야말로 환경훼손이라고 항의하는 서울시산악연맹 서우석 이사. 사진 양계탁 기자

이어 한국대학산악연맹 배성우 총무이사는 “설악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공사와 3일간의 경기를 위해 가리왕산을 통째로 날리는 스키장 건설엔 입 다물고 있는 공단이 과연 자연보전을 말할 수 있냐”고 한 뒤 “이 자리가 야영장 복원을 위한 자리인지, 폐쇄를 논하는 자리인지 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산악인들의 날선 반박과 항변이 이어지자 이상배 소장은 “불특정 다수까지 감안해 공원을 관리해야 하는 우리 입장도 고려해 달라”고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에 한국대한산악연맹 김동수 자문위원은 “북한산 정상에 가면 보이는 건 아파트와 데크 뿐이다. 야영장을 통해 자손만대에게 물려줄 것은 산악문화”라고 한 뒤 “강력한 규탄 성명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간담회 도중 고개를 숙이고 고심하는 이상배 북한산 사무소장.

▲ 산악인들은 자기 쓰레기는 다 갖고 내려간다고 말하는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 김창곤 대장.
우리가 원하는 건 대피소 침상이 아니다

한편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 김창곤 대장은 “1년에 반 정도는 경찰구조대에 상주하고 있어 실정을 잘 안다. 산악인들은 우려와는 달리 야영하면서 발생하는 자기 쓰레기는 다 가져간다. 그러나 다소 지나친 음주와 너저분한 음식물이 문제”라고 양측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에 한국대학산악연맹 김동수 자문위원은 “야영장 문화 정착에 산악단체들도 앞장서겠다. 내부에서 자정 노력을 기울여 과도한 음주와 말썽을 피우는 산악회나 산악인들에게는 출입금지 등과 같은 제재를 가하는 노력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산악인들이 인수야영장 폐쇄 계획 철회를 계속해서 요구하자 이 소장은 “야영장 폐쇄 후 백운대피소로 숙영을 유도할 계획이고, 해외원정 등 훈련이 필요하면 과거 인수대피소 터에 별도의 야영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기막골에 편의시설을 갖춘 고급 야영장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철주 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피소 침상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은 뒤 “야영은 잠자리 제공이 아닌 산악훈련과 정신 함양에 꼭 필요한 등반 필수 조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학재 이사는 “인수야영장은 대한민국 유일의 등반을 위한 야영장으로 한국 알피니즘의 발원지”라고 설명한 뒤 “산악인들의 정신과 문화가 담겨 있는 장소로 폐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산악단체, “야영장 자율 운영 관리” 제안
한때 파국 조짐까지 보였던 간담회는 유학재 이사가 ‘산악단체의 야영장 자율적 관리’ 방안을 거론하면서 일단락을 맺었다. 유 이사는 “남아 있는 야영 사이트 34개소 운영과 관리를 산악단체에게 맡겨 달라”고 한 뒤 “1년간 시범 기간을 두고 야영장 문제점들을 개선하거나 고쳐나가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소장은 향후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 강력한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히는 한국대한산악연맹 김동수 자문위원.

한편 이철주 위원장은 "헬기로 포크레인을 공수해 야영장을 인위적으로 파괴한 정비 사업이 자연공원법령에 따른 적법한 행위인지, 아니면 이상배 사무소장 개인의 독단적 결정인지 관련 법규를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양측은 2월 중에 북한산 현장서 간담회를 더 갖기로 합의했다. 산악인들은 간담회가 끝난 후 “오늘 간담회는 이미 인수야영장 폐쇄를 결정해놓고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리에 불과했다”고 평가한 뒤 “산악단체의 야영장 자율적 운영 관리”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산악단체들을 망라한 ‘북한산 인수야영장 폐쇄 계획 철회를 위한 비상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의했다.

▲ 이상배 사무소장이 들고 있었던 예상 질의서. 북한산 사무소는 간담회 준비를 나름대로 치밀하게 했지만 산악단체들의 거센 항의는 막지 못했다.

▲ 산악인들의 반론과 반박을 듣는 이상배 사무소장.

▲ 서울시산악연맹 송정두 사무국장이 손을 들어 보이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간담회는 일방적 계획 전달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