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어디로 떠나볼까?
이번엔 어디로 떠나볼까?
  • 류정민 수습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12.19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브 앤 프리·좋은 여행·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등

찬찬히 책을 읽어내려 가다보면 어느덧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를 거쳐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내 발로 직접 떠나는 것보단 덜하겠지만 그들보다 여유롭게 여기저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다녀보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다. 눈 내리는 날 따뜻한 차 한 잔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러브 앤 프리/다카하시 아유무
스물여섯 살에 결혼한 작가는 결혼식 3일 뒤 아내와 세계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2년 동안 세계 수십 개 나라의 길목을 마음이 이끄는 대로 걷는다. 방랑자 같은 삶을 꿈꿔온 내 인생의 방향을 잡아준 나침반 같은 책. 10년이 지난 지금도 초판 그대로 고이 모셔두고 답답하거나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고 이 책의 기운을 빌린다.

열일곱 살 여고생이었던 나에게 이 책을 선물해 준 친구도 제주도에서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아주 자유롭게 살고 있다. 너와! 나의! 연결! 고리! 는 러브 앤 프리! 이건 그냥 여행책의 교과서 같은 존재다. 읽어야만 해. 뉴욕 에디션은 내용은 같으나 한글 옆에 영어로 된 원본이 적혀있고 기존 판보다 아름다운 색의 사진과 일러스트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취향대로 골라 읽으면 되겠다.

좋은 여행/이우일
만화가의 책이라 그런지 그림이 많아서 참 좋다. 너무 감성적이지도 지루하지도 않아 그림책처럼 생각 없이 자꾸자꾸 펴보게 된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진짜 나와 내 친구들이 여행하는 것처럼 온갖 기상천외한 일들이 생기고 또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하와이 와이키키해변에서의 서핑 이야기! 누구나 그렇듯 와이키키해변에서는 늘씬한 언니들이 비키니를 입고 멋지게 서핑할 것 같은데 로망을 갖고 여행 온 노년의 관광객들로 북적인다니.

그곳에서 레게머리 남자와 문신 남자에게 싸구려 서핑 수업을 받게 된 이야기는 나도 초보 서퍼라서 그런지 더 공감이 됐다. 그림으로 그려진 와이키키해변이 꿈에서도 나올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뭐. 짐을 꾸리는 방법부터 작고 큰 여행까지 아주 다양하고 좋은 여행들이 가득 담긴 책. 무엇보다도 그림의 색이 참 곱다. 그림만 넘겨봐도 행복해.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김동영
겨울·봄·여름. 230일에 걸친 로드무비 한 편을 본 기분이다. 오로지 66번 도로를 향해 떠난 미국 여행. 별안간 해고를 당한 라디오 방송 작가는 그렇게 홀연히 떠났고 ‘생선’이라는 이름으로 책 한 권을 들고 돌아왔다. 미국의 동부와 서부를 잇는 66번 도로가 별거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걸 만한 도로였고 많은 책과 음악들이 이 도로에서 태어났다.

드러머로도 활동하는 작가 특유의 감성에 맞는 음악과 가사들이 책 곳곳에 등장하고 그 노래들과 함께 한 장 한 장 읽어가는 맛이 끝내준다. 한 권의 특별한 음악 여행을 하는 기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길을 달리고 달리게 될까. 떠나보지 않아도 조금은 알 수 있다. 그의 솔직담백한 언어들로.

세계를 읽다 호주 편/일사 샤프
그야말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반적인 여행 책이다. 뜬구름 잡는 그런 흔한 이야기들이 아닌 지금 이 시간에도 호주에서 벌어지고 있고 누구나 경험하는. ‘세계문화안내서’라고 표현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호주의 역사, 문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한데 녹아있다. 책을 읽다 보면 호주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에 가고 싶다는 생각보단 호주에 가서 살고 싶고, 호주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더 먼저 든다. 진정한 여행이란 이런 게 아닐까?

호주 사람들은 팁을 받는 것을 모욕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땀 흘려 일한 대가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정해진 액수만큼 받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그리고 호주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욕을 아주 잘한다는데 이런 거친 입담에 당했다면. 읽어보시라. 이런 자극적인 이야기들만 눈에 쏙쏙 들어오는 난 지금 호주를 거쳐 터키와 프랑스로 가고 있다. (터키 편과 프랑스 편을 읽겠다는 뜻이지. 하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