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고등어’의 텐트 이야기 | 마운틴 하드웨어 텐트(상)
‘양식고등어’의 텐트 이야기 | 마운틴 하드웨어 텐트(상)
  • 글 사진 조민석 기자
  • 승인 2014.12.18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틴 제미티스의 등장

이번에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릴 텐트 메이커는 마운틴 하드웨어입니다. 구멍이 숭숭 난 육각 너트, 마운틴 하드웨어 사의 CI, 다들 잘 아시지요? 대개는 마운틴 하드웨어를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해외에서는 원정용 텐트가 아웃도어 의류 제작만큼이나 높은 공신력과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1993년에 시작된 브랜드인 만큼 타 브랜드들에 비해 그리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뛰어난 기술력과 아이디어, 수많은 수상 경력을 바탕으로 긴 역사를 가진 아웃도어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요.

▲ 97년도에 출시되었던 1세대 트랑고 텐트입니다. 플라이의 색상이 에메랄드 색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11개의 라인업으로 시작하다

마운틴 하드웨어 사가 원정용 알파인 텐트를 출시한 것은 회사가 설립된 지 4년 여가 지난 1997년이었습니다. 마틴 제미티스(Martin Zemitis)는 17세의 나이에 시에라 마운티어링즈 사를 설립한 이래 마운틴 하드웨어 사와의 인수합병 끝에 총괄 디자이너 자리를 꿰찼습니다.

그를 필두로 필드테스트를 비롯한 각종 연구 개발에 4년 여의 시간을 투자했다는 점은 당시 동 업계에 있는 텐트 메이커들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평균적인 수준이었지만, 텐트 메이커로서 마운틴 하드웨어가 내딛은 첫 걸음은 여러 모로 크나큰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 97년도 1세대를 시작으로 2세대까지 생산되었던 스카이뷰 1.5세대 텐트입니다. 특이한 전실 구조와 폴 구조가 가장 큰 특징입니다.

무엇보다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단숨에 11개의 모델을 출시했다는 점이었습니다. 20세기 중반의 텐트 메이커 모스가 첫 삽을 떴을 때 출시되었던 모델은 팝업 텐트 하나가 전부였고, 텐트 메이커 노스페이스 또한 초창기에는 지오데식 돔 구조를 기반으로 하여 4개의 모델을 출시했다는 전례를 생각하면 이는 전무후무한 사례였지요.

마운틴 하드웨어가 출시한 11개의 텐트 모두 외양은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사용 가능 인원 수에 차이를 둔 것을 제외하고도 각기 다른 폴 구조를 채택하고 있었다는 점 또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예로 스카이뷰 모델과 나이트뷰 모델을 들 수 있는데, 크기나 성능 등의 제원은 사실상 거의 동일했지만 폴 구조를 다르게 하여 전혀 다른 별개의 모델로 카탈로그에 소개하였지요.

▲ 97년도 1세대를 시작으로 3세대 초반기까지 생산되었던 나이트뷰 텐트입니다. 2세대까지는 디자인의 다양성 존중을 이유로 스카이뷰 모델과 병존하였으나, 3세대에 들어서면서 스카이뷰가 단종되었지요.

이 센세이션에 대한 업계의 해석 또한 분분했는데, 그들이 공통적으로 그 센세이션을 해석해 보니 결국에는 당시 경영진은 텐트 개발진의 총수였던 마틴 제미티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하였을 것이고, 마틴이 이 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집어넣은 결과가 바로 당시의 첫걸음을 일으킨 것이었다는 결론이 나왔지요. 사용 가능한 인원 수나 계절 등을 기준으로 텐트 라인업을 구성하는 보편적이고 정형화된 불문율을 단숨에 깨버린 셈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외적으로는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반면 대내적으로는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 있습니다. 약 2년 정도 초기의 텐트 모델 라인업 체제를 이끌어 나가 보니 결국에는 재정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하였지요.

▲ 에드 비에스터스가 이끌던 원정대에 함께 했던 최초기의 스페이스 스테이션입니다. 이후 개선되어 상용으로 판매된 모델과는 달리 상단부에 환기용 고깔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켰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난처한 일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모델별로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수익을 올리기에는 마케팅 전략이 그보다 한참 앞서나가는 폴 구조의 다양성을 커버하지 못했지요.

마침내는 이 전략을 유지를 두고 경영진과 개발진 간의 이견이 점점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동종 업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성능을 지닌 텐트를 개발해서 판매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가 동의했지만, 재정상의 효율성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곤 했지요. 그럼에도 마틴 제미티스와 개발진들은 컬럼비아 사에서 마운틴 하드웨어 사를 인수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곤 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부정적인 상황으로 보여질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사의 텐트 개발과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지요.

▲ 글래시스돔 시리즈의 성공 이후 미군 부대의 특수주문으로 제작된 군용 스페이스 스테이션입니다. 데저트 카모 버전으로 불리기도 하며, 폴 색상이나 원단에 있어서 상용과 차이를 보입니다.

스페이스 스테이션

텐트 개발의 측면에서나 판매 전략적 측면에서나 텐트 메이커 마운틴 하드웨어의 역사적 흐름에 분수령이 된 것은 바로 유저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스페이스 스테이션 텐트 시리즈의 개발이었습니다. 당시 마운틴 하드웨어 사에서는 세계적인 산악인 에드 비에스터스(Ed Viesturs)와 로버트 링크(Robert Link)를 공식적으로 후원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추가적인 비용이 정기적으로 들어가다 보니 재정적으로 여유가 줄어든 사내 경영진과 텐트 개발진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견은 이전보다 더 강해졌습니다.

마운틴 하드웨어 사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게 된 에드 비에스터스와 로버트 링크는 어느 날 마운틴 하드웨어 사의 경영진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비공식적으로 혹한의 상황에서 여러 모로 활용이 가능한 대형 쉘터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이 요청이 텐트 개발진의 대표인 마틴 제미티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 스페이스 스테이션 텐트의 성공을 바탕으로 개발된 파생형 모델인 스트롱홀드입니다. 결로가 거의 없고 실내 공기 순환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3세대 출시 이래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 모델입니다.

다른 프로젝트로 고민에 빠져 있던 마틴 제미티스는 이 요청을 두고 경영진과 ‘밀당’을 벌였고,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자 오기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마틴 제미티스는 결국 오늘날 스페이스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텐트의 구조 디자인을 단 4시간 만에 완성하기에 이릅니다.

마틴은 이 구조물에 글래시스돔(Glacis Dome)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지요. 스페이스 스테이션의 원형 디자인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텐트메이커 마운틴 하드웨어의 공식적인 3번째 컬러 디자인인 회색과 주황색, 진보라색의 조합이 공개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5기의 스페이스 스테이션이 수작업을 통해 완성되어 산악인 2명이 이끄는 원정대에 전달되었지요.

▲ 스트롱홀드 텐트의 실내 모습입니다. 15개의 폴이 사용되는 만큼 내구성 못지 않게 실내외 디자인 또한 좋은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비슷한 반구 형태의 가장 큰 돔텐트는 노스페이스 사에서 기함급 모델로 출시한 2.5m 돔이 가장 큰 것이었지만, 밑면의 지름만 해도 6m에 달하는 스페이스 스테이션의 등장으로 인해 그 기록 역시 새로이 갱신되었습니다. 사용되는 폴은 장장 15개에 달하면서도, 설치는 노스페이스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편했고, 폴 전체를 스칸듐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5기의 스페이스 스테이션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아웃도어 업계는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이를 평가했습니다.

원정에 사용되었던 5기 중 3기는 극한의 상황에서 복구불능의 상태가 되어 처분되었고, 2기 중 1기가 이베이에 등장했을 당시 업계와 유저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엄청난 화젯거리가 되었습니다. 물론 결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히 높은 가격에 낙찰되었지요. 뒤이어 본사로 반환되었던 멀쩡한 1기도 경매시장에 등장하여 그보다 더 높은 가격에 낙찰되었다고 합니다.

▲ 스트롱홀드와 더불어 파생형으로 제작되었던 새틀라이트 DW 모델입니다. 4인용으로 개발되었으나 비싼 가격과 경영효율성 저하 문제 때문에 출시 후 얼마 되지 않아 단종의 수순을 밟았습니다.

스페이스 스테이션의 성공에 힘입어 경영진은 마틴을 비롯한 텐트 개발진들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이 대성공을 계기로 마틴은 글래시스돔 구조를 활용하여 파생형 모델을 만들어내어 출시하기에 이릅니다. 그것이 바로 4인용 모델인 새틀라이트 DW와 같은 크기이지만 싱글월로 제작된 새틀라이트 SW, 밑지름이 4.5미터인 스트롱홀드 모델입니다.

이로써 텐트메이커 마운틴 하드웨어는 경영진과 텐트 개발진 간 이견 차이 문제를 일련의 놀라운 해프닝으로 말끔히 해결하고 매출과 브랜드 인지도를 차츰 올려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하나 생기게 되죠. 아웃도어 업계에서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컬럼비아 사에서 마운틴 하드웨어 사를 인수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그들의 향방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내년 1월호에 들려드리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