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멋지게 춤춘 기념품 가겟집 딸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멋지게 춤춘 기념품 가겟집 딸
  • 정진하 기자
  • 승인 2014.12.05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 기자의 쿠바 비아헤 ③

내가 머물렀던 그곳의 시간은 안녕한지, 가끔 안부를 묻고 싶어질 때가 있다. 푸석푸석한 현실의 삶을 마주할 때는 더욱 그렇다. 쿠바 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수도 아바나. 해가 지면 낡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골목, 누군가의 쓸쓸한 뒷모습까지 품어주는 바다, 밝은 쿠바노들의 미소가 생각날 때, 언젠가 ‘찐’하게 다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기로 했다.

▲ 벽에 메달아 놓은 물고기를 사라며 엄지를 치켜 세우는 쿠바노.

▲ 아르마스 광장의 조각상 머리 꼭대기에 앉은 비둘기.
요란하게 우는 닭소리에 잠이 깼다. 국적을 불문하고 닭들은 성량 대결에 여념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간밤에 시원한 소나기가 내렸다. 밤새 빗소리를 배경으로 모기와 사투를 벌인 나는 조금 늦게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카피톨리오가 있다.  그곳은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라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곳은 내 나침반이기도 했다. 시내 중앙에 있어 묻기도, 찾기도 쉬워 길눈이 어두운 사람은 카피톨리오 근처에 숙소를 정하면 좋다.

아바나의 대표적인 관광지들은 구역에 따라 대부분 도보로 이용이 가능하다. 한국의 명동과 같은 오비스포 거리를 따라 내려오면 소박한 아르마스 광장이 나온다. 광장 한편에서는 헌 책들과 기념품을 판매한다. 관광객들은 잠시 숨을 고르며 자신만의 박자로 머무르기도 하고 쿠바노들은 나른한 삶의 풍경을 그리기도 한다. 그곳에서 나는 지인의 결혼식 때문에 온 과테말라 친구와 광장으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여행의 외로움을 달랬다.

▲ 아르마스 광장의 헌책들.

▲ 기념품 가게 앞에 앉아 악기를 연주하는 쿠바노.

나는 쿠바를 멀고 먼 나라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이들은 한국을 가깝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바나에서는 특히 한국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얼굴이 종종 눈에 띄었다. 또 세계적으로 대단한 열풍이었던 싸이의 ‘강남 스타일’도 쿠바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기념품을 사러 가게에 들렀다. 주인 아저씨는 중국 사람이냐고 묻더니 한국인이라고 말하자 화색을 띄며 자신의 딸을 불렀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 아이는 몇 분간 내 앞에서 한국 가수들의 춤과 노래를 메들리로 뽐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은 공연이 끝났다. 합격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쿠바에는 낡은 구시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사한 호텔이 있는 베다도 지역은 정비된 도로와 세련된 레스토랑 등이 있다. 몇 주간의 쿠바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아바나에서는 이 동네에서 묵었다. 아침이면 조용한 동네를 산책하기도 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꽤 맛있는 식사를 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의 공연은 아니지만 재즈클럽에서 수준 높은 연주자들의 공연을 감상했다.

▲ 해가 지면 가로등이 켜져 운치를 더한다.

▲ 요일마다 다른 뮤지션들의 공연이 펼쳐지는 재즈 클럽.

▲ 낡은 벽 앞을 지나가는 소년.
구겨진 지폐 한 장을 들고 나와 음료수를 사주겠다고 수줍게 말하던 청년, 공부한 한국어 문장들을 보여주던 중국 식당의 알렉스, 다른 나라에 가보고 싶지 않느냐고 조심스럽게 묻는 나의 질문에 푸른 바다를 품은 눈으로 이탈리아에 가보고 싶다고 말하던 학생까지. 불편하고 부족한 것 투성이인 나라, 이 도시가 사무치게 그리운 이유다.

아바나의 추억을 품고 쿠바의 시골 마을 비냘레스로 떠나기 위해 다시 짐을 꾸렸다. 삶을 여행처럼 즐길 수 없는 이유는 아마 어마어마한 짐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떠나자던 나의 다짐은 항상 무너졌다. 전날 예매해 놓은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나섰다.

주말 이른 시간 때문인지 호텔 앞에 항상 대기하던 그 많던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촉박한 나는 호텔 직원에게 표를 보여주며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한 블록이나 떨어진 곳까지 나를 데려가 택시를 잡아 주며 엄지까지 치켜세워 주었다.

무사히 도착한 나는 약간의 시간이 남아 얇은 햄과 치즈 한 장씩 들어간 샌드위치를 샀다. 버스 출발과 동시에 목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깊은 잠에 빠졌고 친절한 옆자리 아저씨는 창문 쪽에 앉으라며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그렇게 4시간을 달렸다.

▲ 프라도에는 주말이면 자신이 그린 미술품을 파는 작가들로 북적인다.

▲ 위에서 내려다 본 센트로 아바나.

▲ 말레콘 방파제에 앉아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는 소년.

▲ 주요 도시를 표시한 쿠바 지도.
아주 사소한 조언

비아술 버스로 이동할 때는 꼭 앞자리에 앉기를 권한다. 버스의 맨 뒷부분에는 화장실이 있어 햇빛 쨍쨍한 한낮이 되면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특히 장시간 이용할 때는 더더욱 앞자리를 사수할 것.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