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와 어우러진 밤 풍경이 아름다운 외레순대교를 넘어
풍력발전기와 어우러진 밤 풍경이 아름다운 외레순대교를 넘어
  • 글 | 사진 배재문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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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ampingTravel__북유럽 여행기③

▲ 북유럽의 캠프장은 각 사이트 별로 구역이 나눠져 있으며 각종 놀이기구와 다양한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었다.

오덴세에서 스웨덴의 말뫼를 거쳐 헬싱보리로

▲ 모두들 배가 고팠는지 저녁 식사로 만든 카레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북유럽에서 처음으로 묵은 오덴세의 캠프장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대부분 가족단위로 이용하고 있었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캠핑 문화가 널리 발달한 지역이니만큼 그에 맞는 각종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우선 리셉션 부근에 당구대와 탁구대가 있는가 하면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즐길 수도 있었다. 놀이터에는 대형 블록 장난감과 미끄럼틀, 트램펄린 등의 놀이기구가 갖춰져 아이들이 놀기에 그만이다. 이 외에 갓 구운 빵을 포함한 갖가지 물품들을 판매하는 매점이 있는가 하면 세탁기와 건조기는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었다.

그 덕에 오덴세를 비롯한 북유럽의 모든 캠프장은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곳의 캠프장은 놀이공원이나 수영장처럼 오전부터 오후까지만 머물다가는 사람들을 위한 요금제가 따로 있었다. 더불어 이곳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캠프장에 장기간 머물며 지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 카라반과 텐트를 연결해 장기가 캠핑을 즐기는 캠핑족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한 복지제도가 발달한 북유럽이다 보니 공기 좋고 물 맑은 캠프장에서 한가로이 노년을 보내는 노부부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때론 어떤 캠핑 카라반들은 이게 모터 카라반인지 아니면 아예 집안 살림을 통째로 옮겨온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도시에서의 빡빡한 삶에 지친 사람들일수록 더 갈구하는 휴식의 공간이 캠프장이지만, 유럽의 이런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부러움 섞인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왜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후에는 직장에서 은퇴하고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북유럽에서는 전원주택 대신에 자연환경이 뛰어난 캠프장에서 여생을 보내는 노인들의 모습이 별로 특별하지 않다.

첫 캠프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소감을 말해보라면, 한 마디로 이건 별천지였다. 간밤에는 티 없이 맑은 하늘에 빼곡하게 떠있는 별들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며 잠을 청했다. 오래도록 밤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없어서 였을까?

▲ 작은 연못과 키 큰 나무들이 성을 호위하고 잇는 듯한 말뫼성.
이전까지는 그토록 높은 하늘과 선명한 별을 본 기억이 없다. 그런가 하면 아침에는 새들의 지저귐을 모닝 벨 삼아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윽고 캠핑카 문을 열자 파릇파릇한 풀 냄새가 코를 찔러왔고, 찬 기운에 잠이 확 달아났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시골에 일가친척이라곤 단 한 분도 계시지 않은 나에게 이런 아침은 참으로 이색적이다. 쭉 도시에서 자랐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데 길들여진 탓에 얼마나 오랫동안 흥에 겨워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당분간은 벗어나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다.

일행들도 나와 마찬가지였는지 두 명은 아예 밖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수다를 떠느라 밤이 새버렸다. 그래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는 걸 보면 여행의 설렘과 캠프장의 자연이 주는 힘이 크긴 컸나 보다.

바다 한 가운데 설치된 풍력발전기의 놀라운 위용

▲ 저녁이 되자 캠프장 안으로 속속들이 캠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두의 바람대로 이곳 캠프장에서 며칠을 더 묵었으면 좋겠지만 정해놓은 일정이 있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아니 바퀴를 재촉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이틀을 보낸 후, 이웃 국가인 스웨덴으로 향했다. 스웨덴으로 가면서 우리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역시 스웨덴의 캠프장이었다. 사실 덴마크는 북유럽 4개국 중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에 속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다수의 유럽국가가 그렇듯 덴마크도 평지 일색이다. 괜히 낙농산업이 발달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코펜하겐의 캠프장에서 만났던 한 아주머니도 그런 이유에서 덴마크는 심심하다며 우리나라를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희한하게도 이 아주머니에게는 우리나라의 면적과 인구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왜 그런가하면 덴마크의 전체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약 1/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토 면적 또한 그린란드와 페로제도를 제외하면 순수 덴마크 본토의 영토는 남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1인당 GDP는 우리나라의 세 배 이상으로 덴마크인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낼 뿐이다.

▲ 말뫼성의 작은 연못에 있던 멋진 배.
덧붙여서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에 비하면 덴마크의 자연은 소소한 수준이라고 하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현지인이 이렇게 직접 인증을 해주니 가이드  북을 통해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신뢰(?)가 갔다.

덴마크가 있는 유틀랜드반도와 스웨덴이 있는 스칸디나비아반도는 외레순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섬을 제외하고 모두 대륙으로 이어져 있기에 육로로 접근이 가능하지만, 덴마크와 스웨덴을 오가는 데는 바다를 건너는 것이 가장 빠르다. 대표적인 것이 카페리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우린 덴마크와 스웨덴을 잇는 외레순대교를 건너기로 했다.

2000년에 완공돼 자동차와 기차가 모두 통행하는 외레순대교에 진입한 직후에는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내 고향 부산에서 광안대교를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했지만 외레순대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것과 또 달랐다.

광안대교는 한쪽으로 해변에 즐비한 상가와 건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만 외레순대교는 양쪽으로 망망대해만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바다 한가운데 에 서 있는 풍력발전기도 놀랍기는 매한가지다.

▲ 넬슨 만델라에 관한 전시를 하고 있었던 말뫼성.
사람들은 늘 자연의 위대함을 칭송하지만, 바다 위로 다리와 풍력발전기를 세운 사람들도 그 못지않게 위대한 것만 같다. 그런데 8km에 이르는 외레순대교의 끄트머리, 즉 스웨덴과 덴마크 국경에 이르자 이런 위대함을 만끽하는 데 따라붙는 필수적인 댓가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바로 외레순대교의 통행요금이었다. “저거 톨게이트 아냐?”라는 일행의 한 마디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뒤셀도르프에서 이번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일체 지불하지 않았었기에 다들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북유럽 4개국은 모두 통화가 다르다. 다시 말해 외레순대교를 타기 전에 통행료로 지불할 스웨덴 화폐를 준비할 생각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하며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는데 다행히 국내에서 미리 스웨덴 화폐를 바꾼 일행이 있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기절초풍하게 만든 일은 이 다음에 벌어졌다.

▲ 천연의 자연환경이 일품인 북유럽의 캠프장.

북유럽의 높은 물가를 깨닫게 해준 외레순대교
톨게이트에 이르러 일행이 통행료가 얼마인지 물으니 외레순대교의 통행료가 무려 790크로네라는 것이다. 우린 이내 휘둥그레진 눈으로 너도나도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싶어 수차례 요금을 확인했을 정도다. 원화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13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재차 틀림없음을 확인한 후, 절로 “과연 북유럽이다.”라는 한탄이 흘러나왔다.

국경을 건너는 다리고 차체가 큰 탓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790크로네라니! 외레순대교보다 두 배 이상 긴 인천대교의 대형차 통행료가 1만 2천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10배 이상 비싼 셈이다.

▲ 북유럽 사람들은 서두르는 일이 없이 늘 여유로웠으며 다들 환한 웃음으로 우리들을 맞아 주었다.

덴마크와 독일에서 고속도로 통행료를 아꼈다며 좋아했던 기억도 어느새 저 멀리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북유럽의 높은 물가를 뼈저리게 실감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신호탄이었다.

▲ 하나의 통화권을 이룬 북유럽의 국경 지역 경비는 우리처럼 삼엄하지도 않다.
거금의 통행료를 지불하고 들어선 스웨덴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외레순해협에 접해 있는 도시인 말뫼다. 스웨덴 제3의 도시로 꼽히는 말뫼는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들린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헬싱보리로 가기 전에 휴식을 가진다는 의미에서 말뫼를 방문하기로 했다. 코펜하겐에서 헬싱보리까지는 약 110km 남짓한 거리로 한 번에 내달려도 충분하지만, 기왕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도시니 잠시 쉬어가도 손해 볼 건 없었다.

모터 카라반 여행은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여행 초반 힘이 넘친다고 해서 장거리 주행을 일삼았다가는 누적된 피로로 인해 후반에 가서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말뫼에서는 중세에 지어진 고성 주변을 거닐면서 여행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숨을 가다듬었다. 1530년대에 재건됐다는 말뫼 성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의 건축물과는 달리 낮은 성체에다 원통형의 다소 특이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모터 카라반으로 이동하는 여행자들.
성 바로 옆으로 도로와 트램 노선이 지나갈 만큼 완연한 도시 안에서 말뫼 성은 작은 연못과 키 큰 나무들이 성을 빙 둘러싸고 있어 우리에게 조금은 색다른 운치를 전해주고 있었다.

성 안에서는 남아공아국의 전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에 관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입구에 세워진 ‘White Persons Only’라는 푯말을 보고 분개했으며 전시회의 연극을 보고 나오던 사람들이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단단히 오해를 할 뻔했다. 그러니까 이 푯말도 전시회에 쓰인 물품 중 하나였던 셈이다.

▲ 북유럽의 캠프장에는 캠프장에서 여생을 보내는 노인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내 말뫼를 들러본 후 헬싱보리로 향하겠다던 우리의 생각 예상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또 한 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실은 이것도 다 계획했던 일이었다. 모터 카라반을 타고 여행하는 만큼 경비를 조금이라도 더 아껴볼 심산이었던 셈이다. 적당한 곳을 물색하다 찾아낸 스웨덴의 한 휴게소는 정말이지 널찍한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처럼 이동하던 도중 잠을 청하고자 하는 모터 카라반이 서너 대 더 있어서 한결 마음이 편했다.

어느새 모터 카라반 안에서 요리하는 데 익숙해진 일행들은 능숙하게 카레 요리를 만들었으며, 간을 볼 새도 없이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는 지나가는 차들의 소음을 자장가 삼아 꿈나라로 향했다.

북유럽은 대개 자국통화를 사용해

서, 남유럽 대부분의 국가와는 달리 북유럽은 핀란드만 유로화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자국의 통화를 사용한다. 스위스의 경우 유로와 자국의 통화를 함께 사용하는 데 유로가 쉽게 통용이 되는 것도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유럽을 여행하기 위해선 각 나라별로 따로 통화를 준비한다. 설상가상으로 지역별이나 은행별로 통화 보유량이 적을 경우, 환전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설령 환전이 된다 하더라도 여행 경비를 모두 현금으로 가지고 다닌다는 것은 위험하고 부담스럽다.

차선책으로 택할 수 있는 방법이 각 은행에서 발급하는 국제 현금카드다. 외환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에서는 신용카드 혹은 체크카드 기능과 함께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카드를 발급해주고 있다. 이 카드가 있으면 해외에서도 ATM 기기를 이용해 국내에 있는 자신의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 해외에도 Visa나 Master카드 가맹점이 많고 대다수의 ATM 기기에서 이용이 가능하기에 현금 분실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단, 현금 인출 시 은행별로 특정 비율의 수수료가 별도로 부가된다는 점은 단점이다.

북유럽 캠프장 이용 시 주의 점

▲ 수영장은 물론이고 트램펄린 등의 시설이 갖춰진 캠프장.
모터 카라반과 달리 차량과 트레일러 부분이 나눠진 캠핑 트레일러는 차량 밖으로 천막을 쳐서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그 안에 텔레비전과 소파, 식탁 등을 차려놓고 자신의 집처럼 생활하곤 한다. 오덴세 인근의 ‘니보그 스트랜드캠프장(Nyborg Strandcamping)’은 2011년 기준으로 한 시즌(5개월) 동안 캠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기본요금이 약 220만원 정도로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북유럽의 살인적인 물가를 감안한다면 이것이 얼마나 저렴한 것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북유럽의 캠프장은 빠르면 저녁 10시, 늦어도 11시 이후로는 절대 정숙을 요한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면 캠프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캠프장에서 뿐만 아니라 유난히 술을 좋아하고, 오고 가는 술잔 속에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로 나갔을 때 잘 지키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필자의 일행들도 다를 바가 없어서 캠프장 관리인으로부터 “Be Quiet”도 아닌 “Hey, Shut up!”이라는 지적까지 받았다고 한다. 친절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는데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랬을까 싶다. 참고로 체크 인, 아웃 외에는 별도로 캠프장의 출입시간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단, 캠프장에 따라서는 차량을 일정시각 이후로 출입을 통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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