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조금은 고달플 지라도
삶이 조금은 고달플 지라도
  • 문나래 수습기자 | 사진 이두용 차장
  • 승인 2014.11.2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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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in Nature

Sting | Englishman in New York [Nothing Like The Sun]
낙엽이 구르는 거리를 걸을 땐 ‘Englishman in New York’을 듣는다. 오직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 가을의 공기만이 담을 수 있는 감정과 마주한다. 눈을 감으면 쓸쓸한 리듬 사이로 회색빛 도시가 스쳐간다. 뉴욕의 차가운 거리를 거니는 이방인의 고독. ‘나는 이방인이야. 합법적 이방인이지’ 이 가을엔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다. 어디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상한 마음. 곡 내내 이어지는 소프라노 색소폰의 음색은 그 고독을 감싸 안고 절규하는 듯하다.

Hammock | Tres Domine [Oblivion Hymns]
백두대간 8구간 대야산 정상에 올라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 ‘Tres Domine’를 들었다. 산을 타서 이 곡을 들었다기보다 이 곡을 듣기 위해 산을 올랐다. 등산의 지독한 괴로움이, 짙은 땀 냄새가,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광활한 풍광이 이 짧은 3분 7초의 곡 안에 담겨있다. Hammock의 곡들은 대부분 음성이 없지만 이 곡은 음성이 담겨있다. 앨범의 다른 트랙들 또한 모두 훌륭하다. 세상의 아주 높은 곳에 올라 있을 때, 삶의 아주 낮은 곳에 내려왔을 때. Hammock을 듣는다.

Arco |  Happy New Year [Restraint]
울고 싶다. 지는 해의 낙조를 바라볼 때 언제나 이곡을 듣는다. 그곳이 항구나 호수처럼 아주 고즈넉하고 말이 없는 곳이라면 더욱 좋다. ‘해피 뉴이어. 세상은 계속 돌아가. 낮에서 밤으로, 밤에서 낮으로. 사람들은 꼭 붙잡은 채 간절히 바래. 사랑과 같은 어떤 것이 앞길을 비춰주기를’ 누군가는 슬픔을 이리도 아름답게 노래하기에, 우리는 또 다시 아침에 눈을 떠 재킷을 몸에 걸친다. 또 다시 빵을 입에 물고, 세상으로 나선다. 낮에서 밤으로, 밤에서 낮으로. 고달픔이 눈물겹게 아름답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Bon Iver | Holocene [Bon Iver]
속초에서의 어느 아침, 졸려서 부은 눈을 애써 뜨고 Bon Iver를 들었다. 개운한 아침 공기 머금은 호수 공원에서 나른한 기타 리프 듣는 일을 좋아한다. 그 가을 영랑호에는 끊임없이 햇살이 쏟아졌다. 수면 위로 반짝반짝 빛을 내는 아름다운 윤슬.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보컬의 음색과 나무 사이 스며드는 햇살과 같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담요 하나 둘둘 말아 메고 어느 고요한 호수의 벤치를 찾고 싶어진다.

Ride | Dreams Burn Down [Nowhere]
자연과 포스트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아름다움은 두려움의 가장 첫 번째 감정이라고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말했다. 광활하고 절대적인 자연 앞에서 수도 없이 무너지고 모든 것을 내어놓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리고 포스트록이 그렇다. 끊임없이 밀려왔다 부서지는 파도 앞에 서서 Ride를 들어보라. 폭발하듯 쏟아지는 디스토션의 노이즈에 집어 삼킬 듯 솟아오른 집채만한 파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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