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송년 캠핑①_고사포야영장
사라지는 일몰을 감상하며 한해의 대소사를 정리하자
서울→외곽순환도로→서해안고속도로→부안IC→새만금전시관→고사포야영장→적벽강→수성당→채석강→호랑가시나무군락지→고사포야영장(1박)→내소사→서울
▲ 고사포야영장에서 만난 일몰. 겨울 고사포의 일몰은 삶을 초월한 듯 초연하고 부드럽게 바다 속으로 빠져 들었다. |
해마다 12월이 되면 늘 떠오르는 생각 중에 하나가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하지 말았어야 할 실수가 무엇이었는가? 이다. 365일이란 기간 중 이제 30여 만이 남았다는 생각을 하면 그동안 뭘 하고 지냈는가 싶다. 때문에 12월의 캠핑은 남들이 잘 찾지 않는 조용한 산자락 아래나, 멋진 일몰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한해를 정리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변산반도 한쪽에 자리한 고사포해수욕장은 국립공원 지역 내에 취사나 야영이 금지되는 타 지역과는 달리 사계절 이용이 가능한 곳으로 멋진 일몰을 감상하며 조용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더욱이 사람들로 북적이던 여름철에 비해 한가롭고 소나무가 찬 바닷바람을 막아줘 따뜻한 캠핑을 즐기기 좋다. 캠핑의 즐거움은 야외에서 보내는 하룻밤의 추억이다. 하지만 그 추억이 먹고 마시는 일이 전부라고 한다면, 어느 순간 그 캠핑은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이 될 수 있으며 아이에게 조차 외면 받는 캠핑이 되고 말 것이다. 가족이 함께 캠프장으로 떠나 각자 흩어져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그것은 함께 떠날 이유가 없는 셈이다.
▲ 단풍이 든 채석강. 책을 층층히 쌓아 놓은 듯한 모습이 특이하다. |
캠핑의 즐거움은 가족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함께 공유하는 데 있다. 때문에 캠프장 주변의 즐길 거리나 문화재, 역사의 현장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담아오는 것도 중요하다.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에서 빠져나와 30번 국도를 타고 변산반도로 향했다.
변산반도국립공원이란 이름 탓에 높은 산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변산반도를 대표하는 변산은 겨우 5백 미터에 지나지 않은 낮은 산이다. 30번 국도를 타고 들어선 변산반도의 첫 번째 방문지는 새만금전시관이다. 정부는 군산과 부안을 잇는 33km의 방조제를 통해 만들어진 용지를 이용, 서해안의 명품 복합도시를 건설할 예정이다. 2020년 1단계 작업이 끝나면 23.000ha의 간척지를 얻게 된다.
▲ 새만금전시관에 전시된 미니어처. 앞으로의 관광 개발 계획을 모형으로 만들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
새만금전시관을 나와 인근에 자리한 고사포해수욕장을 찾았다. 새만금에서 가깝기야 변산해수욕장이 가깝지만 고사포의 소나무 숲이 주는 포근함이 떠올라 변산해수욕장을 지나 고사포로 향했다. 해송의 품안에 자리한 고사포야영장은 서너 팀만이 자리했을 뿐 너무나 한산하고 조용하다. 야영장 제일 안쪽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쳤다. 바닷 바람이 불긴 했지만 한겨울의 냉혹함에 비하면 그저 선선할 정도다.
일몰을 즐기며 한적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고사포야영장
▲ 해가 지고 난 후의 고사포야영장.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 여름철에 비해 조용하고 한가롭다. |
▲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30번 국도 옆으로 최근 부안군이 조성한 트레킹 코스가 나 있어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
바닷가의 풍경하면 떠오르는 횟집들과 먹을거리 촌을 지나 채석강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식당을 찾았다. 전라도의 식당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간단한 찌개거리 하나에도 반찬은 10가지가 넘는다. 조린 갈치에 새콤한 나물까지 곁들인 반찬에 배를 채우고 채석강으로 걸음을 옮겼다. 채석강은 이태백이 술을 마시다 강물의 달을 잡으려 했던 채석강과 비슷한 풍경이라 해서 그 이름이 붙었다. 층층으로 갈라져 나긴 기암들과 오색의 단풍이 햇살을 받아 따뜻함까지 느끼게 한다. 마치 수천 권의 책을 쌓아 올린 것 같은 모습의 절벽을 둘러보고 일몰 시간을 고려해 마지막으로 인근의 호랑가시나무군락지를 찾았다.
▲ 밀물과 썰물에 따라 하루에 두 차례 섬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고 하는 밤섬. |
12월의 일몰은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던 여름의 일몰과 달리 차분하고 쓸쓸하다. 또한 안간힘을 쓰고 매달리지도 않는다. 그저 체념한 듯 묵묵히 마지막 열기를 식히다 서서히 사라질 뿐이다. 바다와 작은 언덕 너머로 고개를 숨기는 고사포의 겨울 일몰은 더욱 씁쓸했다. 너무나 평범했기에 화려함이 주는 여운이 없는지도 모르지만, 고사포의 일몰은 미련을 버린 사람의 모습이며 생을 초탈한 자연이다.
모닥불을 쬐며 지난 한해를 정리해 본다
▲ 고사포야영장에 텐트와 테이블 등을 설치하고 주변의 볼거리를 찾아 나섰다. |
뒤돌아보면 후회할 일들을 거침없이 행했던 한해, 신이 아닌 이상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의 다툼조차도 하찮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밀려갔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지난 한해의 나쁜 기억들을 모두 담아 보낸다.
일주일의 피로에 무겁기만 한 눈꺼풀을 겨우 열고 늦은 식사를 마쳤다. 해송의 짙은 향기가 바닷바람을 타고 뜻하지 않은 삼림욕까지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테이블을 접고 마지막으로 내소사를 찾았다. 한해를 정리하고 내년 한해의 복을 기원하고픈 사람의 간사한 마음에서 비롯된 생각이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된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을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100년이 넘은 전나무 700여 그루가 버티고 선 숲길은 맑은 공기가 주는 신선함과 햇살이 전해주는 부드러움에 걷고 싶은 느낌이 절로 나는 곳이었다. 길 양쪽에 늘어선 나무들이 사찰을 지키는 호위병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는 느낌은 융단 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더욱이 노랗게 물든 전나무 숲길 옆으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의 화려한 색채가 더해져 조화로운 미를 선사한다.
▲ 사찰 입구의 전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내소사는 매년 변산반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둘러가는 곳 중 하나다. |
내소사를 둘러보고 야영장으로 돌아와 텐트를 걷었다. 늘 하는 캠핑이지만 12월의 캠핑은 더더욱 감회가 새롭다. 해가 바뀔 때마다 늘어나는 나이도 나이지만, 커가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공간을 찾아 떠날 것이다. 그때까지라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그게 바로 캠프장에서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고사포야영장 야영장은 해안 일대의 소나무 숲 전체로 산불경방기간에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야영장 바닥은 고운 모래가 깔려 이용하기 좋으며 바닷가가 지척이라 일몰을 감상하며 하룻밤을 보내기 좋다. 연중 선착순으로 사용이 가능한 곳으로 야영장 내에는 400여 동의 텐트를 칠 수 있다. 다만 겨울철에는 샤워장을 폐쇄하고 1개 화장실 외에는 동파를 염려해 단수한다. 야영장 이용료는 성수기는 1만 1천원(비수기 9천원)이며 샤워장은 1회 1천원이다. 전기는 사용할 수 없으며 산불경방기간에도 이용할 수 있다. ▶문의 063-582-78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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