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청춘을 듣다
너의 청춘을 듣다
  • 글 사진 최상식 기자
  • 승인 2014.11.21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식씨의 캠핑이야기

시월의 어느 날에 평소 캠핑을 한 번 가자던 제주의 지인들과 시간을 맞춰서 캠핑을 가게 되었다. 보름달이 환하게 밤의 대지를 비추는 까닭에 굳이 랜턴이 없어도 산의 실루엣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서정적인 밤이었다.

서귀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삼십대 후반의 승훈이형과 대학을 졸업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이십대 중반의 원우.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필요한 짐들을 내려 배낭을 하나 싸고 다른 장비들은 각자가 나누어서 들고 목적지로 향했다. 배낭에 넣어둔 랜턴은 꺼내지도 않고 달빛을 길잡이 삼아 밤길을 걸어 올라갔다. 여러 번 와본 곳이라서 길을 헤매는 일은 없었고 무사히 능선에 올라가 일단 가져온 짐들을 한 곳에 모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랜턴을 켜 텐트를 칠 만한 적당한 장소가 없는지 여기저기 장소를 찾아보았지만, 주변이 소를 방목하는 곳이라 소똥을 피할 곳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최대한 소똥이 덜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소똥은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위로 텐트를 설치하고서야 평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잠잘 곳을 마련해두고 밖으로 나와서 밤하늘과 대지를 바라보았다. 밤하늘에는 환한 달빛이 구름이 흘러가면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저 멀리 산 아래로는 희미하게 마치 장난감처럼 자동차들이 라이트를 켠 채 밤의 대지 사이로 인간의 흔적들을 비추고 있었다. 그렇게 세 남자는 각자 밤풍경을 감상하고서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밤이 깊어가면서 서로의 얘기들도 깊어가는 그 시간에 주로 많이 했던 대화는 아직 청춘의 과도기에 있는 원우의 넋두리였다. 원우는 제주라는 곳에 반해서 내려왔고 부모님이 좋아하실 만한 유명 호텔에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사람들과의 관계나 일에 회의를 느끼면서 고민하는 시간들이 많다고 했다.

나는 그 청춘의 언어로 내뱉는 원우의 고민을 들으면서 지나온 나의 이십 중반을 뒤돌아보았다. 나는 내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뿐 그의 청춘에는 그만의 대답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밤이 깊어가면서 피곤했던지 원우는 먼저 잠이 들었고 승훈이형과 나는 조금 더 제주에서의 삶과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늦게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 텐트로 비춰드는 햇살에 잠이 깬 우리는 헝클어진 머리로 밖으로 나와서 햇살이 비추는 넓은 대지를 바라보았다. 구름은 뭉게뭉게 흘러서 구름사이로 번져 내리는 햇살이 찬란하고 눈부시게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이런 자연의 풍경들은 볼 때마다 늘 내게 감동을 준다. 동행도 마찬가지. 그들이 자연의 모습에 기뻐하고 위안을 받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기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