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망원경을 사는 이유
천체망원경을 사는 이유
  • 글 사진 김호섭 기자
  • 승인 2014.11.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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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STAR | 아빠와 함께 별을 보다

아름다운 별을 구별해서 보기 위해선 그만큼의 지식이 요구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단계만 넘어서면 가속도가 붙는다. 대상을 찾고, 그 정보를 어디서 얻어야 하는지만 찾아내면 된다. 캠핑을 갈 때나 야외 활동을 할 때 차에 늘 천체망원경을 싣고 다니면 어디서든 스타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 야외에서 천체망원경을 통한 천체관측은 단순한 캠핑을 더욱 알찬 추억거리로 만들어주는 도구이자 아이들에게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장비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천체망원경을 설치해 아이들과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 생각만 해도 가슴 뛰지 않는가.

▲ M45 플레이아데스(좀생이별). 가장 유명한 산개성단.

망원경을 싣고 가끔 춘천 근교의 캠핑장을 찾으면 예기치 못한 캠핑가족들의 환호를 받는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망원경이 설치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벌써 긴 줄이 늘어선다. 이 신기한 물건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종종 관측 중간에 두 가지 대화를 한다.

“아빠 나도 천체 망원경 사줘.”
“저게 얼마나 비싼데.”
“그래도 사줘. 나도 내 망원경으로 별 보고 싶어. 아빠~~.”
그러면 아이 아빠는 필자에게 슬그머니 다가와 물어본다.
“애들한테 망원경 사주고 싶은데 어떤 게 좋을까요?”

또 다른 아빠는 먼저 호기심을 누르지 못해 슬며시 필자에게 다가와 묻는다.
“실례지만 제가 이런 거 묻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 정도의 망원경은 가격이 얼마에 형성되어 있나요?”
“음… 좀 되죠. 이 정도 시스템에 새것으로 사려면 대략 1000만 원 이상 듭니다.”
“그럼 혹시 마트에서 파는 망원경으로는 별을 못 보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보이긴 보이는데 내구성과 질이 떨어지죠.”
“아, 그래요? 그럼 초보가 사용하기 적당한 망원경은 대략 얼마에 살 수 있을까요?

▲ 필자의 시스템 중 하나(망원경이 두 대가 필요한 촬영용 가이드시스템)
▲ 전형적인 적도의식과 굴절망원경 시스템


전자는 아이에게 망원경을 사줘서 별을 보도록, 후자는 아빠가 망원경을 사서 아이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다. 시작한다면 당연히 후자의 경우가 되어야 한다. 아이가 초등학생 이하라고 가정한 경우이다. 천체망원경이 다루기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 할 것이다. 일부는 맞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모두 거두고 단순하게 접근하면 심적, 금전적 부담을 줄이고 시작할 수 있다. 아이들과 별을 보기 위해서는 아래 구성품이 필요하다.

경위대(적도의), 3인치 또는 4인치 굴절망원경(아크로매틱이 저렴한 모델, 아포크로매틱이 고급인 모델), 몇 개의 접안렌즈, 천정미러 등이다. 접안렌즈는 망원경의 배율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달을 볼 때와 토성 등 행성을 볼 때는 적정한 배율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보통 3개 정도의 접안렌즈가 필요하다.

천정미러는 편한 자세로 관측하도록 돕는 부품으로 다이아고널(Diagonal)이라고도 부른다. 천체망원경은 밤에 별을 보는 도구이므로 늘 하늘을 향해 있다. 따라서 그 반대쪽 끝에서 별을 보려면 사람이 때로는 누워야 할 경우도 생기는데 천정미러를 사용하면 훨씬 편한 관측이 가능하다. 망원경 내부를 통과한 빛을 90도 꺾어서 플립된(역)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내부에는 반사거울 또는 프리즘이 내장돼 있다.

▲ 경위대에 굴절망원경을 설치했다.

성능이 좋아도 별공부 안 하면 고철 덩어리

천체망원경을 사고 가장 즐거움이 큰 날은 망원경을 집 거실에서 처음 설치하는 바로 그날이라고 한다. 망원경으로 처음으로 별을 보기 전에 설렘이 가득하다. 그러나 실제 밖에 나가 밤하늘을 망원경을 통해서 보면 어느 순간 뭔가 허전하고 지루하다. 모두가 겪는 일이다.

달 이외의 새로운 관측 대상을 찾는 것은 온전히 아빠의 몫이다. 아빠가 아는 별은 별로 없고, 설령 몇 개 안다고 해도 그별이 언제 뜨는 줄 모른다. ‘아뿔사, 그렇군. 별을 알아야 별을 보는 거구나’ 라고 깨닫는다. 한술 더 떠서 하필 달이 없는 날 관측을 나가서 “왜 오늘은 달이 없지?”라고 자문하는 아빠가 있다면 바로 그날로 망원경은 접고 컴퓨터 앞에 앉아 별 공부를 해보자. 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계절별로 최소한 서너 개쯤의 별자리를 외워야 하고, 별자리 모양도 대략 그릴 줄 알아야 한다.

▲ 경위대와 모터추적시스템

그것도 귀찮으면 아이들과 망원경으로 밤하늘 보는 걸 포기하든지, 돈을 좀 더 투자해 자동으로 별을 찾아주는 망원경을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 망원경 중에는(엄밀히 말하면 가대 중에는) 별을 자동으로 도입하는 장치가 딸린 제품도 많이 있다. 심지어 GPS가 내장돼 자동으로 북쪽을 찾고, 기준 별을 맞춰주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원하는 별을 자동으로 신속하게 찾아주는 장치다.

이제는 정말 완벽한 준비가 된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공부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다. 그래도 본인의 지적 욕구를 충족하고, 아이들을 진정 즐겁게 해주고 싶다면 해야 한다. 한 가지 위안의 말을 하자면, 별 관측은 철저한 본인의 경험으로 기억이 남기기 때문에 처음이 어렵지 한두 번 원하는 대상을 찾아서 관측하게 되면 오랫동안 기억이 남아서 그다음부터는 훨씬 찾기가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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