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부자가 되는 극한의 취미
마음은 부자가 되는 극한의 취미
  • 글 사진 김지민 기자
  • 승인 2014.11.19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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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 갈치낚시

여러 낚시 중에서 한 번 출조하는데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장르를 꼽으라면 ‘갈치 낚시’가 아닐까. 반면 한 마리씩 낚을 때마다 쌓이는 성취감은 그 어떤 어종보다 높다. 잡으면 돈이 되기도 하고 지인에게 나눠주면 선물이 되며, 집으로 가져오면 훌륭한 밥반찬이 되기 때문이다. 갈치는 마음마저 살찌우는 고마운 어종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갈치를 낚고자 하는 낚시꾼들로 남해와 제주의 항구는 북새통이다. 다른 낚시는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데 갈치는 정 반대다. 실컷 늦잠을 자고 오전까지 할 일까지 모두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배를 탄다. 갈치는 야행성이므로 늦은 오후부터 시작해 하룻밤을 꼬박 새고 다음 날 일출을 보며 귀가하는 낚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갈치 낚시를 나가면 밤새 노동해야 한다. 행여나 파도가 높은 날은 멀미를 각오해야 한다. 갈치낚시가 극한의 취미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갈치는 풍요의 계절, 가을의 정점을 찍는 고부가가치 어종이므로 쉬이 포기하기 어렵다. 갈치가 호황을 맞는 10~11월에는 갈치를 팔 목적으로 낚시하는 이들도 적잖다. 이쯤 되면 낚시가 아니다. 조업에 가깝다.

갈치낚시는 해질 무렵부터 시작
배낚시는 자리에 대한 유불리가 있어 제비뽑기로 자리를 결정한다. 필자가 선호하는 자리는 맨 뒤 혹은 맨 앞인데 이번에는 거의 맨 뒤쪽에 걸렸다. 최종 목적지는 여수에서 뱃길로 2시간 30여 분이 소요되는 백도 해상이다. 밤새 조업(?)해야 하므로 가는 동안 눈을 붙이려고 누웠는데 이날 따라 파도가 높아 유난히 배가 들썩였다.

배가 들썩일 때마다 바닥에 맞댄 내 등도 철퍼덕거렸다. 파도가 센 날에는 등짝에 멍이 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이대로라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는 이런 날씨에 사진까지 찍어가며 과연 낚시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 갈치낚시에서 주로 쓰는 꽁치 미끼.

▲ 갈치 어신을 기다리는 중.

그렇게 달린 지 2시간 30여 분. 굉음을 내던 엔진음이 수그러들고 씨앙카를 내렸다. 이때부터 낚시꾼들은 채비 준비하랴, 미끼 썰어내랴 얼음 준비까지 엄청나게 바빠졌다. 나 또한 초반부터 땀을 쏙 빼니 아직 낚시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속이 매슥거렸다. 3~4m 높이로 배가 쉴 새 없이 요동치니 얼굴은 어느새 창백해졌다. 멀미약을 두 알이나 복용했는데도 소용없었다. 자기 몸 하나 못 가누는데 사진 촬영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래도 직업 정신이 투철한 나는 이런 보기 드문 광경을 담기 위해 뷰파인더로 눈을 갖다 댔다. 순간 염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속에서 나올 수 있는 건 모두 바다로 쏟아내야 했다. 그 쓰디쓴 위액까지…. 점심에 먹은 반주가 원인이었다. 배 타기 전에 음주는 금물인데 잠시 그것을 잊고 마셨던 게 화근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선실에 누웠다.

▲ 갈치 낚시는 극한의 취미란 말이 실감 났다.

AM 12:00

자정이 돼서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보니 다들 열심히 낚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흡사 전투낚시를 방불케 한다. 이렇게 흔들리는 배에서 멀미 하나 없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회를 써는 사람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갈치낚시는 ‘체험 삶의 현장’ 정도가 아니라 ‘EBS 극한의 직업’을 보는 듯했다. 도대체 배를 얼마나 타면 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자 신기하게도 몸이 적응했는지 이제는 배가 아무리 흔들려도 멀미가 나지 않았다. 나도 서둘러 시작했다. 꽁치를 썰어 열 개의 바늘에 일일이 낀 다음 수심 100m의 깊은 바다에 던져 넣었다. 갈치 유영 층은 대략 40~60m 사이를 오간다니 그만큼만 내려서 입질을 기다렸다.

▲ 첫수로 왕고등어가 낚였다.

▲ 이번에는 살이 통통 오른 삼치가 낚였다.

첫 번째 손님은 갈치가 아닌 왕고등어다. 그래도 반가웠다. 갈치도 좋고 고등어도 좋으니 이제는 아이스박스만 채워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깨소금 솔솔 뿌린 갈치 회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이날은 밤이 깊어도 갈치가 보이질 않아 회덮밥을 맛본 걸 다행으로 여기기로 했다. 맛은 꿀맛이다. 이런 데서 먹는 음식이 뭔들 안 맛있겠느냐마는 가을에 만나는 갈치 회는 역시나 달고 맛있었다.

AM 2:00
지금까지는 삼치 아니면 고등어만 간간이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마저도 자취를 감췄는지 조용하기만 하다. 올려보니 미끼만 먹고 달아난 거 같다. 미끼를 새로 꿰어 채비를 다시 내렸다. 역시나 내리자마자 미끼만 사라지고 만다. 한치나 오징어의 소행일 확률이 높다. 거둬보니 역시 한치가 범인이었다. 이 녀석들이 떼로 들어오면 갈치가 물지 않는다고 한다.

▲ 삼치의 공격에 다리만 남은 한치가 낚였다.

▲ 밤바다를 밝히며 갈치 낚시에 열중인 사람들.

그 와중에 한 녀석이 내 미끼를 탐하다가 삼치의 공격을 받았는지 몸통은 없고 다리만 걸려 올라왔다. 남이 먹던 거라(?) 찝찝한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바다에서 이제 막 건진 싱싱한 한치 다리니 입에 물고 씹으면서 갈치의 어신을 기다렸다. 그 순간 우악스러운 입질로 낚싯대가 흔들렸다. 뱃전에서 발버둥치며 채비를 휘감았다. 녀석은 진정시키기에는 힘이 너무 세다.

덩치가 상당한 이 녀석. 겉모습은 영화에서 말하는 초록 물고기였지만, 실은 ‘바다의 슈렉’ 만새기였다. 만새기는 회로 먹기는 맛이 없어 갈치 미끼로만 사용할 만큼 천대받는 어종이다. 하지만 서양권에서는 이것을 ‘마히마히’라 부르며 제법 맛 좋은 스테이크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 갈치낚시의 훼방꾼, 만새기가 걸려들었다.

AM 3:00

미터계를 40m로 맞추고 낚시하니 갈치가 줄줄이 낚이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5~6지는 아니지만, 이런 불황에서는 3~4지 갈치도 감지덕지했다. 이 정도면 마트에서 마리당 만 원에 팔릴 것이다. 하지만 갈치낚시를 위해 하루 하고도 반나절 이상 쏟은 노동의 값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듯하다. 갈치 입질은 새벽 3시를 기점으로 약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이 짧은 시간, 얼마나 집중력 있게 낚아내느냐가 마릿수 조과의 관건이었다. 그러니 줄이 엉켜 채비를 갈아야 하는 실수는 최대한 줄여나가야 한다. 다른 낚시꾼은 얼마나 잡았는지궁금했는데 대부분 우리와 다를 게 없었다. 파도가 높았던 만큼 큰 성과 없이 일출과 함께 이날 낚시는 마무리됐다.

▲ 드디어 갈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 이번에는 바다의 무법자, 줄삼치가 일행의 손에 걸려들었다.

▲ 처음으로 맛본 갈치 회덮밥.

▲ 갈치낚시에서 이 정도면 빈작을 겨우 모면한 수준이다.

▲ 집으로 가져온 갈치는 손질을 거쳐 이렇게 포장해뒀다. 좀 더 많이 잡았다면 지인이나 친척들에게도 나눠줬을 텐데 여러모로 아쉬운 출조였다.

갈치 시즌과 준비물
갈치 시즌은 여름부터 시작해 12월까지 이어지지만, 10~11월이 가장 좋다. 3.3m 정도의 선상 전용 낚싯대와 전동 릴, 갈치 전용 채비, 쇠추(현지에서 권하는 호수), 집어등, 스냅도래, 갈치전용 쿨러(없으면 현지에서 스티로폼 박스를 사도 됨). 낚싯대와 릴은 출조점에 따라 대여 가능하다.

수도권 갈치낚시 출조 문의
감성 킬러의 배낚시
010-6490-7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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