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한 요소가 구석구석, 지루할 틈 없는 펀 러닝!
버라이어티한 요소가 구석구석, 지루할 틈 없는 펀 러닝!
  • 임효진 기자 | 사진 이두용 편집장
  • 승인 2014.11.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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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ING | 살로몬 수요 시티트레일러닝 체험기

정해진 트랙을 빙글빙글 도는 것과 도심 한가운데를 달리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도심을 달리면 강도 보고, 사람도 보고, 나무도 보면서 다양한 풍경과 만난다. 당연히 러닝이 더욱 즐거워진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조금씩 시티트레일러닝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 수요일마다 열리는 살로몬 시티트레일러닝이 그것이다.

▲ 처음 만난 사이지만 달리다보니 금세 친해졌다.

매주 수요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살로몬 압구정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출발하는 시티트레일러닝. 두 가지 코스로 나뉘는데, 3~4km 아파트 단지 부근을 달리는 베이직 코스와 한강변을 지나 서울 숲을 돌아서 나오는 7km 코어 코스가 있다. 체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코어 코스가 조망이 좋다고 해서 오늘은 그리로 가기로 했다. 코어 코스에는 흙길도 있고, 시멘트 길도 있으며 강변을 달리기도 하고 숲길을 뛰기도 한다. 시티 트레일에 필요한 요소가 구석구석 제법 잘 갖춰진 코스다.

▲ 번쩍번쩍한 조명 아래 달리는 도심 트레일러닝은 기분이 색다르다.

역삼동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조영신 씨는 “우리나라 사람은 한강변이나 트랙이 있는 곳에서 뛰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살로몬 시티트레일러닝은 도심 한복판을 뛴다는 게 신선했습니다. 퇴근하고 와서 옷 바꿔 입고 뛰기만 하면 돼 간편하죠. 30대 직장인이 와서 운동하기에 좋습니다”라며 참여한 이유를 말했다. 오늘 함께 달릴 사람들은 집이나 직장이 강남 인근인 직장인들이 대다수였다. 교사, 치과의사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달리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곳에 모였다. 몇몇은 자주 본 사이인지 친근하게 인사를 나눴다.

트레일러닝을 인솔하는 예상국 매니저는 “매번 20~30명 정도 참여하는데, 15명 정도는 항상 꾸준히 참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친분관계가 생긴 사람도 있지만, 처음 갔다고 해서 어색해할 필요는 없다. 여러 번 참여했던 사람들은 직원을 도와 스태프 역할을 자처해 새로 온 사람들을 돕는다. 경력이나 성별, 나이에 따른 차별도 없다. 다함께 달리면서 즐거우면 그만.

▲ 압구정 가로수 길을 가로질러 원점 회귀하는 코스다.

준비물로는 평소 입는 편안한 복장을 준비하자. 기자는 평소 입는 러닝 의상이 있었지만, 타 브랜드 제품이어서 가기 전 뭘 입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매장에 가서 보니까 살로몬 제품을 착용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다.

참가자들은 간단한 스트레칭을 마치고 바로 횡단보도 앞에 섰다. 오늘 두 번째로 참여한 김소연 씨는 지난주에 베이직 코스 2km를 뛰다 속된 말로 퍼졌다. 뛰기에 앞서 “놀이기구를 타기 전 기분처럼 긴장돼요”라며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은 이를 악물고 뛰어볼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 압구정 살로몬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매주 수요일 시티트레일러닝이 진행된다.
▲ 코어코스로 오늘 달린 거리는 총 7.32km.


신호등 불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무작정 뛰었다. 줄을 맞추어 뛰지는 않는다. 그저 달리는 앞사람의 뒤통수를 보면서 뛸 뿐이다. 갤러리아 백화점 옆을 지나 한강공원 압구정 나들목 잠원지구 지하도로 들어갔다. 그래피티가 그려진 지하도를 통과하자 확 트인 한강 야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건너편에는 총천연색 불빛이 반짝였고, 강 건너편 이쪽에선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겨우 1km 남짓 온 거 같은데 벌써부터 숨이 찬다. 이제 걸었으면 좋겠는데 사람들은 지친 기색이 없다. 예 매니저는 ‘파이팅’을 외치며 기운을 북돋는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달리기를 멈추려던 순간, 사람들이 멈춰 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성수대교 상단으로 가기 위해서다. 잠시 숨을 골랐다.

▲ 끝나고 즐거운 담소를 나눴다.

이제부터는 다리 위를 달리는 코스다. 반대편에서 헤드라이트를 비추고 오는 차 중에는 우리 일행이 신기한지 속도를 늦추고 창문을 열어 쳐다보고 가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다리를 차로만 건너보았지 걸어본 적도 없는데, 지친 퇴근 길, 도로에 갇혀 있는 차를 바라보며 달리니 기자는 그래도 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공기만 좋으면 완벽하겠건만, 끊임없이 뿜어대는 자동차 매연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최대한 코로 호흡을 해야 하는데 입으로 자꾸 들이마시다보니 목도 칼칼했다.

빠르게 다리를 통과해 서울 숲으로 들어섰다. 숲은 다리 위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나무와 흙이 반기고, 귀를 찢는 경적소리 대신 흙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와 작은 웃음소리가 공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차분해진 주변 풍경과는 반대로 얼굴은 달아올라 터질 것 같고 근육은 요동쳤다. 갈비뼈 사이사이 알알이 근육이 박히는 기분이다. 근육이 점점 더 당기고 호흡이 가빠진다. 이제는 정말 걷고 싶었다. 쉰다고 해도 뭐라는 사람도 없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버텨보았다.

▲ 현장에서 살로몬 엑스스크림 신발을 무료로 대여한다.

그래도 중간 중간 오르막이 나오면 걷기도 하고,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 불로 바뀌기 전까지 숨을 고르기도 해서 평소 러닝으로 체력이 단련돼 있지 않은 기자도 쫓아갈 만했다. 이제 다리를 건너 2km남짓만 더 뛰면 된다. 다리를 건넌 후부터는 압구정 가로수 길을 가로 질러서 살로몬 플래그십 스토어로 들어간다. 대체로 압구정 가로수 길은 운동하러 가는 코스는 아닌데, 번쩍번쩍한 그 길을 가로지른다.

처음 해보는 경험에 기분이 들떴다. 신기한 눈으로 우릴 쳐다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도심에서는 신호등 건널 때 빼고는 잘 뛸 일이 없는데 구석구석을 달려보니 기분이 괜찮다. 살로몬 트레일러닝은 제품이나 브랜드 홍보는 최대한 배제하고 ‘러닝’ 자체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행사 중간이나 앞뒤 어디에서도 살로몬을 홍보하는 시간은 없었다. 예상국 매니저는 “홍보를 앞세우면 러닝 문화 확산이라는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홍보 없는 순수한 러닝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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