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별이 된 예지 쿠쿠츠카
히말라야의 별이 된 예지 쿠쿠츠카
  • 박성용 부장
  • 승인 2014.10.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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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0월 24일 히말라야 로체 남벽 정상 아래인 8350m 지점에서 폴란드 산악인 한 명이 추락한다. 80년대 라인홀트 메스너와 8000m급 14봉 완등 경쟁을 벌였던 예지 쿠쿠츠카(1948~1989)는 41살의 생애를 히말라야 만년설에 묻었다.

그가 세운 8000m급 등정 이력은 후대 산악인들이 넘어서기 어려운 대기록이다. 메스너가 16년에 걸쳐 완등한 14봉을 쿠쿠츠카는 무려 8년 만에 올랐다. 그것도 로체 외에는 13봉을 전부 신루트 개척이나 동계 등반으로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중 초오유와 칸첸중가는 동계 초등정이었다. 쿠쿠츠카가 남긴 이 기록은 세계 산악사에서 불멸의 신화로 남아 있다.

▲ 애인과 함께 로체 남벽 베이스캠프에 온 보이텍 쿠쿠츠카. 한국원정대 텐트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아들 보이텍을 안고 있는 예지 쿠쿠츠카.
메스너는 쿠쿠츠카가 마지막 14봉인 시샤팡마를 등정하고 돌아오자 “당신은 제2인자가 아니다. 당신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찬사를 보냈다. 메스너와 쿠쿠츠카의 14봉 레이스는 불과 한 달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하지만 산악인들은 원정 경비 후원조차 없었던 가난한 동구권 출신의 쿠쿠츠카를 더 높이 평가했다.

20년이 흐른 2009년 10월 16일 로체 남벽 베이스캠프. 벽안의 청년이 서울산악조난구조대로 이루어진 네파 한국 로체 남벽 원정대 텐트를 찾아온다. 예지 쿠쿠츠카의 아들인 보이텍 쿠쿠츠카다. 20주기를 맞아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등반한 로체 남벽을 찾아온 것이다. 폴란드 방송국에서도 따라왔다.

보이텍은 예상치 못한 한국원정대의 환대를 받고 몹시 기뻐했다. 그리고 원정대가 설치한 망원경으로 로체 정상 부근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어릴 적 기억에 남아 있는 20년 전의 아버지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하나도 늙지 않은 채 성큼성큼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 망원경으로 로체 정상을 관찰하는 보이텍 쿠쿠츠카.

예지 쿠쿠츠카의 8000m급 14봉 등정 연대

1979년 10월 4일 로체(8511m) 노멀 루트
1980년 5월 19일 에베레스트(8850m) 남벽 신루트 개척
1981년 10월 15일 마칼루(8481m) 단독 등정. 서북릉 신루트 개척
1982년 7월 30일 브로드피크(8047m) 노멀 루트
1983년 7월 1일 가셔브룸2봉(8035m) 동서릉 신루트 개척
1983년 7월 23일 가셔브룸1봉(8068m) 서남벽 신루트 개척
1984년 7월 17일 브로드피크(8047m) 북봉과 중앙봉 신루트 개척
1985년 1월 21일 다울라기리(8167m) 동계 초등
1985년 2월 15일 초오유(8153m) 동남벽 신루트 개척 후 동계 초등정
1985년 7월 13일 낭가파르바트(8125m) 동남벽 신루트 개척
1986년 1월 11일 칸첸중가(8598m) 동계 초등정
1986년 7월 8일 K2(8611m) 남벽 신루트 개척
1986년 11월 10일 마나슬루(8156m) 동북벽 신루트 개척
1987년 2월 3일 안나푸르나(8091m) 동계 초등
1987년 9월 18일 시샤팡마(8013m) 서릉 신루트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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