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살았던 곳은 어떤 곳일까?”
“공룡이 살았던 곳은 어떤 곳일까?”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4.10.22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NDREW'S TRAVEL NOTE | 유타주 공룡국립유적지

설악산 대청봉을 지나 희운각 대피소에서 오세암으로 내려오다 보면 보이는 공룡능선. 공룡 지느러미처럼 물결쳐 튀어나온 멋진 능선으로 설악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주목받아 온 루트 중 하나다. 멀리서 보면 힘든 산행에 대한 걱정을 잊게 해 줄 정도로 신비롭고 때론 귀엽고 정겨워 보인다. 공룡의 등허리를 닮은 산허리도 신비로운데 진짜 공룡의 흔적을 마주하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 성인의 키 보다 큰 공룡의 다리뼈 일부분.
▲ 공룡 동상.

미국 유타주에서 마치 행성 같은 황량한 산을 올려다보며 끝없이 달리다 보면 남동쪽 외진 곳에서 공룡국립유적지(Dinosaur National Monument)를 만나게 된다. 유적지 입구에서 익룡이 멋지게 그려진 공룡 버스를 타고 대량의 공룡 뼈가 발견된 공룡의 집단 공동묘지로 향한다. 이 길도 흡사 공룡능선처럼 굽이치는 능선이 이어지지만, 설악산처럼 장엄하고 신비롭지는 않다. 반대로 너무 황량하고 메마른 사막이어서 을씨년스러운 기운마저 감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공룡이 멸족당하기 전인 6000만 년 전쯤에는 이곳은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아열대성 밀림지대였다. 지금의 풀 한 포기 없는 모습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시간이다.

▲ 공룡 뼈 바위.
영원히 묻혀버릴 것 같았던 공룡의 역사는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 박물관(Carnegie Museum)의 제안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지금부터 105년 전, 이곳에서 공룡만 연구하던 열정 많은 고생물학자 얼 더글러스가 박물관 측으로부터 공룡전시회를 열어 보자는 제안을 받는다. 당시 박물관은 적은 수의 공룡 화석만 보유하고 있었다. 전시회를 하려면 더 많은 공룡 화석이 필요했다. 그는 당나귀를 타고 다니면서 미국 애리조나주, 유타주, 콜로라도주 전역을 누볐다.  1909년 8월 17일, 지금도 외진 이곳 유타주 공룡유적지 자리에서 얼 더글러스 박사는 울음을 터트렸다. 어마어마한 공룡 화석이 1억 5000만 년 전 모습 그대로 생생한 화석이 되어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쥬라기 공원’ 영화 속에서나 재현됐던 수많은 종류의 공룡이 화석으로 인간에게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첫 발견자 더글러스 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경사가 아니었을까? 그는 무려 10톤짜리 화물차로 무려 35대 물량의 공룡화석을 채취해 카네기 박물관으로 이송했다.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공룡화석이 발견됐지만 이렇게 많은 공룡화석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발견된 곳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곳에서 발견된 공룡은 모두 10여 종류로 대부분 순한 초식공룡이었지만 이 중 아주 사나운 육식공룡도 함께 발견됐다. 그 밖에 악어나 거북이 화석도 함께 발견돼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공룡 뼈 바위가 발견된 이후 전시와 연구를 위해 엄청난 양의 뼈를 채취했다. 하지만 이곳엔 여전히 바위에 많은 뼈가 남아있다. 암벽에 붙어 있는 약 2300여 개의 공룡 뼈가 6000만 년 전 자연재앙으로 홀연히 지구 상에서 멸종된 자신들의 한을 표출이라도 할 듯 위압감을 내뿜는다. 무언의 메시지를 인간들에게 전달하는 것만 같다.

▲ 공룡국립유적지 입구에 서 있던 공룡조각상.
공룡은 2억 4000만 년 전부터 6500만 년 전까지 기나긴 세월동안 이 땅의 지배자로 살아왔다. 인간이 탄생한 시간이 겨우 200만 년 밖에 안 되니 공룡 삶의 길이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크기 또한 인간이나 코끼리 등과도 비교가 안 된다. 큰 공룡은 무려 길이가 50m(빌딩 약 15층 높이)나 되고 몸무게도 5만kg이 넘었다. 키가 50m가 넘는 상상조차 안 되는 거대한 빌딩 같은 크기의 공룡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지축이 어마어마하게 흔들거렸을 것이다. 지구 대부분 지역에 살면서 진화의 최정점에서 홀연히 사라진 공룡들은 이제 우리 상상 속에서만 살아가는 신비롭고 친근한 동물로 자리 잡았다.

그들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준 사람은 영국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언이다. 170년 전, 오언은 그리스어 Deinous(다이노우스:무서운,두려운)와 Sauros(사우로스:도마뱀) 두 단어를 합성해 Dinosaur(다이너소어)라는 단어를 이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아시아 한자 문화권 학자들은 ‘공포의 용’이란 뜻의 ‘공룡’으로 이름 붙였다.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그럼 무엇이 살고 있었을까? 땅속을 뒤져 보면 화석이 많이 나오는데 아주 이상한 것만 있다네’. 오래전 가수 ‘꾸러기들’ 노래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의 노래 속 장소를 찾아온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노랫가락을 흥얼거린다. 그러나 1억 년 후에 누군가 지구의 새로운 지배자가 나타나 ‘땅속을 뒤져 보면 인간들 제품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노래가 설마 이 땅에서 불린다면….

이렇게 지구의 과거와 미래를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동기를 유발한 수많은 공룡 뼈 화석. 유독 다른 동물 뼈보다 이유 없이 애정과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공룡의 존재는 지구에서 짧은 세월을 살아온 인간들에게 영원한 우상의 동물이 아닐까?


앤드류 김(Andrew Kim)
|(주) 코코비아 대표로 커피 브랜드 앤드류커피팩토리 (Andrew Coffee Factory) 와 에빠니 (Epanie) 차 브랜드를 직접 생산해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 전문 쇼핑몰(www.acoffee.co.kr)과 종합몰(www.coffeetea.co.kr)운영하며 세계를 다니면서 사진작가와 커피차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