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캠핑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고 강아지들을 산책시키기에도 더없이 좋다. 이 둘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애견캠핑 시간, 이번에는 포천에 있는 허브밸리캠핑장에 다녀왔다. 수목원이었던 이 캠핑장에서 몽실이와 뭉치는 원 없이 산책을 즐기고, 나는 곳곳에 떨어져 있는 밤을 주워 삶아 먹으며 고소하고 달콤한 가을을 맛보았다.
가을 애견캠핑 준비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첫 가을 캠핑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저녁의 추위다. 반려동물의 크기가 작거나 텐트의 전실이 넓다면 텐트 안에서 함께 잠을 청해도 상관없지만 몽실이(올드 잉글리리 쉽독)와 뭉치(차우차우)처럼 몸집이 큰 반려동물은 전용 켄넬이나 이동장 등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만약 반려동물이 추위를 많이 탄다면 켄넬이나 이동장 안에 담요를 깔아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한다. 지난번 첫 캠핑에는 뭉치의 켄넬을 준비해갔지만 저녁 날씨가 후텁지근해 밖에서 잠을 재웠다. 몽실이와 뭉치처럼 털이 많다면 가을이나 겨울 캠핑 추위에도 큰 염려가 없다.
가을은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는 캠핑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오랜 시간 차로 이동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다. 몽실이는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자주 다녀서 그런지 스스로 뒷좌석에 올라 타 온순하게 앉아 있는 반면, 뭉치는 차에 타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다리도 짧고 겁이 많아 항상 뒷좌석에 태울 때 몸을 안아서 올려줘야 하고, 차를 탄지 30분도 안 되어서 멀미를 시작한다. 운전 중 잠깐씩 갓길에 차를 대고 쉬어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구토를 하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문제가 아니다.
애견동반 입장 가능 캠핑장에서 퇴짜 맞다
차멀미로 지친 뭉치와 혼자 신난 몽실이를 뒷좌석에 태우고 열심히 운전해 양평의 한 캠핑장에 도착했다. 애견동반 가능 캠핑장에 산책 코스가 매우 아름다워 오래 전부터 점찍어두었던 곳이라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도로가에 핀 알록달록한 코스모스가 웃으며 우리를 반겨주는 듯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출발하기 전 미리 촬영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도착하고 나니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며칠 전 일반 캠퍼와 애견캠퍼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애견캠퍼가 목줄도 하지 않은 채 강아지를 하루 종일 풀어두고 저녁에는 음주가무를 즐겨 주변에 피해가 막심했다고 한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단이 벌어졌고, 캠핑장 대표는 다시는 애견 동반 캠퍼들을 받지 않을 생각이라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펫티켓을 지켜주세요
캠핑장 매너를 지키지 않는, 그리고 ‘펫티켓(Pet과 Etiquette의 합성어)’을 지키지 않는 일부 캠퍼들 때문에 반려동물과 함께 캠핑을 즐기는 캠퍼들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애견동반 가능 캠핑장이었던 곳도 점점 애견 출입금지로 바뀌고 있고, 대신 애견 캠핑장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애견캠퍼들은 애견 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는 것이 몸도 마음도 편하지만, 다양한 장소에서 캠핑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무시할 수 없어 가끔 애견동반 가능 캠핑장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펫티켓을 잘 지켜 주변 캠퍼들에게 애견캠핑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목줄도 하지 않은 강아지가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다른 캠퍼들의 휴식을 방해하도록 방치하거나 하루 온종일 짖게 놔두거나 혹은 배변 후 처리를 하지 않는 등의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애견캠퍼도 있다. 이렇게 펫티켓을 지키지 않는 애견캠퍼는 애견인으로서, 그리고 캠퍼로서의 자질이 많이 부족하므로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애견동반 가능 캠핑장에서 강아지를 목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하고 싶다면 자신의 사이트 주변을 울타리로 막아 그 안에서만 풀어주도록 한다. 그리고 캠핑장을 돌아다닐 때에는 강아지의 크기가 어떻든 반드시 목줄을 해 만약의 상황에서 완벽한 통제가 가능하도록 한다. 배변봉투도 잊지 않고 챙긴다. 걷다가 장운동이 활발해진 강아지들이 갑자기 자세를 잡고 배변을 하면 봉투에 수거해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한다.
벌어진 밤송이에서 후두둑 밤이 떨어지고
양평에서 아쉽게 되돌아오고 며칠 동안 애견동반 가능 캠핑장을 조사한 끝에 포천의 허브밸리캠핑장으로 출발했다. 소문으로는 대형견인 그레이트 피레니즈도 키운다고 한다. 저번처럼 퇴짜 맞지는 않을까 살짝 긴장했지만 도착해서 보니 캠핑장 대표의 인상이 매우 푸근하고 맑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 온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시고 살갑게 챙겨주시는 것이 인연을 만난 것처럼 인상 깊다.
캠핑장에는 소문대로 ‘상근이’ 견종으로 알려진 그레이트 피레니즈 1마리와 토종 진도견 1마리가 있었다. 캠핑장에 사람이 없으면 자유롭게 풀어놓는다고 하는데 우리가 방문해서인지 진도견만 자유롭게 캠핑장을 노닐고 있었다. 진도견의 이름은 몽이였는데, 몽실이를 만나자마자 첫눈에 사랑에 빠진 모양이었다. 킁킁 냄새를 맡고 몽실이를 졸졸 쫓아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올라타기를 시도했다. 몽실이도 적극적인 몽이가 싫지 않은 모양이다.
뭉치는 이번에도 멀미약에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실댔다. 또다시 사용량 조절에 실패한 모양이다. 다음에는 양을 더 줄여서 먹여야 할 것 같다.
포천 허브밸리캠핑장은 본래 수목원으로 운영되었던 곳이어서 그런지 곳곳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고 가을의 상징인 밤나무도 무수히 많았다. 저절로 벌어진 밤송이에서 토도독 밤이 떨어지고, 이것을 주워 삶아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만 뾰족한 밤송이에 강아지들의 발이 다치지 않을까 염려될 뿐이었는데, 캠핑장 곳곳에 밤송이들이 한데 모여 쌓여 있는 것을 보니 캠핑장을 관리하면서 주기적으로 밤송이를 치우는 모양이다. 가을의 정취가 눈을 즐겁게 하고 밤송이가 입을 즐겁게 하니 더할 나위 없는 가을 캠핑이다.
산책이라도 원 없이 해보자
목줄에 묶여 조용히 앉아 있던 몽실이가 산책가방을 드는 나를 보자 궁둥이를 세차게 흔들며 웡웡 짖어댄다. 산책을 갈 때마다 들고 다니는 가방이 있는데, 이 가방을 만지기만 해도 몽실이는 산책을 가는 줄 알고 신나서 날뛴다. 혀를 길게 빼고 웃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몽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목줄을 잡고 길을 나선다. 평일이어서 캠핑장은 텅 비어있었지만 만약을 대비해 목줄을 채웠다.
산책로를 따로 찾을 필요 없이 수목이 우거진 사이트 주변을 거닐어본다. 몽실이의 풍성한 털이 청명한 하늘 하래 간간히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나풀거린다. 처음 와보는 장소여서 그런지 몽실이가 걷는 중간 중간 바닥에 코를 박고 킁킁 냄새를 맡느라 산책 시간이 더욱 길어진다. 데크 사이트 옆 로얄 사이트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연못을 지나 오솔길 사이트 방향으로 걸으며 나른한 오후 시간을 보냈다. 가을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평소 정신 사납도록 뛰어다니는 몽실이도 차분하게 산책을 즐겼다. 덩치에 맞지 않은 감성소녀다.
붉은 금빛으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사이트로 돌아올 때까지 뭉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바닥에 몸을 누인 채 쉬고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날을 맞이했고, 뭉치도 기운을 차리고 무사히(?) 산책을 다녀올 수 있었다. 워낙에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녀석이라 캠핑장 산책을 반가워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웬일인지 뭉치가 더욱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길을 걸었다.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가을, 산으로 둘러싸인 캠핑장에서의 추억이 또 하나 쌓였다.
Q 반려견이 멀미를 너무 심하게 해요! A 반려견이 차멀미를 유독 심하게 한다면 근처 동물병원에서 멀미약을 처방받는다. 멀미약은 알약과 가루약이 있으며 몸무게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 출발 20~30분 전에 멀미약을 먹이는데 가루약의 경우 맛이 써서 먹이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때 가루약을 꿀에 적당히 개어서 주면 맛있게 먹는다. 만약 반려견이 약에 민감하다면 가급적 멀미약을 먹이지 않고 창문을 열고 중간 중간 쉬면서 가도록 한다. 멀미약 처방 후 소변 색깔이 노랗거나 검어질 수 있으나 일시적인 것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멀미약 1회 분은 평균 5천 원 정도에 구매 가능하다. |
MINI INTERVIEW
포천 허브밸리캠핑장 마종태 대표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수목원으로 처음 시작한 허브밸리는 2011년 봄, 캠핑장으로 새롭게 개장했다. 식물을 자식처럼 키워오던 마종태 대표는 ‘아이들이 꽃이다’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이 행복하게 다녀갈 수 있는 캠핑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시작한 캠핑장이지만 3개월 만에 비애감을 맛볼 줄이야.
“분리수거도 하지 않고 기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처음에는 화도 나고 내가 왜 여기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어야 하나 싶은 마음도 생겼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더 깨끗하게 관리한다면 캠핑장을 함부로 사용하는 분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마 대표의 철저한 관리 덕분인지 이제는 캠핑장 에티켓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애견 출입을 허용하면 청결 관리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가끔은 펫티켓을 지키지 않는 애견캠퍼들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 깨끗하게 관리하면 되니까요. 앞으로 애견인들의 문화가 더욱 발전하게 된다면 이런 걱정도 하지 않겠지요.”
마 대표는 어렸을 때 ‘케리’라는 이름을 가진 개를 2년 정도 키웠는데 부모님이 30리 밖에서 열린 5일장에 케리를 팔아버린 후 몸져누웠다고 한다. 그런데 케리가 보름 후에 집을 다시 찾아왔고 그 후로는 케리가 세상을 뜰 때까지 함께 살았다고 한다.
주소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573-3
문의 031-532-0730
홈페이지 www.herbvalle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