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에 오르는 이유
내가 산에 오르는 이유
  • 김재형 기자
  • 승인 2014.09.2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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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클럽 회장 곽정옥 씨

청평수력발전소에서 한전kps사업소 소장으로 근무하는 곽정옥 씨가 산과 인연을 맺은 건 대학교 신입생 때다. 서클 활동의 일환으로 산악부에 가입했다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을 산과 함께 해오고 있다. YB 시절에는 매주 야영 장비를 챙겨 들고 도봉산, 북한산을 찾았고, 방학이 되면 지리산, 설악산으로 들어가 한 달씩 장기등반을 다녔다.

요즘에야 산에 가거나 백패킹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개인 장비로 풀 세팅을 하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 게 없었다. 무게만 8kg에 달하는 텐트 하나에 8명이 함께 잤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하기 짝이 없지만, 헬멧도 없이 등산화 하나만 신고 암벽을 올랐다. 왜 그렇게 했냐는 질문에 대한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하다. 학생 때라 돈이 없었으니까.

학창 시절에는 아버지가 등산 장비를 두 번이나 갔다 버렸을 정도로 산에 미쳐있었다는 곽정옥 씨는 북한산과 도봉산의 암벽은 물론, 설악산 범봉, 태종대 바다 해벽까지 국내 웬만한 암벽 코스는 모조리 올라가봤다. 물론 산과의 인연이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던 1992년에 히말라야 산행을 준비하며 설악산 토왕폭에서 훈련을 하다가 원인불명으로 줄이 끊어지면서 후배 2명을 잃었다. 아직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가슴이 아픈 순간이다. 가슴에 고이 묻어두었다가 대학졸업반인 아들과 작년에 함께 떠난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에서 후배들의 사진을 5,400고지에 묻어주고 왔다.

사고 이후로 산악부 역시 암흑기에 들어갔다. 졸업한 대학이 홍익대에 편입되면서, 더 이상의 젊은 피도 수혈이 안됐다. 그래서 1990년대 초 직접 원년멤버들을 주축으로 산악부를 다시 창단했다. 백산(白山)클럽. 흰 산이라는 뜻으로 알파인 스타일의 해외 히말라야 원정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최근에 백패킹 인구가 늘어나고 유행이라 하지만, 그가 보기에는 새로운 문화가 아니다. 원조는 자기 같은 산악인이라고 말하는 그는 지금도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설악산과 지리산으로 일주일씩 장기산행을 떠난다. 국내 산림법에서는 국립 ? 도립공원에서의 야영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가 속한 단체가 대학산악연맹에 가입 돼 있기 때문에 계획서를 제출하면 일정 코스에 한해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사실상 누구보다 제대로 된 백패킹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신고 없이 몰래 들어가는 사람들도 만나곤 하지만, 정말 자연을 사랑하고 산이 좋다면 책임감을 가지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Beacause it is there)”라는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말로리의 말처럼 그가 산을 오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저 산이 좋았을 뿐이다. 자연과 산이 자연스럽게 가져다주는 본능적인 끌림,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오늘까지 그를 산으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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