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바다 못지않게 아름다운 동해
열대바다 못지않게 아름다운 동해
  • 글 사진 최성순 기자
  • 승인 2014.09.22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쿠버 다이빙 | 동해에서 다이빙하기

최근 해외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는 국내 다이버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일 년에 한두 번 다니는 해외투어로는 다이빙의 갈증을 채울 수 없기에 주말을 이용해 동해를 찾는다. 그런데 해외에서 처음 다이빙을 시작한 다이버들이 동해 다이빙에 적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열대바다에 비해 차가운 수온과 흐린 시야가 이들의 의지를 꺾어 놓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해의 환경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하고, 대비한 상태에서 도전하게 된다면 분명 열대바다와는 또 다른 환상적인 다이빙을 경험하며 동해에 매료될 것이다.

▲ 동해는 테크니컬 다이빙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부채뿔산호와 섬유세닐말미잘이 있는 동해 생태계

동해의 해양생태계는 10m 이내의 얕은 수심에는 잘피류와 파래, 모자반, 미역과 다시마 등의 해조류가 군락을 이루고, 20m 수심으로 내려가면 부채뿔산호와 히드라산호붙이 등 산호충류가 군집을 이루고 구멍쇠미역 등의 해조류가 번성하고 있다. 30m 내외로 더 깊이 내려가면 섬유세닐말미잘과 비단멍게 등 부착생물이 군집을 이룬다.

수심에 따라 이렇게 우점하는 부착생물들이 달라지면 바닷속 풍경도 바뀌게 된다. 여기에 인상어와 자리좀 등이 얕은 수심에서 무리를 이룬다. 조금 깊어지면 불볼락, 탁자볼락, 조피볼락 등의 볼락들이 무리를 짓고, 동해의 제왕 대왕문어들이 가끔 멋진 자태를 드러낸다.

▲ 아름다운 비단 멍게를 감상할 수 있는 동해.
▲ 불면 날아갈 듯한 바닷속 민들레 같은 섬유세닐말미잘.

가끔 번성하는 보름달물해파리, 노무라잎깃해파리, 무희나선꼬리해파리 등도 동해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손님들이다. 겨울철에는 정착성 어종인 쥐노래미와 심퉁이가 산란기를 맞아 암초나 어초를 지키고 있고, 깊은 수심에서 올라와 산란하는 도루묵과 까나리 등도 만날 수 있다. 정말 운이 좋은 경우에는 개복치나 돌고래, 바다사자 등을 만나기도 한다.

동해는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는 물론 테크니컬 다이버에게도 좋은 훈련장이다. 오픈워터 다이빙 교육을 위한 수심이 얕은 비치 포인트와 가까운 바위섬 포인트가 많을 뿐만 아니라 수심 20m 내외에 화려한 부착생물이 번성한 암반, 인공어초, 난파선 등이 있다.

테크니컬 다이버에게는 수심 30m 이상의 깊은 곳에 있는 암반과 인공어초 그리고 아직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난파선 등이 숨어 있다. 게다가 수심 40m를 넘어서는 깊은 수심엔 다이버가 거의 찾은 적 없는 미지의 세계가 숨어있다.

▲ 해파리 사이를 유영하는 다이버들.

동해에 영향을 미치는 해류

동해에서 다이빙하고자 한다면 해류에 대해서도 좀 알아야 한다. 해류는 수온과 투명도 등 비슷한 성질을 가진 물덩어리(수괴)가 움직이는 것이다. 동해(East Sea)는 한국, 일본, 러시아로 둘러싸여 있는 반 폐쇄성 해역으로 동중국해에서 남해로 올라온 고온고염도에 투명한 대마난류(구로시오 해류의 지류)가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로 유입된다.

대마난류가 갈라져서 우리나라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흐르는 흐름을 동한 난류(East Korea Warm Current)라고 하는데 북위 37°~38° 부근까지 투명하고 따뜻한 바닷물을 공급한다. 이 동한 난류는 봄, 여름에 비해서 가을철에 위력이 강하며 북쪽으로 흐른다. 가을철 동해안에 수온이 따뜻하고, 시야가 20m 가까이 좋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 독도 유역 바다에서.

러시아의 남쪽 해안을 따라서 남서쪽으로 흐르는 차가운 해류는 리만 한류이다. 이 연장선에서 북한의 동쪽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흐르는 해류가 북한 한류(North Korea Cold Current)이다. 이 해류를 구성하는 물은 수온이 5℃로 차갑고, 상대적으로 염분이 적으며, 산소가 풍부하다. 해류의 폭이 좁고, 주로 여름에 강하게 남하한다. 이 때문에 속초와 묵호 연안 해역은 동한 난류의 약화와 여름철 북한 한류의 발달로 연안에 냉수대가 발달할 수 있다.

동한 난류와 북한 한류는 북위 38° 부근에서 만나서 극전선을 이루고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울릉도 인근 해역을 지나 쓰가루 해협(Tsugaru Strait)과 소야해협(Soya Strait)을 통해 북서 태평양으로 빠져나간다. 봄과 겨울철은 동한난류의 이안으로 극전선대의 수온은 10℃ 내외를 나타내며, 여름철과 가을철의 극전선대의 수온은 20℃로 10℃ 이상의 큰 수온 차이를 보인다. 특히 봄과 겨울철에 동한난류가 여름과 가을에 비해 약하게 나타나며, 봄과 겨울철 표충수온이 4~20℃의 범위인 데 비해 여름철과 가을철의 표층 수온은 10~28℃ 범위로 나타난다.

▲ 해양 생물뿐만 아니라 난파선도 볼 수 있다.
▲ 동해의 차가운 수온에 적응하면 열대바다 못지않은 아름다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울릉도 근처로는 시계방향으로 도는 울릉 난수 소용돌이(Ulleung Warm Eddy)가 뚜렷하게 관측된다. 울릉 난수 소용돌이는 계절과 관계없이 극전선의 경계에서 울릉도를 중심으로 항시 존재하며 위치는 계절에 따라 위아래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울릉도와 독도가 제주도와 비슷한 해양생태계를 가지고 사계절 수온이 따뜻하고 시야가 좋은 것은 이 때문이다.

동해안의 수온과 시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에서 해류가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다이빙하는 연안의 경우는 해류 이외에는 지역적인 집중호우로 인한 혼탁한 민물의 유입이나 봄철 수온의 상승에 따른 플랑크톤의 번성과 해조류 녹음 등으로 시야가 나빠지기도 한다. 특히 남풍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용승 현상도 동해안의 수온 하강에 영향을 미친다.

▲ 먹음직스러운 멍게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동해안 다이빙에 필요한 장비

동해안 다이빙과 열대 다이빙의 가장 큰 차이는 수온과 시야이다. 먼저 수온에 관해 이야기하면 동해 다이빙에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드라이슈트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가장 수온이 높은 가을철에 20℃ 이상으로 수온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그것도 표층 온도일 뿐이고, 수심 20m 정도만 내려가도 수온은 15℃ 아래로 떨어진다. 물론 이 정도 수온이라면 웻슈트를 입고 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다이버도 있다. 하지만 잠깐 정도는 몰라도 연속 다이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세미드라이슈트나 밀착력이 좋은 프리다이빙용 슈트라고 해도 아주 짧은 시기만 가능하며 전천후 다이빙을 위해서는 드라이슈트가 필수다. 최소 3m의 보온성 있는 후드와 장갑도 꼭 필요한 아이템이다.

동해안에서는 시야가 보통 10m 내외는 나오지만 때에 따라서는 5m 이하로 시야가 흐려질 때도 있다. 20~30m 정도의 시야에 익숙한 열대 다이버에게는 수온 다음으로 힘든 것이 흐린 시야일 것이다. 따라서 수심이 깊어지면 빛이 흐려져서 매우 어두운 환경에서 다이빙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야간 다이빙에 사용하는 밝은 랜턴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랜턴은 동해안의 화려한 해양생태계의 잃어버린 색깔을 찾아줄 뿐만 아니라 버디와 신호를 할 때에도 유용하다.

그 외 동해안 다이빙에서는 안전 장비인 SMB와 커팅도구가 꼭 필요하다. 대부분이 보트 다이빙으로 진행되는데 흐린 시야에 조류가 있는 경우에 상승라인을 찾지 못하고 흘러버릴 수 있고 SMB가 없으면 보트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망 등의 그물이 많고, 낚싯줄 등에 걸릴 우려도 있으므로 커팅도구 또한 필수이다.

▲ 잘피 숲.
▲ 시야가 어두운 동해에서는 라이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동해에 익숙해지기

따뜻하고, 시야가 좋은 열대바다에서만 다이빙하다가 수온도 차고, 시야도 흐린 동해에서 다이빙하는 것이 처음에는 무척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강해서 첫 5분이 가장 어려운 상황인데 몸이 낮은 수온에 점차 적응하면 다시 괜찮아진다. 다만 평소 열대바다에서 다이빙할 때보다 몸이 불편하고, 공기소모량이 많아진다. 두꺼운 내피의 드라이슈트나 두꺼운 네오프렌 슈트로 인해 움직임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부력을 보상하기 위해 무거운 웨이트까지 착용하게 되므로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가능한 침착하게 자신의 숨소리에 가만히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잃어버린 감각이 되돌아올 것이다.

이렇게 차가운 수온과 약간 흐린 시야에 적응하고 나면 동해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자연 상태의 암반과 인공어초 그리고 난파선 등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동해에서 다이빙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콤팩트카메라라도 하나 장만해서 수중사진을 촬영해보자.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화려한 사진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적응하다 보면 어느새 동해가 열대바다 못지않은 곳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