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향기 가득한 ‘낭만의 파라다이스’
예술 향기 가득한 ‘낭만의 파라다이스’
  • 글·김경선 기자|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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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파주 ③ 헤이리 하이킹

각종 갤러리와 아이들의 놀이공간 풍성…쉬엄쉬엄 둘러보면 자전거로 3~4시간 소요

▲ 뒷산과 책을 형상화한 헤이리의 터줏대감 북하우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순수한 문화의 공간. 정부의 주도가 아닌 예술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마을이 헤이리다.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건축물들이 가득한 헤이리가 최근 수도권 시민들의 산책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다정한 연인들부터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와 노년의 여유를 즐기러 온 노부부까지, 헤이리는 지금 낭만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햇살이 따사로운 봄날, 헤이리를 찾았다. 15만 평에 조성된 헤이리 문화마을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쉬엄쉬엄 걸으며 산책해도 좋고, 마을에서 운영하는 전기 투어버스로 돌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신나게 헤이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전거다.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헤이리에서는 올해부터 자전거 대여점을 오픈했다. 헤이리 마을 북서쪽 3번 출입구 인근의 자전거 대여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빌리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헤이리의 특성상 자동차를 타고 오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지만 차로 이동하면 마을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놓치기 쉬워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취재진은 <라푸마>에서 전개하는 ‘리베로’자전거를 타고 헤이리를 찾았다.

▲ 헤이리 곳곳에는 빈티지한 조형물들이 많다. 폐차를 리폼한 빨간 버스.

모던과 클래식의 절묘한 만남
청명한 하늘에는 솜사탕 같은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페달을 밟자 온 몸에 전해지는 상쾌한 바람이 잊고 있던 동심을 불러일으켰다. 자전거 위에서 만난 헤이리의 첫인상은 복잡한 도심생활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감성을 되살릴 만큼 순수하고 친근했다.

▲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갈대광장. 자그마한 호수 주변에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다음 목적지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헤이리다. 어디를 가더라도 독특하고 특별한 공간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담한 헤이리 마을에서는 길을 잃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곳곳에 세워진 지도를 보면 금세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목적지도 없이 한참 동안을 그저 달리는 데에만 집중했다. 햇살과 바람을 오롯이 느끼는 일, 자전거가 주는 특별한 선물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어서다. 한참을 달리고 나자 온 몸에서 따스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목적지를 정했다. 마을의 중심에 자리한 북하우스다.

북하우스를 헤이리 하이킹의 첫 번째 목적지로 정한 것은 상징성 때문이다. 지금은 헤이리에 수많은 건축물과 문화공간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이 넓은 땅에 가장 처음 들어선 것이 바로 북하우스다.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를 연상시키는 북하우스는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건물이다.

북하우스에 들어서자 나선형의 층으로 연결된 공간에는 다양한 문화·예술 서적이 가득했다. 특히 일반서점에서 보기 힘든 희귀한 예술 관련 서적들도 많았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동도서 구간도 따로 마련돼 가족이 한 공간 안에서 각자의 취향에 맞게 책을 구경할 수 있다. 갖가지 책들로 눈과 마음을 정화시킨 사람들은 1층에 자리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도락도 해결할 수 있다.

▲ 헤이리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공간 ‘딸기가 좋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의 캐릭터가 외관을 장식하고 있다.
북하우스에서 나와 마을 북쪽으로 이어지는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랐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가르며 언덕을 오르자 숨어있던 아기자기한 카페며 갤러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헤이리에는 진정한 빈티지 공간들이 많다. 홍대의 카페촌처럼 오래된 소품이 가득한 카페들이 대표적이다. 그 중 7번 출구 근처의 묵직한 콘크리트 건물에는 아나운서 황인용 씨가 운영하는 음악 감상실 카메레타가 있다. 1만여 장의 LP를 소장하고 있는 카메레타는 주인이 직접 선곡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추억의 공간이다.

카메레타의 전면 벽은 거대한 스피커 두 개로 채워져 있었다. 무성영화 시대에 미국 극장에서 사용하던 웨스턴 일렉트릭사의 빈티지 스피커다. 스피커 마니아들은 이 골동품 스피커를 보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고 하는데, 조용한 카페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팝송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앙증맞은 연필깎이와 몽당연필이 놓인 테이블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아날로그의 감성에 잠시 젖어 봐도 좋은 듯싶다.

현대건축을 이야기하다
카페를 나와 페달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겼다. 독창적인 건축물들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승효상, 조성룡, 조민석, 최문규 등을 비롯해 스탠리 사이토비츠(Stanley Saitowitz), 로랑 살로몽(Laurent Salomon) 등 실력 있는 국내외 건축가들은 헤이리에 아름다운 건축물을 남겼다.

▲ ‘딸기가 좋아’ 내부로 들어가면 아이들의 시선을 끌만한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많다.
헤이리의 모든 건물은 3층 이하로 지어졌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건물의 층수를 최대한 낮게 지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건물들은 모던하면서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있다. 장식을 최대한 절제하면서도 색다른 소재와 색감, 공간의 동선을 특색 있게 연출해 현대적인 건축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특히 갤러리들은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내는 구조와 독특한 설치물을 조화시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테디베어 박물관 앞에 우아한 테디베어 비너스 동상이나 UV하우스 앞에 있는 철사로 만든 거대한 꽃들, 아트팩토리 옆에 나무를 이용해 만든 커다란 의자가 대표적이다.

자연을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축물을 조성한 헤이리에는 골목 하나도 생각 없이 만들어진 것이 없다. 80년 된 굴참나무를 살리기 위해 건물에 크고 작은 12개의 구멍을 낸 금산갤러리나 뒷산과 책을 형상화한 북하우스, 독특한 곡선 구조로 벽과 지붕을 연결한 김정재 조각공방 등 헤이리의 모든 건축물들은 자연을 보존하고픈 예술가들의 고집스러운 정신이 묻어 있었다.

아이들 뛰노는 놀이 공간 풍성

▲ 자전거로 헤이리를 달리다보면 숨어있던 공간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글틔움 박물관 1층에도 오며가며 쉴 수 있는 책상이 마련돼 있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페달질을 재촉했다. 대부분 평지로 이루어진 마을은 자전거 타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정처 없이 달리기를 한참, 재잘대는 이야기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한 건물 앞에 고만고만한 아이들 무리가 눈에 띄었다. 알록달록한 외관이 돋보이는 ‘딸기가 좋아’ 앞이다.

수도권 인근에서 아이들과 문화를 체험하며 놀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될까. 부모라면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각종 체험공간과 그림책이 가득한 서점, 캐릭터 테마파크, 장난감 박물관…. 이렇게 다양한 헤이리의 공간 중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단연 ‘딸기가 좋아’다. 캐릭터 전문 회사인 <쌈지>의 인기 캐릭터 ‘딸기’를 주제로 한 ‘딸기가 좋아’에는 어린이들의 체험과 놀이·교육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딸기가 좋아’ 안에는 ‘집에 안갈래’ ‘쌈지아트컬렉션’ ‘딸기가 좋아’라는 3개의 테마공간이 있다. ‘집에 안 갈래’는 아이들이 뛰어 놀기 좋은 공간이다. 숲과 바다를 테마로 한 놀이터에서 실컷 뛰어놀다 피곤해지면 부모님과 바닥에 누워 동화책을 읽을 수 있다. ‘딸기가 좋아’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가득한 놀이터와 포토존을 비롯해 딸기의 출판물들이 있고, ‘쌈지아트컬렉션’에는 <쌈지>에서 나오는 각종 캐릭터 상품들이 판매된다. 최근에 ‘딸기가 좋아’ 안으로 옮겨 온 ‘테디베어 아트갤러리’도 아이들에게 큰 인기다.

▲ 헤이리 마을 중심부의 갈대광장에는 쉴만한 공간이 많다. 가족과 함께 운치 있는 산책로를 걸어보자.

‘딸기가 좋아’에서 나온 아이들의 다음 목적지는 ‘토이뮤지엄’이다. 동물병원·경찰서·소방서·비행기·방송국·수퍼마켓 등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장남감 박물관에는 아이들이 다양한 역할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주말에는 1000여 명의 아이들이 몰려올 만큼 인기라고 한다.

4시간 동안 자전거로 즐긴 헤이리는 알찼다. 주마간산 격으로 휙휙 지나버리면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마을이지만, 갤러리에서 미술 작품도 감상하고 골목에 숨어있는 아기자기한 카페나 한적한 호숫가에서 봄내음을 맡으며 여유를 부리면 하루해가 짧을 만큼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헤이리에는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호흡한다. 무더위가 몰려오기 전, 몸과 마음의 양식이 필요하다면 가족이나 연인 혹은 친구들과 함께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헤이리로 떠나보면 어떨까.

헤이리 하이킹

1997년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소통하는 마을로 탄생한 헤이리는 약 15만 평의 공간에 작가·미술인·영화인·건축가·음악가 등 370여 명의 예술인들이 정성껏 가꾼 갤러리와 박물관·서점·카페들이 들어서있다.

헤이리를 가장 알차게 둘러보는 방법은 자전거 하이킹이다. 자전거를 타고 헤이리를 한 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지만, 곳곳의 갤러리와 박물관을 감상하고 카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면 하루 종일 둘러봐도 지겹지 않은 곳이 헤이리다.

헤이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마을에서는 최근 자전거대여점을 오픈했다. 3번 게이트 200m 전방 금산갤러리 우측의 매그닉스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자전거 이용료는 1시간에 4000원, 2시간에 6000원이다. 이후 30분당 2000원 추가. 2인용 자전거는 1시간에 6000원, 2시간에 1000만원. 이후 30분당 2000원 추가. 운영시간 10:30~17:00, 예약 문의 070-7798-0875

자전거 외에도 전기차로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전문 가이드와 함께하는 전기차 투어는 성인 5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헤이리 마을 안을 운행하는 전기차 마을버스도 있다. 성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문의 : 031-946-8551 www.heyri.net

▶ 교통
서울→헤이리(1번 게이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1·2번 출구 앞에서 200번 버스가 20~30분 간격(05:00~21:10)으로 운행한다. 40분 소요, 요금 1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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