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DMZ 트레킹 코스 열렸다!
경기도 DMZ 트레킹 코스 열렸다!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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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파주 ② DMZ 트레킹

파주 제3구간 일부 구간에서 개장 행사…임진강역~장산전망대~화석정 총 8km, 2시간30분 소요

▲ 장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임진강. 초평도가 보인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에 이어 우리나라 최북단 지역을 걸으며 북녘땅과 문화유적, 주상절리 등을 즐길 수 있는 ‘DMZ 트레킹 코스’가 지난 5월8일 개장했다. 경기도가 조성한 ‘DMZ 트레킹 코스’는 총 182km로 김포시 대명항 함상공원 옆에서 시작해 고양·파주시를 거쳐 연천군 신탄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이 있는 철도 종단점까지 이어진다. 총 12개의 코스로 구성된 코스는 각각 평균 15km 내외로 4~5시간 정도 걸린다.


원래 경기 ‘DMZ 트레킹 코스’ 개장은 김포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구제역과 교통상의 이유로 대중교통으로도 닿을 수 있는 파주의 임진강역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이번에 다녀온 파주에는 출판도시~통일동산(12.4km), 통일동산~반구정(17km), 반구정~율곡2리(11.2km), 율곡2리~황포돛배(15.7km) 이렇게 4개의 구간이 있는데, 그 중 반구정~율곡2리를 걷는 제 3구간의 일부인 임진강역~화석정이 개장 구간으로 선택되었다.

경기도 ‘DMZ 트레킹 코스’의 특징은 있는 길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이다. 돌바닥 등에 이정표를 표시해 둔 제주올레와 비슷한 맥락인 듯싶지만 트레킹 중간중간 마땅한 화장실이 없다는 것까지 닮아 조금은 불편하다. 어찌되었건 교차로 및 갈림길 등에 최소한의 이정표와 화살표, 그리고 주황색과 청색 리본만을 설치해 도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기존의 길을 그대로 이용해 인공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한다는 취지에서였겠지만 길과 길 사이가 너무 먼 경우에는 리본을 찾을 수 없어 초행자는 길을 헤매기도 할 듯싶다.

▲ 풍물패의 신명나는 가락으로 DMZ 트레킹 문을 열었다.

지구 유일 분단국가의 비무장지대 트레킹
DMZ. ‘Demilitarized Zone’의 줄임말로 직역하면 비무장지대가 된다. 국제조약이나 협약에 의해서 무장이 금지된 지역 또는 지대를 뜻하며, 비무장지대에는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된다. 한국에서는 6·25전쟁 때 UN군과 북한군이 휴전을 전제로 한 군사분계선과 이 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 2km씩 너비 4km의 비무장지대를 설정할 것을 합의했으나 30일 이내로 휴전이 성립되지 않아 무효화됐다. 그후 1953년 7월27일에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 체결됨으로써 군사분계선이 확장되고 이에 따라 현재의 비무장지대가 설정되었다.

▲ 마정에서 문산까지 잇는 버스. 버스를 타겠다고 정류장에 멈춰선 이들도 있었다.
50년 가까이 두 동강이 난 한반도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일까. 바라만 볼 뿐 여전히 갈 수 없는 고향, 북녘땅을 멀리서나마 바라보면 걸을 수 있는 경기 ‘DMZ 트레킹 코스’ 개장식이 있던 지난 5월8일 1000여 명의 참가객들이 몰려들었다.

교통상의 이유로 경기도 4개 지역 중 임진강역을 품고 있는 파주의 제3구간에서 개장식이 열렸는데, 임진강역 옆 광장에는 생태 사진이며 6·25 전쟁 당시의 사진 등의 전시가 함께 진행되었다. 가정의 달인 5월, 그중에서도 어버이날인 오늘 엄마아빠 손잡고 나들이 나온 꼬마들은 뭐가 그리 신기한지 사진 앞을 떠날 줄은 모르고, 노부부 한 쌍은 6·25 전쟁 사진 앞에서 서성인다.

▲ 마정리 초입에 자리한 마정슈퍼는 파주 제3구간의 유일한 매점이다.
개장식을 알리는 행사의 마지막에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자, 풍물패가 앞장서 길을 열고 나간다. 그 뒤를 1000여 명의 트레커들이 따라나선다. 이제 막 푸릇한 기운이 돌기 시작한  논두렁 옆으로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는 모습이 장관이다. 풍물패의 장단에 흥이 나는지 꼬마들이 엉덩이를 씰룩거린다.

오늘 걸을 길은 파주 제3구간의 일부인 임진강역에서부터 마정초등학교를 지나 장산전망대에서 초평도를 감상하고 화석정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논두렁을 따라 걷는데 밭에 거름을 주러 나왔는지, 밭을 살피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간혹 보인다. 30분 가량 걸려 마정리로 들어서자 산뜻한 빨간 간판의 ‘마정슈퍼’가 보인다. 파주 3구간의 첫 번째 매점이자 화석정까지의 길 중 유일한 매점이다. 아직 갈 길이 머니 간식을 준비 못했다면 이곳에서 반드시 챙겨두도록 하자.

바라보는 데 만족할 수밖에
마정리로 들어서자 바로 마정초등학교가 보인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라 갑자기 사람들이 몰린 탓에 마을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싶은데, 동네 꼬마들은 줄이어 몰려드는 인파가 신기한지 사탕 하나씩 입에 물고 문 밖에 나와 구경한다. 별다를 것도 없고 짠한 풍경이 펼쳐지는 길도 아니다. 그저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길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 이 수수하고 털털한 길에 올라있는 지금이 벌써 아쉽다. 북녘땅이 가까워져서일까. 4.5km만 가면 임진강의 유일한 섬이라는 초평도가 보이는 장산전망대에 닿는다.

▲ 마정리에서 장산리까지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길이 이어진다.
장산리에 닿자 주최측에서 준비한 마실 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문산에서 마정까지를 잇는 58번 버스와 함께 “저거 타고 가고 싶어!” 하고 외치는 꼬마들 목소리가 지나간다. 목을 축이고 약간의 오르막을 향하는 길. 아까부터 보채던 9살 꼬마 하나는 “아빠, 힘들어!” 하며 보채더니 결국 아빠 어깨에 올라탄다.

한 시간이 넘게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을 따라 걷자 드디어 장산전망대와 닿는다. S자로 휘감긴 임진강은 여전히 말이 없다. 벌써 도착해 망원경으로 멀리 북녘땅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과연 이곳에서 임진강을 바라보며 그들은 무엇을 떠올리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변바깥으로 여전히 뾰족뾰족한 철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육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녹이 슬었으리라. 하지만 그 뾰족한 날은 좀처럼 무뎌 보이지 않는다. 오래된 벗으로 보이는 할아버지 두 분이 임진강역과 가장 가까운 평지에 자리를 잡고 앉은 뒷모습에는 원망스런 철책이 오버랩된다.

발길을 돌려 임진리로 향한다. 참게탕, 황복, 장어 등의 음식점들이 하나 둘 보이는 것을 보니 임진리 마을이다. 임진강변을 왼쪽에 두고 걷는데 마을을 벗어나자 차도가 나온다. 이 차도에서는 아무래도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길을 따라 펼쳐진 철책에 감싸인 임진강의 푸름에 한눈을 팔다보니 어느새 화석정이다.
율곡 이이 선생의 본향인 파평면 율곡리 임진강변 절벽 위에 자리한 화석정은 아까 반한 임진강의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 장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임진강 풍경.
율곡선생이 생전에 여유가 있을 때면 이곳을 찾았고, 관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여생을 이곳에서 보내며 제자들과 시와 학문을 논했다고 한다. 또 선조가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난 가던 중 화석정을 태워 어둠을 밝혔다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그후 80여 년간 빈터만 남아 있다가 1673년(현종 14) 이이의 증손인 이후지와 이후방이 복원했지만 6·25전쟁 때 다시 소실되었다. 그리고 다시 1966년 경기도 파주의 유림들이 현재의 정자로 복원했다. 그 모습을 보았다면 율곡 선생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분단된 이북땅을 이곳에서 바라보는 실향민들에게 이이 선생은 어떤 말을 해주고 싶었을까. 임진강은 말이 없이 흘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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