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의 기준을 묻다
캠핑의 기준을 묻다
  • 김재형 기자 | 사진제공 ‘조선메주’
  • 승인 2014.09.0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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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블로거 ‘조선 메주’

캠핑은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가 생활로 자리 잡았다.그러나 규모가 커질수록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와 외부의 비판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은 편이다. 물론 이러한 견해와 비판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캠퍼들에겐 억울한 측면이 적잖다. 그래서 ‘캠핑계의 논객’ ‘조선메주’에게 물었다. 캠퍼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캠핑은 어떤가?

안녕하세요. 캠핑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취미는 혼자 합니다. 골프가 그렇고 낚시가 그렇습니다. 그러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뭔가를 찾다가 캠핑을 선택했습니다. 처음 캠핑 장비를 마련할 때 골프 장비를 팔아 캠핑 장비를 샀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캠핑을 따라다니지 않는 지금은 제가 좋아서 합니다.

방송이나 언론에서 다루는 캠핑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언론에서 캠핑을 다루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광고에서도 많이 보이지요. 캠핑이 대세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캠핑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낮다는 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캠핑을 학문적으로 접근하시는 분들의 현학적인 얘기와 더불어 자칭 캠핑전문가라는 미심쩍은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구하는 엉터리 자문. 이런 것들이 결합되어 지극히 편향적이거나 비판적이기만 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곤 하죠. 캠핑은 몸과 마음으로 느끼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 없는 활동입니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걸로는 부족하죠.

대한민국 캠핑문화는 장비질이라느니, 외국처럼 사색의 시간을 가지는 게 아니라 먹고 마시면서 노는 게 전부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공감은 하지 않습니다.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상적으로 보이는 현상만을 언급합니다. 캠핑을 많이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게 장비얘기입니다. 장비병에 걸렸다는 비아냥을 많이 듣는데, 그런 현상이 캠핑 쪽에만 국한되었나요? 동네 뒷산에 오를 때에도 비싼 아웃도어 의류를 입는 사람들과, 바이크족, 자전거족 등 대부분의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장비는 화려합니다. 저는 그래서 이런 현상들이 사회현상이고 인간 본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국내 캠핑문화를 비판하면서 항상 외국을 언급하는데, 우리만의 독특한 민족성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나와 있듯이 옛날부터 음주가무를 즐겼고, 여름철에 냇가에서 천렵을 즐겼습니다. 모여서 노는 것이 DNA에 체화된 민족입니다.

일본을 비롯해 서구의 캠핑문화는 다릅니다. 그곳은 캠핑을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으로 여기지만, 우리의 캠핑 문화는 타인들과 어울리는 문화입니다. 캠핑이 일반화되기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름철이면 돗자리 들고 계곡에 가서 고기를 구워 먹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캠핑 모습과도 본질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토캠핑 못지않게 백패킹을 즐기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딱히 명확한 규정도 없고, 불법성 논란도 있어서 이쪽은 좀더 시끄러운 편입니다.

백패커들이 저지르는 산림법 위반행위는 당연히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공개를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터인데 백패커들 중 일부는 굳이 산림법 위반행위를 인터넷에 공개해 비난을 자초한다는 것입니다. 대체 왜 공개할까요? 이건 그저 단순히 자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자랑을 위해 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이 불법행위에 동참하도록 선동을 합니다. 이게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한편으론 국내 산림법이 너무 엄격하고 현 실정과 동떨어졌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그런 지적이 있습니다. 일견 그럴 듯하나 이기적인 발상이 아닐까요. 산림법이 금지하는 것은 야영 자체가 아니라 불을 피우는 행위와 화기소지 금지입니다. 이 산림법의 시행으로 6.25전쟁 후 민둥산이던 국토가 오늘날 울창한 산림이 됐습니다. 그 혜택을 우리들이 누리고 있지요. 그렇다면 우리도 오늘날 누리는 혜택을 자식 세대들에게 물려줄 최소한의 의무가 있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보다는 좀 더 백패킹 문화가 활성화 돼있는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요?
백패커들이 종종 해외, 특히 유럽의 사례를 언급하는데-제가 모든 나라들의 경우를 알지 못 합니다-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그곳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산에서 맘대로 불을 피우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방화 허용으로 얻는 편익에 비해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보호가치가 높은 곳은 원칙적으로 야영을 금지하고 그 외에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국회에서 법을 제정할 때 반드시 참고하는 것은 해외의 입법사례입니다. 따라서 국가마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럽의 백패커 윤리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통행로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게 하라’. 보행자가 놀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일반인들이 경치를 감상하도록 만들어 놓은 데크에 버젓이 텐트를 펼칩니다. 해외 백패커들은 엄격한 백패킹 윤리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관습에 의해 지금은 용인되는 행위가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결국 단속의 빌미를 주게 될 겁니다. 백패커야말로 누구보다도 엄격한 윤리의식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선메주
주 5일제 근무의 시행으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캠핑을 시작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중년. 그러나 블로그(blog.naver.com/cyberman65)를 운영하게 되면서 전국의 캠핑 블로거들이 모이는 명절 같은 날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제1회 캠핑 블로거 전국 대회’를 주관했다. 캠핑과 관련된 부당하거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에는 언제나 주저하지 않고 문제 제기와 함께 합리적인 비판을 한다.

*인터뷰이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본명은 밝히지 않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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