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하바(Merhaba), 형제의 나라!
메르하바(Merhaba), 형제의 나라!
  • 글 사진·최광호 사진가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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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최광호의 KOMSTA 동행기 | ⑤ 터키

▲ 터키 카이제리 에리지예스 국립대학 의과대학에서 맞이하는 첫날밤의 보름달.
인류 문명의 요람이자 살아있는 박물관.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에 걸쳐 있으면서 두 지역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나라. 고대에서부터 중세,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문화유산이 넘쳐나는 나라. 흑해와 에게해, 그리고 지중해 3면이 바다로 감싸인 나라. 덕분에 풍부한 자연유산을 갖춘 천혜의 땅 문화대국 터키. 우리와는 고구려시대부터 동맹을 맺은 끈끈한 형제의 나라, 터키를 <콤스타>의 의료진이 찾았다. 


과거 고구려와 동시대에 존재했던 ‘돌궐’이라는 나라를 기억하는가? 우리가 코리아를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것처럼 터키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투르크’라고 부른다. 투르크는 돌궐의 다른 발음이다. 같은 우랄알타이 계통이었던 고구려와 돌궐은 동맹을 맺어 가깝게 지냈고, 멸망한 돌궐의 후예들이 서방으로 이동해 오스만 제국을 건설한다. 왜 터키를 ‘형제의 나라’라고 하는지에 대한 연유다. 이처럼 터키와 우리의 인연은 길고도 깊다.

▲ 기구를 타고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다.

▲ 터키도 교통체증이 심하다. 돌아오는 날도 심한 교통체증으로 비행기 시간을 놓쳐서 중국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야 했다.

터키에서의 <콤스타> 의료 봉사가 그 어느 곳보다 남다른 의미를 지닌 것은 우리가 오래된 형제의 나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의학이 발달했다고 자부하는 카이제리 에리지예스 국립대학 의과대학 캠퍼스 내에서 진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머리가 아프다고 침을 맞는 두통환자. 표정이 곤혹스럽다.
진료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그 모습이 신기한다. 환자들이 멋쟁이들이다. 각자 의 스타일을 뽐내며 등장하는 스타 같다. 카메라를 보고 “찍지 말라”며 거부도 하는 자기주장이 확실한 사람들이다. 잠시 후 대학병원관계자들이 <콤스타> 의료진의 진료 모습을 관찰한다. 침 하나로 아픔을 고친다는 것이 아직은 신기한가보다.

하지만 아침마다 기공하는 한의사들의 모습을 어디서 보았는지, 언제부턴가 따라한다. 해 뜨는 새벽, 새벽공기와 더불어 온몸으로 자연의 기를 받아들여 자신의 몸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의 에너지를 충분히 흡수해 환자들에게도 나눌 수 있는 것이 한의학이라는 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일까.

에리지예스 국립대학에서 <콤스타> 김호순 단장의 특강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본 현지 의사들은 그제야 마음을 열고 <콤스타> 의료진에게 몸을 맡기고, 한의학을 체험한 의사들은 매일같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확실하게 아픈 것이 나았는지 한글편지와 선물까지 준비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그들의 마음이 따뜻하다.

▲ <콤스타> 의료진에게 한국어로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를 쓴 환자.
터키만해도 병의 대부분이 현대인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명병이다. 암환자들을 한의학으로 치료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암 치료를 받은 환자 한명이 차도가 있었는지 선물을 전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6·25전쟁 참전용사들이다. 20살 어린나이에 참전했다고 밝힌 반백 노인의 “한국이 이렇게 발전해 우리를 도울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을 보니 죽음을 넘나들며 청춘을 바친 가치가 있다”는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런가하면 나이든 부인이 찾아와 “나도 6·25전쟁 참전용사”라며 진료를 받는다. 터키의 증명서에는 남편과 자식이 누구라는 것도 함께 적혀있는데, 그녀의 남편이 바로 6·25전쟁 참전용사였던 것. 터키에서 만난 그들은 그렇게 한국에 진한 고마움을 전했다.

터키는 원래 기독교가 국교였는데, 오스만제국 시대에 이슬람교로 국교가 바뀌면서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받았다. 그들의 박해는 또 다양한 유산으로 남겨졌다. 가파도피아 근처 사막에 자리한 버섯바위의 아름다움이 장관이다. 또 근처에는 기독교인들이 흙을 파서 움집 속에서 산 흔적들이 남아있는데, 그 역시 너무나 아름답다.

기독교인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지하도시는 터키인들의 지난 삶을 고스란히 전했고, 하루에 세 번씩 기도 시간을 알리는 이슬람교도들의 사이렌 소리는 역사의 다양성을 새롭게 알렸다. 저녁때가 되어 찾은 터키쉬나이트의 카페는 한번쯤 가 볼만한 곳이다. 땅을 파서 만든 옛 기독교 지하궁전을 연상하게 하는 곳으로, 터키만의 전통춤도 볼 수 있다. 원통치마를 입고 30~40분 동안 그저 한자리에서 돌기만 하는 ‘슈피댄스’라는 춤은 제대로 하는 종교행사에서는 서너 시간 동안 진행된다고 한다.

▲ 진료를 마친후 찍은 양국의 의료진과 스태프의 단체사진.
이스탄불로 돌아와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 잠시 짬을 내어 시내를 살핀다. 다양한 옛 기독교문화와 이슬람문화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과 오스만 제국 당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궁전이며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다. 그중 비잔틴 기독교를 대표하는 성소피아 성당은 규모와 다양한 볼거리로 나를 압도한다.
그리운 형제의 나라 터키. 언제고 가고 싶은 곳이다.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뿐인가. 길거리를 가다 차를 세워 두고 마구 싸우는 모습이 한국과 정말 비슷한 그곳이 다시 그리워진다. 

터키는 어떤 나라?

공식명칭은 터키공화국(Republic of Turkey)로 앙카라(Ankara)가 수도다. 중세시대 동유럽 및 중동 모두를 지배했던 오스만 제국 영토의 반은 유럽, 나머지 반은 중동으로 뻗은 대제국이었다. 아시아와 유럽에 걸친 지리적 위치상 터키의 소속(?)은 국가별로, 또 국가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만큼 다양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슬람이 국교지만 세속주의적 이슬람으로 중동권 국가와는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사진가 최광호 | 1956년 강릉 출생. 고교시절 우연히 시작한 사진에 빠져 거의 모든 시간을 사진과 함께 해 온 사진가.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사진이다”로 답하는 여전히 뜨거운, 청춘. 우연한 기회에 스리랑카, 몽골, 티베트, 우즈베키스탄 등 수십 차례에 걸친 <콤스타> 의료봉사에 동행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숨 쉬며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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