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해의 보석, 미코노스
에게 해의 보석, 미코노스
  • 글 사진 전영광 기자
  • 승인 2014.08.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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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 |이니그마가 담는 세상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 지중해의 반짝이는 바다를 유랑하는 것 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바다 위에 별처럼 뿌려진 아름다운 섬 사이사이에는 사랑과 전설이 살아 숨쉰다. 그 중 어디에 닻을 내릴까 행복한 고민에 잠시 젖어본다. 그대 만약 아직 가슴이 뜨거운 청춘이라면 붉은색 부겐빌레아가 흐드러지게 핀 미코노스가 가장 좋겠다.

지중해의 뜨거운 섬
눈이 시릴 만큼 푸른 코발트블루 빛의 바다, 바다를 향해 거칠게 다가선 대지, 그 위의 하얀 집은 뜨거운 태양 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을 발한다. 에게 해가 아름다운 건 그곳에 뿌려진 아름다운 섬이 있어서이다. 산토리니와 미코노스는 언제나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필자 같은 결정장애를 가진 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불과 150여 km 떨어졌지만 산토리니와 미코노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미코노스는 지중해에서 가장 뜨거운 섬이다. 아름다운 몸을 자신 있게 드러낸 청춘은 해변을 수놓고, 유명 DJ들은 매일 밤 신도들에게 복음을 전파한다. 그러니까 미코노스는 주체할 수 없이 뜨거운 청춘들의 가장 완벽한 여름 휴양지다. 그러니 연애는 미코노스에서 하고 허니문은 산토리니에서 보내는 것이 좋겠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미코노스에서 한 달 반의 시간을 보내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훗날 <상실의 시대>란 이름이 붙게 된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낮에는 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고 밤에는 아내와 근처의 바를 찾아 시간을 보냈다. 그의 에세이 <먼 북소리>에는 미코노스에서의 하루하루가 잘 나타나있다. 미코노스의 바를 문턱이 닳도록 다녔는지, 그는 어느 바의 칵테일이 맛있는지, 주인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적어 놓았다. 미코노스의 바를 찾아 그의 흔적을 따라 가보는 것도 좋겠다. 하루키는 비수기의 저렴한 물가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러고 보니 미코노스를 처음 찾던 날이 기억난다. 커다란 배가 항구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을 내려놓을 때면 섬사람들도 항구로 마중 나와 관광객들을 향해 밀려들어 뒤엉킨다. 자신의 펜션으로 여행자를 데려가려는 펜션 주인들이다. 손에 저마다 자신의 숙소사진이 들려있다. 저 멀리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편에서 온 여행자는 수영장이 있냐는 질문을 했었다.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영장이 딸리지 않은 곳은 없었으니 말이다. 수염이 수북하던 전형적인 그리스 남자를 따라 나섰다. 수영장이 두 개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펜션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남자는 “미코노스는 물가가 정말 비싼 섬”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 때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 행색이 너무 초라했거나, 그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바짝 긴장한 채 미코노스를 만났지만 미코노스의 물가는 오히려 하루키의 말처럼 저렴했다. 1유로가 조금 넘는 돈에 커다란 하이네켄 맥주병을 샀을 때는 쾌재를 불렀다. 젊은 혈기에 섬에 있는 맥주를 다 마시자며 호기를 부렸다.

초라마을

미코노스의 중심은 항구 옆으로 펼쳐진 초라마을이다.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뒤엉킨 마을에는 순백색 하이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건물은 물론 좁은 골목길 바닥까지 하얀색 페인트로 예쁘게 치장한 모습이다. 하얀색 화폭 위로 파아란 창틀과 문 그리고 붉은색 부겐빌레아 꽃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낸다. 그 골목길을 돌아설 때면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설렌다. 아름다운 그리스 정교회의 교회은 미로 속에서 이정표가 되어준다. 미코노스에만 400 여 개의 교회가 있단다.

해질녘이면 바다를 따라 카페가 북적인다. 바다와 아슬아슬하게 맞닿아 있는 그 모습 때문인지 이곳은 리틀 베니스라 불린다. 할 일이라곤 그저 작은 의자와 테이블에 앉아 바다 너머로 향하는 해를 바라보는 것이다. 오후 내내 뜨겁게 내리쬐던 지중해의 태양은 그제야 부드러운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미코노스의 하얀 마을은 따뜻한 빛으로 물든다.

슈퍼 파라다이스 비치

복잡한 해안선을 따라서 아름다운 해변이 숨겨져 있는 것도 미코노스의 커다란 매력이다. 파라다이스 비치, 슈퍼 파라다이스 비치라는 이름부터가 벌써 심상치 않다. 길지 않은 해변을 따라서 에게 해의 에메랄드 빛 바다가 반짝거린다. 줄지어 늘어선 파라솔은 선남선녀 차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듯 수영복 상의를 풀어 헤친 차림의 사람들도 꽤 있다. 당황하지 말고 천국을 즐기면 된다. 물론 시원한 맥주 한잔이 빠질 수 없겠다. 해변이 조금 지루해질 때면 짐을 싸놓고 차분히 기다린다. 시간마다 해변으로 들어오는 배에 오르면 미코노스의 또 다른 해변으로 안내한다. 그렇게 슈퍼 파라다이스 비치에서 파라다이스 비치로 다시 아그라리 비치로 옮겨 다니며 아름다운 에게 해를 만끽한다.

그리스 음식

건강식으로 알려진 그리스 음식을 실컷 맛볼 수 있는 것이야말로 산토리니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다. 초라마을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로맨틱한 정찬을 즐기는 것도 좋고, 거리에서 간단한 테이크아웃 음식을 즐기는 것도 좋다. 그리스 음식은 올리브를 기초로 신선한 야채와 과일 그리고 해산물과 육류를 그릴에 구워 먹는 요리가 주를 이룬다. 향신료 사용이 많지 않고 신선한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잘 살려내는 지중해 음식은 한국 사람 입맛에도 곧 잘 맞는다.

그리스 음식에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것은 ‘그릭 샐러드(Greek salad)’. 토마토, 오이, 페타 치즈를 기본 재료로 올리브유가 더해진 그릭 샐러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 때마다 매번 만나게 된다. 특히 육류 음식이 많은 그리스 음식에서 그릭 샐러드는 없어선 안 되는 김치 같은 음식이다. 또 꼭 맛보아야 할 서민적 음식이 바로 수블라키와 기로스 피타이다. 수블라키는 꼬치라는 뜻으로 여러 가지의 고기와 야채를 꼬치에 끼워 구워낸 음식인데 그리스 그릴 음식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기로스 피타는 터키의 케밥과도 비슷한데, 피타 브래드에 고기와 야채 감자튀김을 함께 싼 것이다. 요구르트로 만든 차지키 소스가 들어가 터키 케밥과는 다른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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