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프랑소아의 한국 자전거 종단
프랑스인 프랑소아의 한국 자전거 종단
  • 이두용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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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신의주~부산을 달리고 싶어요”

서울 행주산성~양평~충주~문경~예천~부산…5일간 약 520km

▲ 프랑스인 프랑소아가 자전거로 한국종단의 계획을 세우고 6월5일 서울을 출발했다.
이따금 TV에 외국인들이 출연해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럴 때 마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우리네 정서와 문화, 자연을 사랑하는 외국인이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6월4일 재중 프랑스대사관 내 영사관에서 근무하는 프랑소아 아꺄르(Francois Hacquard)가 한국을 방문했다. 비록 중국에서 근무하지만 한국을 유독 사랑해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그가 이번엔 평소에 즐기던 자전거로 한국을 종단해보겠다는 것이었다.

6월4~16일 일정으로 한국에 방문한 프랑소아는 자전거로 10여 일 동안 서울~부산 구간 종단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6월5일 서울을 출발한 그는 5일 만에 부산에 도착했다. 초여름의 날씨지만 유난히 습하고 더운 기후 속에서도 하루 10시간 이상 강행하며 한국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한국은 단순한 방문이나 여행도 좋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종단해보고 싶었어요. 2년 전 한국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는데 해볼 기회가 없었지요. 한국은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자연이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친절해서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제게는 좋은 추억이 돼요. 여행 첫날도 행주산성에서 출발한 뒤 우연히 자전거 동호회 회원 몇 분을 만났는데 함께 동행 하고 식사도 함께 해줘서 낯설고 걱정스런 마음을 풀어줬어요. 나중에 다른 한 분은 하남까지 동행해 주기도 했고요.”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느리고 인체동력만을 사용해 힘이 들지만 지나는 곳의 주위 풍광과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프랑소아가 국내 자전거여행을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경에서 이화령을 지날 때 더운 날씨에 길게 이어진 가파른 산길을 넘어야 해서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한낮의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 그땐 정말 포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곳 풍경이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프랑소아가 자전거 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데, 백인인 그가 얼굴과 팔·다리를 까맣게 그을린 것만 봐도 그가 만났을 더위와 힘겨움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프랑소아는 부산의 광안리를 보고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와 프랑스의 마르세이유가 떠올랐다고 한다.
프랑소아는 5일간의 여정에서 깊은 한국인의 정(情)을 경험했다고 한다. 힘들게 이화령을 지나 예천 개포면을 지날 때 개포우체국장이 우연히 마주친 프랑소아에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들며 반겼다. 개포우체국장은 작년에도 자전거여행을 하는 외국인이 있어 반갑게 맞았고 이곳을 지나는 여행자들을 반긴다고 한다. 그가 프랑소아에게 대접한 커피 한 잔과 격려로 프랑소아는 큰 힘을 얻었다.

“시골 우체국 국장님들이 모두 이렇게 좋은 분들이라면 다음엔 한국의 우체국을 찾아가며 국토 종단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몇 해 전 프랑스에서 ‘북방사람들(Bienvenue chez les chtis)’이란 영화가 흥행했었는데, 바로 우체국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우편물 뿐 아니라 사람들의 희로애락까지 전하는 우체국 사람들의 생활을 통해 이전의 프랑스 남북 간 지역갈등을 아름답게 풀어가는 이야기죠. 개포우체국장님을 만나고 이 영화가 떠올랐어요. 한국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어준 그 분께 감사합니다.”

▲ 문경 이화령을 넘어 가장 힘들었던 순간 예천 개포면 개포우체국장이 대접한 커피 한 잔과 격려로 프랑소아는 큰 힘을 얻었다.
프랑소아가 부산 광안리에 도착했을 때, 그는 상상했던 것 보다 아름다운 광안리의 모습에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늘 대하고 있어서 우리 눈엔 평범하게만 보였던 우리의 해변. 우리가 우리의 자연을 좀 더 소중하게 보존하고 가꾼다면 외국인들에게 좋은 관광자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부산 광안리에 도착했을 때,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와 프랑스의 마르세이유가 떠올랐어요. 부산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너무 아름다워서 더욱 사랑하게 됐어요. 바다, 해변, 산, 거기에 억척스럽지만 감정이 풍부한 사람들. 그래서 전 한국을 사랑할 수밖에 없지요.”

프랑소아의 5일간의 여정을 듣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가장 밝게 빛내고 있어야 할 우리 문화, 더 많이 둘러보아야 할 우리 자연, 더 소중히 보존해야할 우리 역사…. 프랑소아의 국내 자전거 여행은 많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 자전거여행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한낮의 태양과 이따금 만나는 가파른 산길이었다.
“지금은 북한 방문이 불가능해서 할 수 없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신의주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달려보고 싶어요. 열심히 페달을 밟으면 10일 안에 가능하지 않을까요? 남북이 통일돼서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우리보다 우리나라를 더 알고 싶어 하는 프랑스인 프랑소아. 그가 5일 동안 서울~부산을 자전거로 달린 것이 어찌 보면 개인적인 여행일 수도 있지만, 이 나라를 살고 있는 우리가 먼저 조금 더 우리 것을 사랑하라고 과제를 주는 것만 같다.


프랑소아 아꺄르(Francois Hacquard)  | 1978년생. 프랑스 리옹 3대학을 나왔다. 2006년부터 재중 프랑스대사관 내 영사관에서 근무 중이다. 각국의 역사와 문화·정치·경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특히 남북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어 한국에 여러 차례 방문했다. 이번 자전거여행에서 프랑소아는 서울 행주산성~하남~양평~충주~문경(이화령)~구담~예천~통도사~부산을 5일간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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