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엔 커피향, 코끝엔 바다향…강릉커피거리
입안엔 커피향, 코끝엔 바다향…강릉커피거리
  • 김정화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협찬 마모트
  • 승인 2014.07.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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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with Marmot | 강릉 ④DRINK

바다와 커피의 공통점을 뽑자면 ‘휴식’이 아닐까. 지치거나 마음이 답답할 때 바다를 찾게 되고 그렇지 못할 땐 커피 한잔으로 마음을 달랜다. 시작은 ‘강릉 간 김에 커피 한잔 할까?’였다. 호사일지도 허세일지도 모르겠다.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면 누가 뭐라 해도 어떠랴. 분위기 있는 커피를 마시고자 안목해변으로 향했다.

▲ 커피공장으로 유명한 테라로사. 강릉 사천면에는 이곳에서 운영하는 커피포레스트가 있다.

자판기에서 시작한 강릉커피거리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엔 카페가 생긴다. 번화가를 둘러보면 ‘카페가 이렇게 많은데 사람이 다 찰까?’라는 궁금증이 드는 게 이상하지 않다. 창밖에서 봐도 만석인걸 보니 카페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듯하다. 우리 주변에 카페가 우후죽순 생긴 것도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그보다 먼저 자판기와 다방이 있었다.

안목해변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처럼 화려한 카페가 자리하기 전, 80년대부터 자판기가 먼저 그곳에 정착했다. 해변가를 따라 줄지어 놓인 자판기는 ‘길카페’라고 불리며 바다에 낭만을 더했다. 이것이 강릉커피거리의 시초다.

▲ 강릉 안목해변은 바닷가를 따라 커피거리가 조성됐다.

지난 2010년에 발간된 벤딩인더스트리 논문 <자판기의 천국 강릉 안목해변을 가다>는 ‘이 거리에 현재 운영되는 커피자판기는 30여대에 달한다. 과거보다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커피자판기가 이렇게 많이 설치되어 있는 풍경은 이곳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은 자판기 수는 확연히 줄었고 강릉항 일대에만 30여개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커피 명인 박이추 선생의 ‘보헤미안’과 커피 공장 ‘테라로사’ 등도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름난 곳으로 꼽힌다. 박이추 선생은 커피 1세대로 꼽히며 지금은 강릉 연곡면에 터를 잡고 있다. 커피커퍼는 커피박물관을 운영하기도 한다. 강릉이 커피고장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며 커피를 마시고자 강릉을 찾는 게 이상하지 않은 것도 이들 덕이다.

▲ 커피 한잔 손에 들고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안목해변에서 만난 500원의 행복

에스프레소, 핸드드립, 로스팅이라는 단어를 TV광고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한국인이 마시는 커피 소비량도 늘면서 다양한 커피 맛을 즐기려는 사람도 늘었다. 이런 흐름은 커피거리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길카페의 상징이었던 자판기는 화려한 카페에 밀려 몇 대 남지 않아 그 흔적만 남기고 있다.

자판기 커피가 이름을 날리던 시절에는 자판기 역시 살아남기 위한 개성이 있었다. 자판기라고 다 같은 맛이 아니었던 셈. 아이스커피, 카페라테, 카푸치노 등 메뉴도 다양했고 향을 위해 헤이즐넛 커피를 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눈길을 끌기 위해 다양하게 부스를 꾸몄다. 커피는 기계가 만들어 주지만 자판기 마다 다른 미묘한 맛의 차이는 숨겨진 자판기 바리스타의 솜씨다.

▲ 1000원 한 장으로 커피 두 잔을 마실 수 있다.

지금은 각각 개성을 살린 카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느 곳을 택하건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어 테라스에는 여유를 만끽하려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 반면, 어디서도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겨우 찾은 자판기도 5대였다. 그 마저도 식당 옆과 편의점 옆에 조용히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한창 때는 자판기가 줄지어 있었다고 한다.

자판기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지갑을 열었다. 뜨거운 것은 400원, 얼음이 나오는 건 500원. 1000원짜리 1장으로 두 잔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요즘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자판기는 누군가에게 ‘한 잔 할래?’라며 부담 없이 권할 수 있어 괜스레 넉넉한 마음도 갖게 해준다. 종이컵으로 전해지는 온기와 입안에 퍼지는 달달한 커피 맛은 참 정겹다.

▲ 한 때 이곳의 상징이었던 자판기. 지금은 관심있게 찾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

바다와 커피는 역시 분위기

바다는 신나게 물장구치며 노는 맛도 있지만 분위기 잡고 사색하기도 좋다. 거기에 커피 한 잔 곁들인다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연인이나 친구, 가족과 함께해도 좋고 혼자라도 괜찮다. 분위기에 취할 수 있다면 일단 합격이다.

안목해변에 자판기가 놓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일 것. 이곳 뿐 아니라 강릉 일대 해수욕장 앞에는 유독 카페가 많다.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면 횟집보다 커피전문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른 해수욕장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커피커퍼.
▲ 커피 전문점에서는 에스프레소를 비롯해 핸드드립, 더치커피 등을 맛볼 수 있다.

본격 휴가철이 아니라 그런지 해변은 한적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씩 사들고 나와 걷기 시작했다. 선선한 바닷바람과 파도소리, 그리고 향긋한 커피 한 잔.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쫓길 것 없이 걷기 시작했다. 커피거리에 자리한 산토리니 커피에서부터 안목 해맞이 공원까지는 500m에 불과해 가볍게 걷기 좋다. 좀 더 걷고 싶다면 송정해변까지 가보자. 강릉항에서부터 송정해변까지 약 1.2km며 안목 해맞이 공원부터는 송림이 우거져 해변을 걷는 것과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커피거리 초입에 자리한 조형물.
▲ ‘얼음복숭아’를 어필하는 자판기.

▲ 커피거리에는 다양한 커피전문점 30여개가 있다.
▲ 어느 카페를 들어가도 전망이 좋다.


 

INFO
강릉에서는 매해 10월, 강릉커피축제를 연다. 올해로 6회째를 맞으며 강릉실내종합체육관을 중심으로 강릉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강릉커피, 낭만에 물들다’를 주제로 오는 10월 2~5일 총 4일간 진행된다.

주요행사로는 바리스타의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강릉커피 100인 100미, 자전거 타go, 커피 마시go 에코캠페인, 커피향 재즈음악회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문의 강릉문화재단 033-647-6800 www.coffee festiv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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