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번역~백련산~홍제천~안산 둘레길~독립문…약 7.5km 3시간 소요

글·박상신 한국노르딕워킹협회(KNO) 헤드코치ㅣ사진·김세정 KNO 코치ㅣ장비협찬·메드아웃도어

▲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길.

백련산에서 안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서대문 주변의 지역주민들이 아끼는, 숨은 보석 같은 길이다. 백련산으로 접근하는 길은 여러 군데가 있지만, 대중교통으로 가장 접근하기 쉬운 녹번역에서 노르딕워킹을 시작하기로 했다. 녹번역 코스는 길이 완만해 힘들이지 않고 숲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녹번역 3번 출구로 나가 ‘관음사’ 푯말이 있는 주택가 골목으로 접어들자 가파른 계단길이 나타났다. 계단을 올라서자 도심에서 만나기 힘든 고즈넉한 숲길이 나타났다.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숲길은 향긋한 솔내음이 은은히 풍겨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백련산 정상에서 서울 시내 조망
따가운 여름의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푸르름을 자랑하는 솔숲을 따르자 북한산과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무명봉에 도착했다. 해발 150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낮은 산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서울 시내가 한 눈에 조망됐다.

무명봉을 지나자 백련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은평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정자 아래로 매바위가 매서운 눈빛으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선의 왕족들이 매를 날려 사냥하던 매바위에는 후손들이 만들어 놓은 사적비가 있었다.

▲ 최근 둘레길 정비로 깔끔해진 안산 등산로.

백련산을 뒤로 하고 안산으로 향했다. 홍제천을 건너 서대문구청에 도착하자 청사 뒤편으로 등산로가 보였다. 등산로를 이용해 정상까지 쉽게 오를 수 있지만 투어팀은 등산로 대신 새로 조성된 둘레길을 이용하기로 했다.

둘레길 초입에는 인공 실개천과 연못이 만들어져 있었다. 여러 개의 자연석을 쌓아 조성한 실개천은 청계천의 축소판 같았다. 얼마 전 실개천과 연못 등을 조성한 남산과도 흡사한 모습이다. 다만 남산이나 청계천은 포장된 길이지만 안산 둘레길은 대부분 흙길이라 자연스러운 멋이 남아있다.

▲ 서대문구청 뒤편으로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실개천이 조성돼 있었다.

실개천을 지나 본격적인 둘레길에 접어들자 제일 먼저 시원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길과 만났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그림 같은 숲에서 다들 나오기 싫은지 한참을 머뭇거렸다. 서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랄까?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지나자 잣나무 숲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둘레길 초입의 연못이나 실개천의 인공적인 느낌과는 다른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메타세쿼이아숲, 잣나무숲 등 안산 둘레길은 삼림욕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는 곳이다. 둘레길이 조금 밋밋하다면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서울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인왕산과 북악산, 북한산의 자태까지 조망할 수 있다.

천천히 산책하기 좋은 안산 둘레길
안산은 약수터가 많기로 유명해 마포구와 서대문구 일대의 시민들이 아침운동 겸 약수를 뜨러 많이 찾는 장소다. 개인적으로는 안산 인근에 살던 어린 시절, 새벽녘에 조그마한 배낭을 메고 매일 약수를 뜨러 다녔던 추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동네 어른 몇 분만 알고 있던 좁은 오솔길이었는데, 이제 둘레길이라는 이름을 얻어 세련된 산책로로 탈바꿈한 것이다.

▲ 안산 둘레길 초입에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연못.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든, 길은 우리에게 휴식을 안겨주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게 한다. 길 위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고 웃음을 심어놓고 동행한 이들과의 추억을 묻다 보면 가슴 깊은 곳에서 만족감이 밀려온다. 걷지 않고서는 경험할 수 없는 행복이다. 함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영혼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영혼을 함께 나누는 이들과 길 위의 행복을 줍기 위해 오늘도 걷고 또 걸었다.

서울 백련산~안산 노르딕워킹 코스 지하철 3호선 녹번역 3번 출구로 나와 홍제동 방면으로 직진해 관음사 이정표를 따라 주택가로 접어들면 백련산 산책로와 연결된다. 백련산에서 하산해 홍제천을 지나 서대문구청에 닿으면 안산 둘레길 이정표가 보인다. 안산 둘레길은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과 이어진다. 녹번역~백련산~서대문구청~안산~독립문역 약 7.5km, 3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