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선 오금이 저리고 절벽에선 식은땀 나고”
“하늘에선 오금이 저리고 절벽에선 식은땀 나고”
  • 박성용 기자
  • 승인 2014.07.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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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이 여기 있소, 중국 호남성 장가계①|천문산

중국 호남성의 성도 장사에서 서북 방향으로 308km 떨어진 장가계(張家界).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가 있는 천문산과 영화 <아바타> 촬영 장소인 원가계(元家界)로 유명한 지역이다. 기암괴석 등 자연경관이 수려한 장가계는 1982년 중국 최초의 국가삼림공원으로 지정된 뒤 1992년 주변의 삭계욕, 무릉원, 천자산 풍경구와 함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중국에서는 장가계를 무릉원으로 부른다. 중국인들도 여러 번 와서 둘러볼 만큼 넓고 볼 것들이 많다. 1994년에는 시로 승격되었다. 1992년부터 관광지로 개발해 2002년 일반인에게 개방한 장가계에는 한국관광객만 일년에 약 30만명이 다녀간다. 장가계 현지 취재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주

▲ 길이 7.45km에 달하는 천문산 케이블카. 사진 박성용 기자

오금이 저리는 천문산 케이블카 여행

천문산(1518.6m)의 명물은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다. 총 길이 7.45km로 편도 탑승시간만 약 30분이 걸리는 이 케이블카 규모는 인류의 기술이 집대성된 거대한 구조물이다. 케이블카 출발역은 장가계 시내에 있다. 가정집 지붕과 장가계역 플랫폼 상공을 지나 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중간 기착지를 거쳐 천문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가장 높은 고도차가 1279m에 달해 케이블카 안에서 까마득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저절로 오금이 저린다.

보슬비가 내리고 날이 흐려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절경은 놓쳤지만 구름 속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은 색다르다. 조선족 가이드 권해성씨는 “장가계 날씨는 일년 365일 중 비가 내리는 날이 200일이 넘는다”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었다.

▲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유리잔교. 사진 천문산국가삼림공원

▲ 유리잔교를 가기 위해 덧신을 신는 관광객들.

케이블카 종점에 내리면 이번엔 천 길 낭떠러지 절벽에 길을 낸 유리잔도(琉璃棧道)와 귀곡잔도(鬼谷棧道)가 기다린다. 발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강화유리가 깔린 약 70m 길이의 유리잔도는 웬만한 담력을 지닌 사람들도 선뜻 발걸음 떼기를 주저하는 아찔한 길이다. 특히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길은 식은땀 나는 ‘고통’에 가까울 것이다. 시작 지점에서 유리를 보호하기 위해 양발에 천으로 된 덧신을 착용해야 한다.

▲ 유리잔교에 쪼그리고 앉아 기념사진을 찍는 중국인 관광객.

▲ 구름이 낀 유리잔교의 발아래 풍경.

▲ 소원을 적은 붉은 천들이 매달린 귀곡잔도.
천길 낭떠러지에 길을 낸 유리잔도·귀곡잔도

유리판 아래의 평균 낭떠러지 높이는 평균 900m. 잠시 구름이 걷힐 때마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 만큼 난감하다. 고개를 들면 지금 걷는 길이 허공에 떠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또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까마득한 고도감에 몸은 저절로 절벽 쪽으로 붙는다. 이 와중에 관광객들은 뷰포인트마다 난간에 몸을 기댄 채 기념사진을 찍느라 북적거린다. 이런 수직 벼랑에 어떻게 길을 낼 생각을 했을까. 그것도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유리잔도가 끝나면 길이 약 2km의 귀곡잔도가 이어진다. 귀곡잔도도 유리발판만 없을 뿐이지 절벽에 콘크리트 기둥들을 세우고 그 위에 콘크리트 상판과 난간을 이어붙인 아슬아슬한 길이다. 이 길도 평균 수직고도차는 1000m가 넘는다. 귀곡잔도에 다다르면 유리잔도에 놀란 가슴은 조금 진정된다. 발아래 시야만 막았을 뿐인데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가볍다. 귀곡잔도에는 관광객들이 소원을 적은 붉은 천들을 난간과 나무마다 잔뜩 매달아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길의 이름처럼 귀신이 사는 계곡에 들어선 느낌이랄까. 게다가 비가 뿌리고 구름이 낀 날씨여서 섬뜩한 기분까지 들었다. 권해성씨는 “유리잔도와 귀곡잔도를 걸어야 천문산 구경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했다.

▲ 귀곡잔도 전망대에서 두 팔을 벌린 중국인 관광객.

▲ 아흔아홉 구비인 ‘하늘을 통하는 길’ 통천대도(通天大道). 사진 천문산국가삼림공원

▲ 천문동으로 올라가는 999개 계단.
거대한 천문동과 아찔한 999개 계단

규모가 큰 천문산사를 거쳐 거대한 바위에 큰 구멍이 뚫린 천문동을 보려면 다시 리프트와 케이블카를 타고 중간 기착지까지 내려가야 한다. 케이블카 중간 역에서 천문동까지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산비탈을 깎아서 만든 아흔아홉 구비 ‘하늘을 통하는 길’인 통천대도(通天大道)이다. 다른 말로 곡도통천(曲道通天)이라고도 한다. 버스기사들은 곡예운전에 가까울 만큼 좁고 꼬불꼬불한 도로를 쉬지 않고 오르내린다. 이 버스도 케이블카 못지않은 스릴감을 안겨준다.

버스종점에 내리면 웅장한 천문동과 999개 계단이 시야를 압도한다. 천문동의 높이는 130m, 너비는 57m. 1999년 세계 곡예비행대회에서 전투기가 이 동굴을 통과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천문동에 가려면 가파른 999개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 계단 왕복은 하루치 운동으로도 충분할 만큼 꽤 땀이 흐른다. 그러나 신기한 천문동을 가까이에서 보려는 열정에 노인이고 어른 아이고 젊은이고 간에 헉헉거리며 계단을 오른다.

권해성씨는 “동굴 아래서 가끔 낙석 때문에 부상자도 생긴다”며 “떨어지는 작은 돌멩이가 물방울인 줄 알고 피하지 않다가 치아가 부러지는 사고도 일어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소끔 땀을 흘리며 정상에 도착해서 뒤돌아보니 계단 끝이 이승처럼 아득하다. 흐렸던 하늘은 점차 개이고 이따금 햇살이 구름을 뚫고 천문동에 쏟아졌다.

▲ 999개 계단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

▲ 장가계 시내에 있는 천문산 케이블카 역사.

▲ 천문산 케이블카 중간 역에서 본 천문산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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