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로드는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 잔잔한 바닷소리를 들을 수 있어 몸과 마음의 휴식을 겸할 수 있는 걷기코스다.

경정1리~차유마을~죽도산~축산항…5.8km 3시간 소요

▲ 차유마을에서 산으로 향한 계단을 오르니, 거짓말처럼 멋진 숲길이 펼쳐진다.

바다를 곁에 두고 숲길을 걷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영덕블루로드. 해안을 따라 걸으며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 잔잔한 바닷소리를 들을 수 있어 몸과 마음의 휴식을 겸할 수 있는 걷기코스다. 총 3코스로 이루어진 블루로드는 아직 때 묻지 않은 바다와 해변마을의 포근함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어 걷기 애호가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다.


강구항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 50km에 달하는 ‘영덕 블루로드…’ 이 길에 대한 소개를 접했을 때, 우선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이 뜨거워지면서 여러 지역에서 ‘걷는 길’을 만들고 순 우리말 이름을 붙이곤 했는데 오히려 ‘블루로드'라는 이름이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전해 주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해변을 끼고 걷는 이 길의 특성이 온전히 드러나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블루로드
블루로드라는 이름에서부터 바다 내음이 느껴져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이런 이유로 수도권에서 출발하는 당일 코스로 다소 무리인 줄 알면서도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결국 월금산악회 걷기코스로 강행했다.

토박이들은 물론 블루로드를 먼저 경험한 이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코스이기에 빠듯한 여정을 예상했지만 욕심을 내서 정한 것이다. 처음 정한 코스는 차유마을~축산항의 숲길과 해변길, 그리고 대소산을 올라 목은 이색의 생가로 내려오는 길에 이르는 9km 구간이다.

▲ 차유마을~축산항구간에는 곳곳에 아름다운 풍광이 많아 쉬엄쉬엄 걸으며 즐길 수 있다.

▲ 죽도산을 한 바퀴 감싸고도는, 산책로가 완공돼 바다와 산의 절묘한 조화로 절경의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그런데, 당일코스로는 욕심이 컸나보다. 출발지인 일산에서 영덕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너무 지체돼 한낮에야 도착했고, 들머리인 차유마을을 찾지 못해 길에서 적잖은 시간을 보낸 탓에 마음이 바빠졌다.

우여곡절 끝에 경정1리를 시작으로 대게 상징물과 함께 대게 원조마을임을 자랑하는 차유마을에 들어섰다. 갯벌 없이 깨끗한 금모래로 이루어져 이곳에서 잡은 대게를 최고로 쳐준다 해서 대게 원조마을이라는 영예를 얻게 됐다고 한다. 6월1일부터 대게 금어기가 시작돼 아쉽게도 대게 원조마을의 시끌벅적한 볼거리는 없었지만, 바다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오붓함이 느껴진다.

차유마을의 구불구불한 골목길 끝자락에서 마침내 블루로드의 백미라 불리는 축산항까지의 해변길에 들어섰다. 블루로드라는 작은 표식이 반기는 가운데 산으로 향한 계단을 오르니, 거짓말처럼 멋진 숲길이 펼쳐진다.

“아 좋다~” 뒤에서 꾸밈없는 탄성이 연이어 들려온다. 감정의 표현에 누구보다 익숙한 배우와 작가들이지만 그 보다 더 적합한 말은 없다는 듯 이구동성이다. 그만큼 ‘좋다!’

곳곳에 절경이 숨어있는 차유마을~죽도산 구간

▲ 아쉬운 솔숲길이 끝나고 축산항이 가까워오자 청정 해수욕장이 나타났다.

폭신폭신한 숲길을 기분 좋게 오르내리는데 기암괴석의 갯바위를 옆구리에 낀 채 이내 바다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쉬어가자’고 한다. 다리가 아픈 것도, 주체할 수 없는 땀이 흐르는 것도 아닌데다 갈 길이 멀었음에도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 바다를 마주하며 갯바위에 앉는다. 관광지의 야무진 상술이 아직 들어서지 않아 소박한 차유마을의 한 식당에서 얻다시피 헐값(?)에 사온 피데기(반건조한 오징어를 일컫는 경상도 사투리)를 안주삼아 회원들은 술이 아닌 바다를 마신다.

▲ 기암괴석의 갯바위를 옆구리에 낀 채 바다가 나타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쉬어가자’고 했다.

갯바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초소를 눈으로 이으며 동해안의 절경과 함께 마냥 머물고 싶지만, 절경이 이 뿐이 아니라니 다시금 발길을 재촉한다. 아쉬운 솔숲길이 끝나고 축산항이 가까워오자 청정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트레킹용 샌들을 신고 와서 바닷물에 두 다리를 맘껏 적시는 한 회원의 선견지명이 부럽다.

청정 해수욕장의 맑고 깨끗함을 다 감탄하기도 전에 축산항의 상징인 죽도산(80m)이 눈길을 잡아끈다. 죽도산을 한 바퀴 감싸고도는,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산책로가 완공돼 바다와 산의 절묘한 조화로 절경의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당일코스로 일산~영덕의 여정을 탐낸 대가로 월금산악회의 ‘블루로드 걷기’는 경정1리~축산항의 짧은 코스로 마감됐다. 하지만 바다를 벗하며 숲과 해안을 걸었던 그 감흥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어떤 풍광보다 신선하고 묵직했다.

손영목 드라마작가 “오랫동안 술 마시기 위해 산에 갑니다” 제가 술을 좋아합니다. 처음 산에 간 게 언제인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술에서 깨어보니 산에 있었어요. 누군가 술 취한 나를 끌고 갔든지, 아니면 술에 취해 그저 따라갔든지 그랬겠죠. 아무튼 한번 가보니 ‘몸은 상하지 않으면서 술 깨는 데는 이게 최고구나’ 싶기도 하고, 또 ‘오래오래 술을 마시기 위해 산에 가야겠다’ 했습니다. 땀을 흠뻑 흘리다가 어느 순간 문득 바람 부는 바위에 서면, 살아온 인생이 슬퍼지곤 해요. 사람이 정순해진다 할까요? 때가 많이 묻고 세설에 지칠 때, 한 번씩 산에 오르면 충전되는 기분을 느껴요. <내일은 사랑>, <머나먼 나라>, <마지막 승부> 등을 썼고 요즘은 10월 방송 예정인 정치드라마 <프레지던트>를 준비 중입니다. 기회가 되면 3박4일 일정으로 영남알프스를 비박산행으로 한번 다녀오고 싶어요.

곽영임 | 1996년 SBS FM ‘아름다운 이 아침’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방송작가다. 2004~2006년 문화관광부 문화공간조성사업 홍보를 총괄했다. 저서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현재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