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황남원·이다진 부부
인터뷰 | 황남원·이다진 부부
  • 강다경 기자
  • 승인 2014.07.2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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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보여준 세상…햇님이는 왜 캠핑을 하게 되었나

2012년 마르티스 햇님이가 노안으로 두 눈을 실명하며, 사성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캠핑하는 햇님이’ 블로그의 주인 황남원 씨와 아내 이다진 씨는 캠핑을 시작했다. 햇님이를 집에 혼자 두면 불안해하며 울었기 때문에 여행이 취미이던 두 사람은 햇님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핑을 선택했다. 콘도나 펜션은 애완동물 출입을 금지하는 곳이 많아 햇님이를 데리고 다니기 불편했기 때문이다.

▲ ⓒ황남원

2012년 2월 1일 중랑숲에서 한 첫 캠핑을 시작으로 햇님이의 캠핑이 시작되었다. 중랑숲은 애완동물 동반이 금지된 캠핑장이었지만 당시에는 이를 알지 못했고 그날 캠핑장에는 그들 이외에는 캠퍼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하 19도의 날씨에 시작한 춥고 혹독한 첫 캠핑이었으나 캠핑의 매력에 빠져들기엔 충분했다.

애완동물을 데리고 갈 수 없는 곳도 많지만 되도록 햇님이를 알고 있는, 가던 곳을 찾는 편이다. 건강이 좋지 않아 주로 누워있는 시간이 많고 햇님이가 짖거나 시끄럽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곳에서는 햇님이를 반겨준다. 황남원 씨 부부가 햇님이와 함께 캠핑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화장실로 사용할 잔디 정도. 햇님이의 화장실 용도로 사용되던 낙엽이 겨울에도 이들의 텐트에는 남아있다고 한다.

▲ ⓒ황남원

아이스박스나 난로 등을 챙길 필요가 없어 캠핑 장비가 적은 시기인 봄, 가을이면 제주도로 캠핑을 떠난다. 햇님이는 당연한 동반자다. 항공 운반 시 이동장 포함 5kg 미만의 애완동물에 대해서는 kg당 2천원을 받고 좌석 아래 둘 수 있다. 비행기 당 2마리만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만 하면 된다. 2012년 가을 제주도에서 보름 동안 캠핑하고 온 뒤부터 황남원 씨 부부는 캠핑을 하면서 제주도를 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여행을 다닐 때는 멍하니 있는 시간이 아까워 관광지 위주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지만, 캠핑을 다니며 계획 없이 가고 싶은 대로 가고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며 더 많은 것을 보았다. 어디서 캠핑을 할지 찾아다니며 동네로 들어가 새로운 장소를 보게 되고 주민들과 소통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과 커피를 나눠 마시며 여행을 다닐 때는 느낄 수 없던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 ⓒ황남원

매년 봄, 가을 제주도를 다닌 결과로 캠핑장은 아니나 제주도에서 캠핑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지도와 설명을 넣고 있는 중이다. 자신들이 보고 다닌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는 것을 즐긴다는 황남원 씨 부부는 햇님이와 셋이 조용하게 느끼며 바람 한 줄기의 소소함에 빠져들고 불을 보며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요즘 점점 더 건강이 나빠지는 햇님이 때문에 캠핑을 접어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이 많다는 이들 부부에게 햇님이가 언젠가 다른 세상으로 가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니 “그렇다면 캠핑도 그만두지 않을까요?”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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