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어떤 시기에는 말이다
인생의 어떤 시기에는 말이다
  • 서승범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07.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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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읽고 또 읽고

세상 모든 아버지는 근사한 아빠가 되기를 바란다. 인생의 방향을 가르켜 주고 힘들 때 인생의 교훈을 훈수로 건넬 수 있는 그런. 간절하게 바라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그 꿈을 이루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나아갈 수 없지만 물러날 수도 없어 꿈을 포기할 수 없을 때, 캠핑과 낚시를 가까이 두시라. 이유는 책 두 권에 충분하다.

캠핑이란 무엇인가 The Art of Camping 매슈 드 어베이투어
‘캠핑이란 무엇인가’. 책 제목은 고색창연하다. 하지만 책에는 제목에 걸맞는 내용들이 알차게 들어있다. 원제는 ‘캠핑의 예술’이고 여기에 달린 부제는 ‘The History and Practice of Sleeping under the Stars'다. 캠핑이란 별빛 아래 잠드는 것이란 얘기다. 우선 지은이가 마음에 든다. 영국의 작가이자 캠퍼로 1년에 한 달 이상은 아내와 세 자녀를 데리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의 자연을 누빈다.

게다가 그가 기고하는 대안잡지의 이름은 ’아이들러 The Idler'다. 우리나라 캠핑 씬에는 이런 잡지가 필요하다. 당연히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뮤어 John Muir, 시턴 Ernest Seton의 이야기도 나온다. 서른세 살의 청년 뮤어는 예순여덟의 에머슨을 만나 함께 초절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동물기>의 작가로만 알고 있는 시턴은 대단한 자연주의자 혹은 캠프주의자여서 “캠핑은 적은 비용으로 즐겁게 살 수 있는 방식이자 지나치게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톱니바퀴들에 의해 혹사당하고 망가진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를 구원해 주는 것이다”라 적었다.

지금 우리의 캠핑 문화와 동떨어진 느낌과 더불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캠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작가인 어베이투어가 생각하는 캠핑은 무엇일까? 5장 ‘캠핑 신비주의자들’은 시작 전에 이런 글을 적어두었다. ‘우리는 지평선 결핍으로 병들었다. 텐트 안에서 잠을 자는 게 캠핑의 제1원칙이다.’ 진짜 캠핑이란 무엇일까? 그에 대한 지은이의 대답은 이러하다.

“야외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에너지를 제공하는 텐트 안에서 밤낮으로 지내는 게 진짜 캠핑이야. 참된 캠핑은 낯설게 만드는 기술을 의미해. 가정의 친숙한 물건들이 적으면 적을수록 낯설게 만들기의 효과는 더 커지지. 신비로운 별들, 상현달, 9월의 냉기, 새벽녘 새들의 합창에 우리 마음이 활짝 열리고. 나한테는 그런 것들이 바로 진짜 캠핑을 구성하는 요소들이야.”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가 아이에게 전하기에도 제법 괜찮은 말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과 기억은 무척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지금 너와 나의 캠핑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우리의 캠핑은 얼마나 신비로울까? 얼마나 우리를 낯설게 만들까? 한 번쯤 새로운 캠핑을 생각해보자.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 Fishing Lessons 폴 퀸네트
두말할 것도 없이 낚시에 관한 최고의 교훈은 <노인과 바다>에 들어 있다. 그보단 극적이지 않게, 짧은 시간에 극적인 사건이 전개되는 소설과 달리 이 책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는 일상에서 건져 올린 낚시에 대한 성찰이 가득하다. 다행인 것은 따분한 교훈만 있는 게 아니라 인생을 관조하는 이들이 툭툭 던질 수 있는 유머와 함께 있다는 거다. 낚시를 통해 이런 유머만 배울 수 있어도 더 바랄 게 없겠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낚시꾼의 전형적인 모습은 약간 사기꾼에 가깝다. 증명할 길이 없는 걸 부풀리니 확인할 길이 없다. 퀸네트는 말한다. ‘무지한 낚시꾼과 입씨름 벌이지 말라. 그대는 얻을 게 없고 그는 잃을 게 없다.’ 참으로 유머러스하면서도 지혜롭다. 더 멋진 건 인생에 대한 관조다. 너그러운 시선. ‘중년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멋진 물고기를 놓쳐도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라니, 낚시는 과연 꽤 괜찮은 취미활동이다. 하지만 관조를 얻기 위해 중년이 되고 싶지는 않다. ‘젊을 때 나는 플라이로 송어를 낚는 것이 사랑을 나누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이를 먹고 보니, 확실히 그렇다’는 말에는 동조하고 싶진 않으니까. <캠핑이란 무엇인가>의 저자가 오랜 경력의 캠퍼였듯, 이 책의 저자 역시 50년 넘게 낚시를 즐겨왔다. 더구나 20년 이상 마약 치료 센터 책임자로 보냈고, 자살에 관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절망의 끝 낭떠러지에 선 사람들을 많이 봤다는 뜻이다. 아마도 낚시는 수많은 절망을 경험한 퀸네트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졌을 것이다. 그 메시지들이 대화와 독백, 유머로 책 곳곳에 숨어 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구절. 이건 ‘직딩’으로서 부러웠다.

‘나는 충만하고 즐거운 생활을 누린다. (중략) 찰리 채플린의 말마따나 “웃음이 없는 하루는 하루를 낭비”하는 것이다. 약간의 독서와 약간의 배움, 약간의 돈벌이, 약간의 글쓰기, 약간의 사랑, 약간의 나눔 그리고 훌륭한 식사나 낚시를 덧붙인다. 그런 것이 없는 하루는 하루를 낭비한 것이다.’

오 이런 완벽한 하루라니. 사족, 낚시와 인생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를 빼놓을 수 없다. 거문도에 사는 소설가 한창훈의 글이 참 좋다. 4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사는 일이나 글쓰는 일이 막힐 때 가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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