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미소 해맑은 백두대간 아리랑 꽃길
들꽃 미소 해맑은 백두대간 아리랑 꽃길
  • 이두용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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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정선 ② 함백산 야생화 트래킹

만항재~함백산~주목군락~제2쉼터~정암사…총 9km 5시간 소요

▲ 야생화전문가 전제근씨, 정선 숲해설가 모임 회원들과 함께 야생화를 보기위해 천상화원이라 불리는 함백산에 올랐다.
자연의 품안에서 걷는 것만큼 사람의 몸과 마음에 유익을 주는 일도 없다. 좋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이 곧 심신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람의 눈과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아름다운 들꽃까지 걸음걸음 만날 수 있다면 금상첨화리라. 여름의 문턱을 넘는 정선의 함백산이 바로 그런 곳이다.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산은 국내에도 여럿 있다. 덕유산국립공원에 위치한 적상산(1034m)이 그렇고 무주군에 속한 대덕산(1290m)과 매년 철쭉제가 열리는 소백산(1439m)이 그렇다. 하지만 계절마다 싱싱하게 즐길 수 있는 제철 과일의 맛처럼 산을 뒤덮으며 제철에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야생화를 볼 수 있는 곳은 단연 함백산(1573m)이 최고가 아닐까?

내년을 기약하며 물러나는 봄꽃과 더위를 앞세우며 피어나는 여름꽃을 만날 수 있는 6월, 함백산을 중심으로 정선에 피는 야생화를 연구하고 사진으로 담아 <정선 함백산 야생화>라는 책까지 써낸 야생화전문가 전제근씨, 그리고 야생화를 공부하는 ‘정선 숲해설가 모임’ 회원들과 함께 함백산에 올랐다.

천상의 화원으로 가는 들머리, 만항재
함백산 야생화 트래킹을 위해 국내에서 자동차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1330m)까지 차로 접근했다. 만항재는 높은 곳에 있다 보니 서울과 비교해 섭씨 5~10도 이상 낮아 한 여름에도 에어컨을 켠 것처럼 시원하다고 한다.

함백산 들머리인 만항재 주위에는 천상의 화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민들레와 양지꽃이 정갈하게 노란 꽃밭을 이루고 있었다. 꽃의 생태와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야생화전문가 전씨가 앞장서고 나머지 일행이 그 뒤를 따랐다. 만항재에서 2km 정도 차도가 닦여 있지만 일행은 야생화를 찾아서 온 만큼 길가 수풀로 들어갔다. 벌깨덩굴이 발그레한 미소로 일행을 맞이한다.

“산속 그늘진 곳에서 15∼30cm 높이로 자라는 벌깨덩굴은 보통 5월에 자줏빛 꽃을 피우고 향기 나는 식물로 줄기는 사각이고 5쌍 정도의 잎이 달리죠. 잎사귀가 우리가 즐겨먹는 깻잎과 꼭 닮아 벌깨덩굴이란 이름이 붙여졌어요.”

▲ 야생화전문가 전제근씨는 함백산을 비롯해 정선에 피는 야생화를 연구하며 사진에 담아 책으로 출간하고 있다.
전씨의 설명에 벌깨덩굴을 주의 깊게 보니 고운 색의 꽃을 깻잎이 받치고 있는 모양이 신기하다. 그 옆으로 풀솜대가 무리지어 피어있고 양 옆으로 쥐오줌풀과 쥐손이풀이 인사를 건넸다. 깨알 같은 하얀 꽃들이 줄기마다 가득 붙어있는 풀솜대를 보니 어린 시절 먹었던 튀밥이 떠올랐다.

몇 걸음 옮기니 광대수염이 몇 송이 피어있다. 익살스러운 형상의 꽃이 줄기를 싸고 둥글게 피어있는데 가지런한 그 모양이 광대들의 목을 둘러싼 옷차림을 빼닮았다. 꽃잎 밑에 달린 꽃받침 끝이 수염처럼 뾰족하게 나와 있어 광대수염이라 불린다고 한다. 전씨는 “광대수염은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자궁질환·비뇨기질환·월경불순에 꽃을 달여 먹으면 효험이 있다”고 설명해준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유심히 보면서 걸으니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비꽃이나 민들레꽃도 특별해 보인다. 이따금 피어있는 노랑제비꽃과 흰민들레처럼 모양은 같으나 색이 다른 종은 더욱 그랬다. 더욱이 한 종으로 여기던 민들레꽃을 서양민들레와 토종민들레로 구별해서 배우니 확인하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꽃받침 아래가 땅을 향하면 서양민들레고 꽃받침 전체가 꽃을 감싸고 있으면 토종민들레라고 한다. 우리가 길에서 흔히 보는 민들레는 꽃받침 아래 부분이 땅을 향하고 있는 서양민들레다.

▲ 정상 아래로 주목 군락이 등장하고 길 양쪽으로 천상의 화원다운 꽃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 함백산 정상에 올라서면 한쪽으로 태백, 반대쪽으로 영월이 눈에 들어온다.
꽃길 따라서 걷는 함백산 주목군락
만항재에서 2km 오르면 태백선수촌과 함백산 방향으로 길이 나뉜다. 이곳에 있는 태백선수촌은 국내 운동선수들이 고산지역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체력훈련을 하는 곳이다.

갈림길에서 함백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에는 노루가 먹는 풀 중에 건강에 제일 좋다는 노루삼과 깊은 산속에서 볼 수 있는 큰산장대, 꽃은 워낙 작지만 제비꽃이 분명한 콩제비, 줄기 하나에 한 송이 꽃만 피우는 홀아비바람꽃, 꽃이 삿갓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을 한 삿갓나물, 꽃이 두루미 머리와 목을 닮고 잎과 잎맥 모양이 두루미가 날개를 넓게 펼친 것과 비슷한 두루미꽃 등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었다.

함백산 정상에 오르니 한쪽으로 태백, 반대쪽으로 영월이 눈에 들어온다. 겹겹으로 펼쳐진 산의 능선을 타고 시원한 바람이 위아래로 오르내린다. 올라오면서 흘렸던 땀이 순식간에 마르는 것 같다.

잠시 쉬었다가 군부대와 송신탑을 경계로 쳐 놓은 철조망 옆길을 따라 주목 군락으로 내려갔다. 한 사람이 걷기에 좋은 넓이의 길 양쪽으로 천상의 화원다운 꽃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일행이 지나는 길에 깊은 산에서만 볼 수 있다는 진부애기나리 몇 송이가 붉은 꽃망울을 터뜨렸다. 진부에서 처음 발견돼 진부애기나리라고 불리다가 다른 곳에서도 자라는 것이 발견돼 그 꽃이 워낙 예쁘고 좋다하여 금강애기나리라고도 부르는 꽃이다.

▲ 나도 개감채 / 족도리풀 / 풀솜대둥글레 / 광대수염 / 노루삼

▲ 진부애기나리 / 얼레지애기괭이밥 / 양지꽃

나비나 벌이 아닌 개미가 수정시키는 꽃으로 그늘에 몰래 피는 족도리풀도 부끄러운 듯 풀숲에 숨어 족두리모양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양지꽃, 둥글레, 피나물, 솜방망이는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있다. 고지가 높다보니 봄꽃인 얼레지, 현호색도 제법 남아 있다.

피나물은 줄기를 자를 때 흘러나오는 붉은빛의 유액이 마치 피 같이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호기심으로 작은 줄기 하나를 꺾었는데 거짓말처럼 잘라진 줄기 위에 빨간 유액이 고인다. 숲 해설가 모임의 한 회원이 “노란 꽃이 예쁘다고 함부로 꺾지 말라고 피를 흘리는 게 아닐까?” 하고 혼잣말을 한다.

▲ 중함백에서 바라본 함백산 풍광. 정상 아래까지 펜으로 그려놓은 듯 잘 닦여 있는 길이 보인다.

자태를 뽐내는 기생꽃
▲ 함백산은 꽃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의 품안에서 가족과 함께 삼림욕을 하기에 안성마춤이다.
큼직한 주목이 산을 지키는 수호자처럼 숲 여기저기에 듬직하게 서 있는 주목군락은 정원사가 주목과 꽃을 계획적으로 가꾸는 것처럼 사람이 다니는 길을 중심으로 양쪽에 보기 좋게 정돈돼 있다.

앵초가 작고 귀여운 꽃을 피웠다. 꽃받침 세 개가 꽃잎 세 개와 함께 한 송이 꽃의 모양을 만든 연령초도 이따금 얼굴을 내민다. 멸종위기 식물이라는 귀한 노랑무늬붓꽃도 주목 군락을 지나면서 제법 만날 수 있었다.

조선시대 사약의 재료로 쓰였다는 천남성도 주머니처럼 생긴 꽃을 피우고 있다. “사약을 받았던 장희빈도 천남성으로 만든 사약을 마시고 죽었죠. 사약을 받는 사람이 마실 때 거부감이 없게 실제 맛은 달짝지근하다고 해요.”

중함백(1503m)에 오르니 기다리기나 한 듯 희고 뽀얀 얼굴을 한 기생꽃 한 송이가 길가 바위 아래서 일행을 맞는다. 기생꽃은 꽃의 모양이 기생의 머리를 장식하는 화관을 닮아 기생꽃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희고 고운 그 모양에 반해 일행은 힘든 기색도 잊고 감탄했다.

▲ 정암사는 신라시대인 643년(선덕여왕 12)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법당과 수마노탑으로 유명하다.
야생화전문가인 전씨는 “태백산에서는 기생꽃을 몇 번 본적이 있는데 정선에서는 처음 본다”고 기뻐하며 기생꽃을 정성스레 사진에 담았다. 기생꽃도 멸종위기 식물로 고산에서만 자라 쉽게 보기 어려운 꽃이라고 하니 야생화 트래킹에서 값진 보물이라도 얻은 듯 기쁘다.

꽃길을 따라 자연의 품안에서 삼림욕을 하다 보니 하산길이다. 자작나무샘터가 있는 제2쉼터에서 울창한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을 따라 함백산 등산로 입구까지 내려왔다. 정암사까지 가는 길, 길옆을 따라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산행 중에 만났던 꽃이름을 하나씩 되새겼다.

함백산 야생화 트레킹 정보

함백산(1573m)을 오르는 길은 만항재(1330m)를 경유해서 오르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차로 오를 수 있는 국내 최고 고개인 만항재 구간뿐 아니라, 만항재~함백산 정상 아래 구간도 도로가 뚫려 있어 산행이 아닌 산책 코스로 찾는 이들도 많다.

가족과 야생화를 보며 걷기에 좋은 구간은 만항재~태백선수촌 갈림길~함백산~주목군락~제2쉼터~정암사 구간으로 총 9km이고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한편, 매년 여름 함백산에서는 야생화축제가 열린다. 정선 고한읍에서 주최하는 이 행사는 만항재~함백산~두문동재구간에 피는 여름꽃들을 만끽하며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축제다. 올해는 7월31일부터 8월8일까지 함백산 일원에서 펼쳐진다.
문의 : 함백산야생화축제위원회 033-592-5455 www.gogoh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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