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문제는 인간을 비용으로 바라보았다는 것”
“K2 문제는 인간을 비용으로 바라보았다는 것”
  • 특별취재팀
  • 승인 2014.07.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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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 북벽서 추락사한 김형일·장지명 유족 릴레이 인터뷰를 마치고

K2익스트림팀 소속 김형일 대장과 장지명 대원의 유족 인터뷰 기사가 나가자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4천명이 훨씬 넘는 누리꾼들이 SNS를 통해 이 기사들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취미는 대체로 등산·아웃도어로 연결되어 있어 전달력과 파급력은 그 이상일 것으로 예측한다. 시리즈 기사를 접한 누리꾼들의 댓글은 “낙후된 기업문화” “착잡하다” “답답하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 어떤 누리꾼은 “K2 제품 불매운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강한 어조로 케이투코리아를 질타했다.

▲ 정영훈 케이투코리아 대표.

취재팀에게 제보도 들어왔다. 익명을 요구한 모 산악잡지 기자는 “김형일 대장이 술자리에서 김종곤(K2 아웃도어 아카데미 교장)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몇 번이나 이야길 했다”며 “가셔브롬5봉, 자누 원정이 연속 실패하자 속된 말로 ‘갈군다’며 괴로워했다”고 알려왔다. 감기에 걸려 상태가 좋지 않았던 김형일 대장이 이런 중압감 때문에 무리하게 등반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케이투코리아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귀국하는 공항에서 시작되었다. 이 제보자는 “김종곤씨가 나이 어린 기자들을 불러놓고 절대로 회사에서 책임 있는 양 기사를 쓰면 안 된다고 반말로 훈계하듯 했다”며 “‘짬’이 많은 모 잡지 기자는 안 부르고 어린 기자들만 부른 것 같다”고 불쾌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 2010년 12월초 정영훈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인수봉을 등반하는 김형일 대장(왼쪽). 사진출처/K2 블로그
또 “공항에 들어와서 정영훈 사장은 먼저 어디로 가고, 김종곤씨가 다른 잡지 고참급 기자하고 나 좀 보자고 하더니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기사가 회사에 책임 있는 것처럼 나가면 유족들도 난리 나고 정 사장도 곤란해진다’고 했다”며 “아마 그 전날인가 모 일간지에서 회사가 프로젝트를 압박했다는 논조의 기사가 나가서 유족들이 난리쳤는데 자기가 가서 겨우 달랬다”고 했다.

영결식 과정에서도 케이투코리아의 몰인정한 태도는 여실히 드러났다. 이 제보자는 “회사 관계자가 영결식을 한국산악회장으로 해달라고 찾아와 전병구 회장이 우리가 한 번 도와주자고 해서 한산장으로 치렀는데 장례가 끝나자 그 흔한 인사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결국 K2의 문제는 인간을 비용으로 바라보았다는 것이 아닐까”라고 곱씹을 만한 말을 했다. “정상에서 K2 깃발 사진을 찍어오면 얼굴만 연예인 모델로 바꿀 계획도 있었다”는 장지명 대원의 아버지 장인동씨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다가온다.

두 대원의 유족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돈을 생명보다 우선시 하는 우리 사회의 비정한 시스템은 아웃도어 기업에도 작동한다는 서글픈 현실이다. 또 김형일 대장의 직속상사인 김종곤씨는 왜 부하직원의 죽음을 유족 입장에서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더군다나 등산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그가 사고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 자누 원정대 발대식에 참석한 정영훈 대표(가운데). 정 대표 왼쪽은 김형일 대장, 오른쪽은 장지명 대원. 사진출처/K2 블로그

회사를 위해 목숨을 걸고 등반하다가 숨진 산악인들과 유족들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기업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후진적 기업문화를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고 산과 자연을 운운하며 알피니즘과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광고를 쏟아낸들 이 모두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 김종곤 K2 아웃도어 아카데미 교장. 그는 김형일 대장의 직속상사로 사고 처리 과정에서 나이 어린 기자들한테 부적절한 말을 한 것으로 제보가 들어왔다. 사진출처/K2 블로그
정영훈 사장은 당시 영결식 추도사에서 “가슴은 찢어지듯 아픔으로 가득 차나, 수직의 벽에서 승화하며 남겨주신 고귀한 열정을 생각하면 그저 ‘고마워요’라는 말만이 입 속을 맴돌 뿐입니다”라고 한 뒤 “우리는 당신들을 이렇게 기억하겠습니다. 산을 사랑했던 ‘위대한 바보!’라고” 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진정 어린 마음으로 유족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케이투코리아와 정영훈 사장이 해야 할 일이다.

한편 본지가 보낸 질의서에 8일 현재 케이투코리아는 아직 공식 답변을 보내지 않고 있다. [특별취재팀 윤태석·박성용·양계탁 기자]

※본지는 케이투코리아의 화려한 이면에 숨은 비정하고 몰인정한 기업문화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향후 케이투코리아의 광고는 게재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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