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서|내 집 마련
캠핑장에서|내 집 마련
  • 서승범 기자
  • 승인 2014.06.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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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

10년 전 결혼하면서 내 집을 마련했습니다. 세 식구 정도는 그다지 좁지 않게 머물 수 있는 집이었습니다. 샛노란 실내와 청록의 외관이 제법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혼선물로 대학 동기 2명이 마련해주었습니다. 10년 동안 잘 사용했습니다. 녀석과 함께 강원도 화천부터 저 아래 거제, 통영까지 제법 많은 곳을 훑고 돌아다녔습니다. 이젠 제법 많이 낡았습니다. 플라이는 관리를 못해서 내부 코팅이 벗겨져 버렸습니다.

네, 텐트 이야깁니다. 반포텍의 엔타크티카. 이너텐트만 치고도 이즈음의 캠핑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데, 행여 비소식이라도 있으면 판초우의 네 귀퉁이에 끈을 묶어 타프 역할을 하게 합니다. 여기 잡지사에 들어온 이후에는 취재를 위한 캠핑을 떠날 때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가지고 다닌 적이 많아 최근에는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간다고 해도 아홉 살, 일곱 살 사내 둘을 데리고 네 가족이 자기에는 좀 좁아서 큰 텐트를 빌려서 가곤 했습니다. 그래도 캠핑 시작하고 오매불망 꿈꾸었던 텐트를 손에 넣던 순간을 잊지 못해, 이후 10년에 걸친 제 캠핑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버릴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캠핑이 아직 ‘야외 철야 술자리’였을 때, 몽산포 댓바람에도 조금 낭창거렸을 뿐 별 탈 없이 긴 밤을 지켜주기도 했고 우중산행을 하던 서북주릉에서는 저체온증으로 슬슬 졸리던 저를 일행이 저 텐트에 눕혀 미역국 4인 분을 먹여 기력을 회복시키기도 했습니다. 친구들과 떠난 캠핑에서 이웃 텐트 꼬맹이들이 우리 텐트 앞 소줏병을 세는 소리에 잠을 깬 적도 있습니다. “이야, 여기 소줏병이 열세 병이나 있어!” 여튼, 저 녀석도 제법 많은 경력의 베테랑입니다. 이 녀석과 ‘마무으리’는 잘 해야 할 것 같아서 얼마 전에 텐트 세탁 전문점에서 세탁도 하고 발수 코팅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과는 별도로 이제 새로운 텐트를 하나 들이려고 합니다. 우선 온가족이 쓸 수 있는 텐트가 필요하거든요. 모델도 봐뒀고, 가장 중요한 아내의 허락도 이미 득한 상태입니다. 가족이 함께 다닐 일이 많을 테니 4인용이어야 하고, 아이들과도 백패킹을 즐겨볼 생각이니 가볍기도 해야 합니다. 지금 곁에 있는 엔타크티카처럼 새로 들인 녀석도 앞으로 10년 정도는 써야 하니 조금 좋은 것으로 살까 합니다. 물론 그 질긴 원단이 낡고 삭아 텐트를 칠 수 없을 정도로 캠핑을 많이 즐길 수만 있다면 10년이 아니라 3년만 써도 괜찮습니다. 뭐 그래도 매일 쓰는 거 아니니 관리만 잘 하면 7~8년은 무난히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포텍 텐트는 현역에서 은퇴시키되 3~4년 정도는 예비군으로 남겨둘 생각입니다.

혼자 혹은 아내와 단 둘이, 아니면 아내의 바람처럼 아이들만 데리고 떠나는 캠핑이라면 반포텍 텐트로도 충분하니까요. 그래서 두 녀석들에게 하나씩 물려줄 생각입니다. 여자친구와 혹은 녀석의 아이들과 캠핑을 가서 가끔은 저와 캠핑하며 보낸 시간을 떠올리겠지요? 그 정도면 녀석들과 떠난 캠핑은 성공일 테지요. 그래도 텐트를 들이면 가장 좋아할 사람은 저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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