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캠핑 | BUDDY CAMPING ①
테마 캠핑 | BUDDY CAMPING ①
  • 글 서승범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06.23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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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캠핑 가자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귄 벗과 멀지만 항상 거기에 있는 자연을 찾아가는 즐거움
캠퍼의 고민, ‘이번엔 어디로 가지?’, ‘이번엔 뭐 먹지?’. 이제 질문을 바꿔보자. ‘누구랑 가지?’ 더할 나위 즐거운 패밀리 캠핑이지만, 때론 다른 자극도 필요하다. 한 번쯤, 가족을 위해 떠나지 말고 자신을 위해 떠나보자. 함께 꿈을 꾸었고 미래를 그렸던 친구와 함께. 어딘들, 무엇을 먹은들 즐겁지 않겠는가. 지금 전화해서 말해보자, “친구야, 캠핑 가자!”

‘어디로 어떻게 가느냐’보다 ‘누구랑 가느냐’
캠핑은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이다. 여행의 준비란, 누구랑 어디를 가느냐를 정하는 것이다. 캠핑 여행의 경우, 캠핑의 컨셉트에 따라 장소와 장비가 달라지기 때문에 어떻게, 곧 어떤 캠핑을 즐길 것인지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어떤 장비들을 챙겨 어느 캠핑장으로 갈 것인지, 가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거의 전부였다. 오토캠핑과 백패킹, 미니멀 캠핑과 글램핑을 준비하는 이들의 고민은 대동소이했다.

그렇다면 누구와 함께 떠났을까? 대다수는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났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캠핑이니 당연하다. 덕분에 아이들은 기뻐했고, 엄마 역시 캠핑을 좋아하게 됐다. 아빠보다 엄마가 새로운 장비를 찾아보고 사들이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런 변화에 아빠 역시 기분이 흐뭇했다. 이제 아빠의 자리를 되찾은 기분이 들었다. 이쯤에서 한 번쯤 다른 캠핑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버디 캠핑의 출발점이다.

버디 캠핑은 친구와 떠나는 캠핑이다. 일단 첫 버디 캠핑은 아빠부터 시작해보자. 가족을 위한 캠핑은 정말 보람차고 흐뭇하지만, 가족 캠핑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게 아빠다. 보호자이고 책임자이니까.

아빠에게 한 번쯤 누군가를 위한 캠핑이 아닌, 스스로 즐기는 캠핑을 선물해보자. 친구들과 함께 캠핑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젊은 시절 품었던 꿈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빠에게는 필요하다.

물론 버디 캠핑이 아빠에게만 허락된 건 아니다. 엄마도 중고등학교 동창들과,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죽이 잘 맞는 친구들과 버디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동네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 대신 휴양림의 짙푸른 그늘에서 드립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늦은 밤 학원을 옮겨 다니면서 스마트폰으로 문자만 주고받는 대신 깊은 밤 별을 보며 나란히 누워 대화를 두런거리는 것, 아름답지 않은가.

친구와 함께 느긋하게

낮 기온은 벌써 20도를 훌쩍 웃돌면서 계절은 이미 여름인 듯하다. 이럴 때 생각나는 건 커다란 나무가 드리운 그늘과 살랑거리는 바람이다.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공주에 있는 한국공연예술체험학교 캠핑장이 떠올랐다. 지난해 봄에 갔다가 ‘다음에 오뉴월에 꼭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다시 오고 싶었던 이유는 오래된 느티나무 때문이었다. 수령 300년을 훌쩍 넘긴 느티나무를 비롯해 둥치가 어른 팔보다 훨씬 굵은 느티나무들이 널따란 그늘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차를 달려 도착한 한국공연예술체험학교 캠핑장.

이른 아침에 출발했기에 사이트 세팅을 마치고 나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남자들끼리의 캠핑이니 요리는 저녁을 기약하고 점심은 간단하게 해결하기로 한다. 끼니를 간단하게 해결하는 이유는 캠핑의 시간, 모처럼 주어진 여행의 시간을 느긋하게 즐기기 위해서다. 캠핑장에서만 머물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단체 관광객처럼 ‘수박 겉핥기’ 식의 여행도 사양하기로 했다. 공주는 오랜 도읍이라 둘러보고 살펴야 할 것이 많지만, 하루에 두 곳 이상은 들르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한 곳을 최대한 느긋하게, 여유롭게 깊이 감상할 것. 공산성을 따라 크지 않은 성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시간이 벌써 꽤 흘렀다.

금서루와 만하루에서 이야기하며 보낸 시간이 제법 길었던 모양이다. 서둘러 버디 캠핑의 베이스 캠프, 한국공연예술체험학교로 돌아왔다. 첫날밤은 더치 오븐에 요리한 닭요리와 아이스박스 가득한 맥주를 즐기며 보냈다.

이튿날 아침, 마을의 낮고 긴 소 울음 소리와 더불어 향긋한 커피 향에 잠이 깼다. 스토브 위 주전자에서 물은 절절 끓고 있었고, 친구는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이 필터에 채우고 있었다. 찬 물을 부어도 되지만 짧은 시간에 강한 맛을 내기 위해 물을 끓여 넣었다고. 커피 메이커에 물을 채우고 커피 필터를 넣어 본체를 잠근 후 스토브 위에 올리니 진한 커피가 밸브를 따라 추출된다. 본격적인 버디 캠핑 이틀 차 시작.

점심 내기 구슬치기 한 판

커피를 마시니 음악이 듣고 싶어졌고, 박주원의 기타 연주를 듣다가 친구가 기타를 집어 들었다. 예전 대학 다니던 시절에 호기심에 기타를 잡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를 잃었다. 다시 기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배낭여행으로 찾았던 로마에서였다.

길가의 노숙인이 낡은 기타를 가지고 연주한 곡을 듣고 홀딱 반해버렸다. ‘아스투리아스’.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니 기타의 전설 세고비아가 연주한 음원을 볼 수 있었다. 로마에서 돌아와 다시 기타를 잡은 친구가 들려준 곡은 ‘황혼’. 주법은 아스투리아스보다 쉬웠지만 운지법이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오랜만의 기타 연주에 기타줄을 잡은 왼손이 제법 아팠다. 자리를 옮겨 해먹에 누워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나누며 선선한 오전을 즐기기로 했다. 둘 다 꽤 캠핑의 경험이 있어서 이야기는 캠핑으로 옮겨갔다.

시작의 계기에서 재미난 기억으로, 맛났던 음식에서 잊지 못한 놀이로 이어졌다. 그 끝에 나온 이야기는 아이와 함께 떠난 캠핑에서 즐겼던 구슬치기.

요즘 아이들이야 구슬 가지고 노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예전엔 구슬이 지금의 포켓몬스터 카드보다 인기가 좋았다. 마침 기타 케이스에 아이들과 놀던 구슬이 있었다. 타이틀은 점심 내기, 신발 뒷꿈치로 홀을 만들어 렉사 타프용 40cm짜리 단조팩을 박으니 경기 준비 완료. 구슬을 놓은 지 길게는 30년 짧게는 20년 된 ‘선수’들의 실력은 생각보다 보잘 것 없었으나, 생각보다 충분히 유쾌하고 즐거웠다.

“다음에도 함 같이 가자”

오후에는 마곡사를 다녀왔다.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도 있듯, 봄엔 마곡사를 찾아야 한다. 캠핑장에서 차로 20분 정도,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비는 마곡사는 제법 한산했다. 단청이 바랜 오랜 건물들과 마주하고 있으면 마음까지 차분해진다. 그러다 차를 돌려 고마나루숲을 향했다. ‘공주’란 본디 ‘곰나루’에서 왔고, 곰이 있던 나루터가 고마나루다. 고마나루는 현재 공원인데, 공원은 금강을 따라 여러 곳에 조성되어 있다.

우리는 곰을 모시는 사당이 있는 고마나루 공원을 찾았다. 솔숲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미리 릴렉스 체어도 챙겨 넣었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계속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다.

때로는 서로 말없이 숲을 혹은 강물을 쳐다보기만 했다. 친구란 무슨 말이든 편하게 하기도 하지만, 아무 말이 없어도 편안한 거니까. 다만, “우리 다음에 또 한 번 같이 가자”는 말은 했다. 아마도 서로의 일정이 바빠 여름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좋다. 친구란 원래 그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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