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읽고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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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서승범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06.19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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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두들 등반기’ ‘탐정사전’ ‘Xscape’에 대하여

책은 읽고
럼두들 등반기 | W.E.보우먼
지구상의 가장 높은 산은 아직 정복되지 않았다. 요즘은 ‘정복’이라는 표현을 여간해선 쓰지 않지만 아직 미답의 봉우리라면 정복의 대상이라 해도 되겠다. 이 산의 높이는 무려 12,000.15m. 해발 8850m 에베레스트 정상쯤은 베이스캠프 정도에 지나지 않을 높이다. 이 봉우리의 이름은 럼두들(Rum Doo dle)이다.

인적미답의 봉우리 럼두들을 그냥 놔둘 리 없다. 바인더를 등반대장으로 한 원정대가 꾸려지는데 이 책은 그 원정대의 럼두들 등반기다. 물론 다 허구다. 12,000m가 넘는 봉우리가 이 지구상에 아직 남아있을 리 없다. 영국인인 보우먼은 심지어 영국 밖으로 나가본 적도 없고, 그저 호수 주변을 산책하면서 이 책의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모델이 된 원정대는 있다. 1937년 빌 틸먼의 난다 데비 등반대가 실제 모델이다.

이 책에 서문을 쓴 빌 브라이슨의 이야기를 빌면 “여기에 나오는 모든 내용은 거의 완벽하다. 등장인물의 이름, 그들의 틀에 박힌 태도, 삐치기,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말다툼하기, 도전에 직면할 때마다 한결같이 무력한 상태에 빠져버리는 모습 등” 처음부터 끝까지 엉뚱하고 재미난 이야기가 이어진다. 주치의는 등반 내내 골골대고, 통역 담당자는 통역을 잘못해 포터를 3만 명 불러 모으기도 한다. 크레바스에 빠지면 샴페인을 홀짝거리며 노닥거리는 식이다. 아, 럼두들은 실제로 이 지구상에 존재한다.

이 책은 산악인들 사이에서 꽤 인기를 끌었는데, 오스트레일리아의 남극 원정대에서 남극의 몇몇 지형에 책 속 지명을 붙였다. 네팔 카트만두에는 럼두들이라는 식당도 있다. 남극의 지형은 찾지 못했으나 네팔의 식당은 구글 지도에서도 검색이 된다. 이 책은 1956년에 나왔고, 우리나라에 번역된 건 몇 년 전 마운틴북스였고, 이번에 은행나무에서 다시 나왔다. 원작의 삽화도 추가되었다.

탐정사전 | 김봉석, 윤영천, 장경현

캠핑장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기에 좋은 책 혹은 점점 더워지는 날씨를 잊게 할 만한 책으로 추리소설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어려서 셜록 홈즈와 루팡의 세계에 잠깐 빠졌다가 그 뒤로 십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다시 추리소설을 보려하니 그 방대한 계보 앞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럴 때 가이드 삼아 뒤적거릴 책이 나왔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제목이 ‘탐정사전’이다. 소설과 영화, 드라마, 만화 등 대중문화에 등장한 중요한 탐정 110명을 뽑아 해설하고 주요 ‘출연작’을 정리해두었다.

셜록 홈즈나 형사 콜롬보는 물론이고 명탐정 코난과 소년탐정 김전일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다. 9살짜리 큰 아이가 좋아하는 ‘명탐정 코난’의 코난도 당연히 나온다. 몇 해 전 개봉한 영화 ‘잭 리처’는 원작소설 ‘원 샷’에 등장하는 탐정(혹은 군인)이라는 사실도 새롭고, 채만식의 탐정소설 ‘염마’에 등장하는 백영호라는 탐정의 등장은 반갑기까지 하다.

글쓴이들의 면면을 살피면 더 신뢰가 간다. 이미 스타일리시한 글쓰기로 정평이 난 김봉석은 ‘한국 스릴러문학 단편선’을 엮은 경험이 있고, 닉네임 ‘decca(데카)’로 유명한 윤영천은 옛날 나우누리 시절 추리문학동호회 시삽을 5년간 맡았고, 개인 사이트 역시 하우미스터리(howmystery.com)일 정도로 추리문학 마니아다.

조선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이기도 한 장경현은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텍스트 구조>과 같은 논문을 발표했고, 레이먼드 챈들러 전집의 해설을 썼다. 어쨌거나 이 책은 추리소설에 입문하거나 추리소설과 재회하고픈 이들에게는 충실한 가이드 노릇을 할 것이고, 한 권의 책으로도 보아도 다양한 대중문화 속 탐정 캐릭터들을 한 권에서 두루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중간중간에 들어간 이미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래는 듣고

Xscape  |  Michael Jackson
5월 19일 미국에서 열린 2014 빌보드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은 ‘슬레이브 투 더 리듬(Slave to the Rhythm)'이었다. 전주에 맞춰 8명의 근육질 남성들이 군무를 마치면 무대의 막이 오르고 거기엔 ‘마이클 잭슨’이 황금색 의자에 앉아 있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홀로그램 쇼를 통해 공연을 선보인 것이다. 동영상이 궁금하면 음반 사진 옆 QR코드를 스캔해서 링크한 동영상을 감상하시라. 등산화 밑창이 절로 들썩거릴지도 모른다.

이 노래는 그의 새로운 앨범 ‘Xscape'의 5번째 수록곡이다. 이 곡을 비롯해 앨범에는 모두 8곡의 노래가 실려 있다. 8곡 이번 앨범에 처음 발표되는 신곡들이다. 오래 전부터 마이클 잭슨이 작업해오던 미공개 작업물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사운드를 더해 앨범을 완성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이클 잭슨의 음악은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훨씬 신난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런 후에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면 MJ의 신들린 듯한 춤사위가 떠오르면서 절로 흥겨워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의 수록곡 중 대부분은 들을 수 있되 볼 수 없어서 아쉽긴 하다. 하지만 학창 시절 ’빌리 진(Billie Jean)'에 맞춰 팔 관절 꽤나 꺾어본 이들에게는 최고의 음악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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