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는 물길을 이해하고
‘바퀴는 기계가 아니라 내 몸의 일부이며 새롭게 확장된 나 자신의 몸이다. 나는 바퀴와 친숙하지만 바퀴는 여전히 조금은 남이다. 이 거리는 아름답다. 이 거리는, 나와 세상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와 세상을 연결시켜 줌으로써 나를 넓히고, 내가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김훈, <인간의 다리와 바퀴 사이의 사유> 중에서
화천군청에서 발행한 지도에 따르면 북한강 위 아래 길이 전부 연결돼있어 원점회귀가 가능하다고 소개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수력발전소의 안전 문제로 일부 구간은 강의 북쪽만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다. 이점만 유의하면 화천 산소 100리길은 자전거 초보자도 라이딩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특히 쪽빛 물결 위 숲으로다리 약 1km 구간에서 북한강물에 비치는 원시림에 가까운 용화산을 바라보며 폐달을 밟고 있으면 몽환적인 기분이 든다. 다리는 이름처럼 숲으로 이어져 용화산에 핀 야생화와 짙푸른 숲 향기에 취하게 된다. 폐달을 내리밟아 속도를 내 질주를 하는 것도 자전거 타기의 기쁨이지만 이 느림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데 자전거는 전혀 거추장스럽지 않다.
화천 산소 100리길 구간은 강 북쪽은 자전거길이 잘 정비돼있어 길을 헤매는 어려움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조용한 도시의 유원지인 붕어섬은 축제나 주말이 아닌 때에는 적막이 가득 차있다.
운행하지 않는 레일바이크나 하늘가르기 시설이 오래된 유원지로 시간 이동을 온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쪽배축제 기간에는 성황을 이룬다고 하니 취향에 따라 방문일을 선택하면 된다.
일정이 허락지 않아 연꽃단지는 접어두고 붕어섬에서 강 북쪽 길을 타고 딴산유원지로 돌아오는 내내 오른편으로 북한강에 비친 5월 막바지의 푸름이 한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져 있었다. 4월의 연두에서 시작해 조금씩 짙어져가는 초록이 거대하게 펼쳐지는 이곳을 계절마다 와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지 않고 폐달을 일정하게 굴리면 붕어섬에서 딴산유원지까지 약 1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편안한 자전거 전용도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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