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당신에게, 몽골’ 잔잔한 화제
신간 ‘당신에게, 몽골’ 잔잔한 화제
  • 박성용 기자
  • 승인 2014.06.18 1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몽골에 빠진 이시백 소설가의 고해성사…39개 키워드 이야기

그는 틈만 나면 몽골을 꿈꾼다. 신문방송에서 악다구니들이 자리싸움 밥그릇 싸움을 하는 광경을 보면 그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몽골에 가서 염소나 키우면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그는 “내 전생은 몽골리언”이라고 고백하며 쓴 소주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풍채 좋은 대웅전 같은 외모에, 늘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반백의 갈기머리를 보면 정말로 어느 몽골 부족장의 후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매년 한두 차례 몽골을 다녀오지만 늘 뭔가에 허기지거나 열병을 앓는 사람처럼 보인다.

▲ 이시백 소설가.

어느 날 그의 롱 코트 자락에서 고비사막의 바람 냄새가 묻어나고, 눈동자에 주먹별들이 돋으면 그가 다시 몽골로 떠날 때가 다가왔다는 징후로 이해하면 된다. 소설가 이시백, 그가 몽골에서 건진 39개 키워드를 들고 우리에게 찾아왔다. <당신에게, 몽골>에 나오는 39가지의 단어는 낯선 몽골의 세계로 우리를 깊숙이 데려가 주는 징검다리다. 어떤 가이드북 보다 더 친절하고 재밌고 강렬하게 몽골의 첫 발자국을 도와줄 것이다.

▲ 글 이시백·사진 이한구 / 328쪽 / 14,000원 / 꿈의지도
말 위에서 태어나 말 등에 실려 눈을 감는다는 몽골인들에게 말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될 것이며, 그들의 사전에 왜 ‘옆으로’ ‘뒤로’ 라는 말이 없고 오직 ‘앞으로’란 말만 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몽골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인 쥬게르(괜찮아)라는 단어를 통해 그들이 왜 캄캄한 밤길에 길을 잃어도 쥬게르(괜찮아), 달리던 차바퀴가 빠져서 굴러가버려도 쥬게르(괜찮아), 차축이 우지끈 부러져도 웃으며 쥬게르(괜찮아)를 외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소설가 이시백은 오래 전부터 몽골 가서 주막 하나 하며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진 작가다. 스스로 난치병이라 부를 만큼 강력한 몽골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그의 글 구석구석에는 소설가의 눈으로 본 감성적이고 섬세한 몽골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지구상 마지막 유목민들의 땅 몽골, 몽골로 가는 39가지 이야기를 통해 낯선 몽골의 삶에 눈뜨게 될 것이다. 함께 실린 이한구의 사진들은 한두 번 다녀와선 흉내 내지 못할 몽골의 에스프리를 담아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