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아웃도어 업체 해외진출 속사정
[진단] 아웃도어 업체 해외진출 속사정
  • 박성용 기자
  • 승인 2014.05.07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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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코오롱스포츠·네파 등 중국·유럽시장 공략
외형에 비해 내실은 저조…연구개발 등 브랜드 파워 키워야

주요 아웃도어 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두드러질 만한 성과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 네파, 라푸마, 빈폴아웃도어 등이 중국과 유럽시장에 진출해 있다. 그러나 외형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지만 순이익 등의 내실은 국내시장만큼 탄탄하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전망된다.

▲ 블랙야크는 10여 년 전 중국에 진출해 북경·상해 등에 약 300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중국시장에 가장 먼저 눈을 돌리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업체는 블랙야크다. 10여 년 전 중국에 진출한 블랙야크는 북경·상해 등에 약 300개의 매장을 설치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 매장을 총괄하는 현지법인 베이징 블랙야크 아웃도어의 2013년 매출 173억원, 당기순이익 700만원으로 집계돼 중국 사업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매출은 2011년 98억원, 2012년 132억원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성장 모멘텀이 기대되고 있다.

블랙야크의 해외진출 의지는 저돌적이다. 지난 2012년 네팔 카트만두의 매장 오픈을 비롯해 유럽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강태선 회장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3개국에 매장을 오픈할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해 연말에는 스위스 생모리츠, 이탈리아 볼자노의 유명 아웃도어·스키전문매장에 입점한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블랙야크는 2016년까지 유럽·북미·아시아의 17개국에 진출해 매출 1천억원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2006년 9월 북경의 엔샤백화점에 1호 매장을 열면서 중국에 진출했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지난해 공격적인 유통망 확대를 통해 2012년 93개였던 매장을 2013년 150개까지 늘렸으며, 매출은 500억원을 달성했다”며 “중국 사업은 2011년 흑자를 기록했으며, 2013년에 이어 올해도 마케팅 및 유통망을 확대하는데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스포츠는 올해 백화점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유통망을 확대해 200개까지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 마케팅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매년 2월과 6월 북경에서 패션 및 유통관계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프레스 프레젠테이션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또 지난 2013 F/W 시즌에 여배우 탕웨이를 모델로 한 광고 캠페인을 중국에 전개, 브랜드 선호도와 인지도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 기획 물량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현지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구매 유형 등을 반영한 현지 기획 물량을 현재 30% 수준에서 50%까지 끌어올려 더욱 현지화된 제품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 코오롱스포츠는 여배우 탕웨이를 모델로 내세워 중국시장을 공략 중이다.

네파는 아웃도어의 본 고장 유럽에서 해외시장 진출의 첫 걸음을 뗐다. 지난 2011년 프랑스의 알프스 산악도시 샤모니에 매장을 열며 유럽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네파 관계자는 “샤모니 매장을 확장 이전해 좀 더 업그레이드된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여 유럽 시장에 대한 점진적 확장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진출도 성사시켰다. 지난해 11월 산둥성 웨이하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첫 매장을 열었다. 네파 관계자는 “웨이하이 직영점을 시작으로 중국 아웃도어 시장과 소비자를 분석하고 중국 아웃도어 트렌드에 맞는 현지화된 상품으로 시장을 꾸준히 공략할 계획”이라고 했다.

빈폴아웃도어는 2012년 12월 중국 매장을 처음 열었다. 현재 상해, 성도, 우루무치, 하얼빈, 장춘, 석가장 등에 6개 매장을 오픈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12년 S/S 시즌에 빈폴아웃도어를 론칭해 해외시장 공략 시간이 그만큼 짧았다”며 “정확한 매출 부분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밀레는 중국 사업을 접었다. 현지법인 밀레 베이징은 지난 2012년 사업을 중단하고 투자금 24억원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 밀레 관계자는 “중국에서 밀레 상표권 사용 기간이 만료되어 비즈니스를 접었지만 자산 가치는 유효하다”고 철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투자금액 전액을 손상차손 처리한 것에 대해 “내부에선 손실이 있는 걸로 판단한다”며 말을 아꼈다.

▲ 네파는 알프스 산악도시로 유명한 프랑스의 샤모니에 매장을 열었다.

상표권 때문에 해외진출 못하는 케이투코리아는 ‘안방 호랑이’
한편, 매출액 기준 업계 3위 케이투코리아는 해외진출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의 유명 스키·스노보드 브랜드인 ‘K2'가 해외상표권을 먼저 등록했기 때문이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경쟁 업체들과 비교해 해외시장 진출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케이투코리아 관계자는 “적정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되어 현재는 진출 계획이 없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지속적으로 검토해오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미국의 K2가 해외상표권을 먼저 등록한 것 때문이냐는 질문에 “해외 진출의 적정 시기가 아니라는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것이지, 이런 이유로 진출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궁색한 변명처럼 들린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른 업체들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프런티어 정신이라도 있는데, 케이투코리아는 자국 소비자들만 상대하는 ‘안방 호랑이’ 신세”라고 꼬집었다.

케이투코리아는 ‘K2’ 상표등록권과 도메인 주소를 놓고도 국내 업체와 지루한 법정 다툼 끝에 승소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케이투코리아 관계자는 “해외진출을 하려면 기존 ‘K2'와는 완전히 다른 상표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시장에서의 폭풍 성장만 믿고 준비 없이 해외시장에 뛰어들면 고전을 면치 못한다”며 “국내 기업들의 제품 품질은 해외 제품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향평준화되었다. 여기에 국제화 마인드, 철저한 시장분석과 타깃 선정, 소재 개발과 디자인강화로 브랜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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