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보고 듣고
문화 | 보고 듣고
  • 글 서승범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04.23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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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보고 노래는 듣고

전시는 보고
와일드라이프 사진전&증강현실 체험전
자연에서 캠핑을 한다지만, 야생의 삶은 이미 저만치로 물러났다. 진짜 야생의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에 나온 사진들은 영국 자연사박물관에서 해마다 주최하는 <올해의 야생사진가 상>을 받은 적이 있는 사진작가들의 대표작들로 모두 107컷이다. 몇 컷 골라봤다. 북극여우는 세르게이 고르시코프의 작품으로 러시아 북동부에서 촬영했다. 새끼를 위해 흰기러기의 알을 훔치는 모습을 잡았다.

▲ ⓒGREG DU TOIT/Wildlife Exhibition Korea.

▲ ⓒSERGEY GORSHKOV/Wildlife Exhibition Korea.

▲ ⓒMARINA CANO/Wildlife Exhibition Korea.
‘최종병기 활’이란 제목의 큰뿔소 단체 사진은 마리나 카노의 작품. 비오는 날 큰뿔소가 비를 피하는 모습인데, 작가는 사진 속 ‘말도 안 되는’ 구도를 보여준 몇 초가 마법 같았다고 했다.

역시 마리나 카노가 찍은 얼룩말의 모습은 거울에 비친 모습이 아니라 두 마리가 얼굴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다. 마지막은 그렉 뒤 토이의 코끼리 사진이다. 제목은 ‘서열 싸움을 벌이는 수컷 코끼리들’, 말 그대로 암컷고 짝짓기를 꿈꾸는 수컷들의 쟁탈전이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암컷 무리는 이미 떠난 후였다고.

사진전의 정수는 사진이지만 재미를 위한 체험전도 마련했다. 대형 화면과 사람의 구조를 인식하는 센서가 설치된 증강현실 체험존을 만들었다. 호랑이와 돌고래, 북극곰과 미어캣 등 7종의 동물 그래픽이 관람객의 움직임에 맞춰 반응한다.

언제 이토록 생생한 야생의 삶을 만날 것인가. 캠핑장에서 청솔모만 만나도 좋아라 하는 아이들과 함께 꼭 봐야할 전시다.

· 5월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전시관

▲ ⓒMARINA CANO/Wildlife Exhibition Korea.

천마총 특별전, ‘천마, 다시 날다’
천마총은 경주 대릉원에 있다. 원래 별다른 이름도 없이 ‘황남동 155호분’이라는 번호만 매겨져 있었다. 1971년 황남대총을 발굴하기로 했는데, 고분 규모가 너무 커서 크기가 작은 고분을 시험 삼아 발굴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된 황남동 155호분에서 11,526점의 유물이 발견되었고,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유물만 10건 11점이다. 천마총이라는 이름은 천마가 그려진 말다래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전에 공개되는 유물은 136건 1600점이다. 국보와 보물은 11건 12점이다. 늘어난 한 점은 금령총에서 나온 기마인물형 주자 1점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 천마총 특별전, ‘천마, 다시 날다’.

특별전은 도입부-1부-2부-종결부로 구성된다. 도입부에서는 출토 당시 모습을 볼 수 있다. 1부 ‘왕의 무덤, 천마총’에서는 부장품들이 주로 전시된다. 단순히 유물만 전시하는 게 아니라 발굴 당시 모습을 재현해 부장품들이 출토된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전시 방법은 2010년 황남대총 특별전 때 처음 시도되어 전시계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2부 ‘천마문 말다래와 장식 마구’는 천마 무늬 말다래를 중심으로 장식 마구들을 전시한다. 천마도와 함께 주목 받았지만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기마인물 무늬 채화판과 서조문 채화판도 공개된다. 다만, 회화는 빛에 민감하기 때문에 조도 80럭스 이하를 유지하고, 전시기간도 제한적이다. 3월 18일~4월 6일, 4월 29일~5월 18일, 6월 3일~22일에만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신라의 능묘 문화, 나아가 신라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참고로 6월 전시를 마친 이후에는 7월 24일부터 10월 5일까지 국립청주박물관에서도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 6월 22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노래는 듣고
평범한 남자의 유치한 노래 | 김창기
지난해 봄에 만난 김창기의 앨범 ‘내 머리 속의 가시’는 앨범 재킷 속 김창기의 표정을 닮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고왔지만 내용은 가시 수준이 아니라 가시덤불이었다. 친구 김광석에게 보내는 노래는 그렇다 쳐도 ‘머리만 크고 뇌는 없는’ 생활인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난 그냥 이대로 있겠어’ 다짐을 하곤 했다. 얼마 전에 나온 3집 ‘평범한 남자의 유치한 노래’는 여전히 생활인이지만 머리 속 가시덤불은 많이 걷어낸 듯하다. 앨범 제목은 1번 트랙의 제목이다. 앨범 앞표지 속 표정은 ‘직장에서 인정도, 특별한 비난도 받지 않는 평범한 직원’의 표정 같지만, 뒷표지의 표정은 ‘뼈와 살과 피와 우리 두 아이를 걸고 하는 (사랑의) 다짐’을 한 후처럼 개운하고 맑다.

▲ 평범한 남자의 유치한 노래 | 김창기.

4번 트랙의 제목은 ‘little words'이다. 이재희가 작사와 작곡, 노래를 다 했다고 나온다. 영어 가사가 죄다 영어여서 지나쳤다가 다시 들었다. 이재희는 김창기의 조카다. 김창기가 백날 시도해도 표현하지 못할 상쾌함과 발랄함이 가사와 리듬과 목소리를 통해 전달된다. ‘어깨 위 작은 천사가 웃어야 할 이유를 말해줬어. 햇살처럼 환한 별이 내 주변에 빛나고 있잖아’ 같은 가사를 보고 김창기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근래 들은 최고의 앨범이다.

자료제공 | Wildlife Exhibition Korea·국립경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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